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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나이 40대
보스톤코리아  2011-06-27, 16:31:59   
편 / 집 / 국 / 에 / 서 :


섹스에 관해 미국은 이중적이다. 청교도적인 엄격한 금욕주의가 문화로 자리하고 있는 반면, 정치인들과 유명인들의 섹스 스캔들에는 관대하다.

그래서인지 양극화로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미 민주 공화 양당도 섹스 스캔들만큼은 공통적으로 산출하는 협동(?)정신을 발휘한다.

앤소니 위너 민주당 7선 의원(브루클린, 뉴욕)의 섹스 스캔들은 가장 최신판이다. 올해 46세인 그는 트위터 등 현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정치의 귀재였다. 차기 뉴욕 시장 후보에 꼽혔던 그는 어이없는 사건으로 전도양양 했던 커리어를 내리막길로 꺾었다.

임신한 미모의 부인이 있는 위너는 자야 할 시간에 자신의 속옷 차림과 근육질 가슴 사진을 6명의 여자 대학생들에게 트위터로 전송했다.

처음에는 해킹 당했다고 발뺌했으나 결국 자신의 결혼사진까지 찍힌 사진이 공개된 후 사실을 털어놨다. 낸시 펠로시를 필두로 한 동료의원,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의 사임 압력까지 받은 그는 의원직을 사퇴했다.

“내가 일으킨 불미스러움과 개인적 실수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내 이웃과, 내 지역 유권자들에게 사과합니다. 그리고 특히 제 아내 휴마에게 사과합니다.” 라고 위너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의사를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의 보좌관이자 위너의 부인 휴마는 그의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 하지 않았다.

그가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을 만한 반면교사는 많았다. 지난 2006년 플로리다 마크 폴리 연방 의원은 의회 인턴 소년들에게 성적인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낸 것이 발각되어 의원직을 사퇴했다.

2008년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이자 대선후보는 자신의 홍보영화 제작자와 불륜관계를 맺은 것이 발각되었다. 심지어 선거자금을 개인의 불륜을 가리기 위해 사용했다는 혐의까지 받기도 했다.

네바다 주의 연방 상원의원 존 엔사인은 자신의 수석 보좌관의 부인과 불륜 관계를 은폐하려다 규범을 어겨 상원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

장래가 촉망되던 뉴욕의 검찰총장 엘리어트 스피처는 검사로서 윤락행위를 단속했지만 고급 윤락녀들과 늘 관계를 맺어왔던 것이 드러나 사임했다.

루이지애나 주 연방 상원 데이비드 비터는 워싱턴은 물론 자신의 집에서도 윤락녀와 관계를 맺었다. 에드워즈, 스피처 그리고 위너가 민주당이면 폴리, 엔사인 그리고 비터는 공화당이다.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이들은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으며 공통점은 40대 이후의 남성이라는 점이다.

동양에서 40대는 이정표적인 나이다. 춘추시대를 살다간 공자는 40대를 이야기 하면서 ‘불혹’이라고 했다.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의 마음을 체득한 나이라는 것. 그의 사 후 100여년 뒤에 활동했던 맹자는 ‘부동심’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은 청교도정신이 강한 곳이다. 종교개혁 이후 종교적 탄압을 피해 건너온 청교도들은 유난히 금욕주의를 앞세웠다.

일본의 학자 사이토 다카시의 책 <세계를 움직이는 5가지 힘>에 따르면 “종교개혁으로 교황이나 사제의 간섭없이 신과 직접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은 한 편으로는 좋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신과 일대일 대면이라는 엄격함과 중압감에 짓눌려 정신병에 걸린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라고 적었다. 이것이 금욕과 세트를 이루어 그 중압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공자의 불혹과 청교도의 금욕은 묘한 역설적 합의점을 이룬다. 그만큼 유혹이 많다는 것이다. 40대에 남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선망의 정치인이 피부로 접하는 유혹은 아마 일반인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나만은 괜찮겠지’라는 일순간의 착각으로 이런 스캔들이 발생한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정치인 섹스 스캔들 중 빌 클린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클린턴은 여러 차례의 스캔들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백악관 인턴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관계에서 폭발했다. 공화당의원들의 집요한 추궁에 정말 일반인들이 알지 않아도 좋을 민망한 부분까지 세세한 내용이 공개됐다.

그러나 클린턴은 끝내 사임하지 않았고, 탄핵의 위험도 벗어났다. 더구나 그가 3선에 도전했다면 충분히 당선됐을 수도 있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평가다. 그만큼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에 미국인들은 한편으로 관대했다.

위너의 이번 사건은 사실 위법은 아니다. 더구나 클린턴의 사건에 비해 경미하다. 그래서인지 처음에 그는 실수는 인정했지만 결코 사임하지 않을 뿐 더러 재선도 강행하겠다는 대담함을 선보였다.

섹스 스캔들 이후에도 건재한 정치인 때문이다. 클린턴은 세계적인 정치인으로서 아직도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윤락녀와 관계를 가졌던 비터 의원은 재선됐고, 엘리어트 스피처는 방송인이 됐다.

섹스 스캔들에 대해서 이처럼 관대한 미국인들의 태도는 앞으로도 계속 얼마든지 많은 위너를 배출할 수 있다. 하지만 관대한 미국이라도 그 대가를 치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클린턴을 비롯 모든 사람이 어둠의 터널과 고통의 시간을 통과해야만 했다. 그의 이름에는 늘 섹스 스캔들이란 주홍글씨가 따라다닌다.

구덩이가 뻔히 보이는 함정에 들어가는 엘리트들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혹의 나이 40대, 평범한 우리는 성 앞에서 얼마나 더 무력할 수 있는가를 되새김질 하지 않을 수 없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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