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06회
보스톤코리아  2011-07-18, 14:18:29 
이 세상 온 우주 만물은 제각각 몫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하기에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서로 만나 느낄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것이다. 혼자가 아닌 세상임을, 우리로 사는 세상임을 깨달을 수 있다면 복된 삶일 게다. 네가 마음속에서 뱉어 놓은 숨을 내가 마시고 내가 창자 깊은 속에서 뱉어놓은 숨을 네가 마시며 우리가 되어 호흡하는 일. 너와 내가 서로를 숨 쉬고 날숨과 들숨을 통해 우리로 호흡하며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일 참으로 놀랍고 신비롭지 않은가. 삶의 여정에서 눈에 보이는 큰 것을 찾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감사마저 잊어버릴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며칠 전 멕시코 '인디오 원주민 마을'이 있는 까말루(Camalu)에 일주일 다녀오게 되었다. Boton에서 출발 Philadelpia를 경유하여 San Diego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멕시코 국경선을 넘어 4시간여 시간이 지나서야 까말루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까말루를 향하는 버스 안에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푸른 바다 그리고 넘실거리는 파도는 가까운 이웃 나라에 사는 이들을 불러들이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겠다 싶었다. 멕시코 날씨는 여느 무더운 나라의 도시와는 사뭇 다른 따가운 햇볕과 시원한 바람이 참으로 좋았다.

이렇게 멕시코 까말루에서의 며칠이 시작되었다. 그곳에서 인디오(멕시코 원주민)들과 함께 삶을 나누는 선교사(엄승호)님 부부가 계신다. 자신들의 남은 삶을 멕시코 원주민 '인디오'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나누고 누리며 살다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말이 그렇지, 어찌 그 일이 쉬운 일이겠는가. 세상 사람의 눈으로 보면 참으로 어리석고 불쌍한 모습이지 않겠는가. 이번 선교여행에 함께 간 14명의 우리는 선교사님 내외분을 따라 '깜포'라는 몹시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인디오(멕시코 인디언) 마을'을 찾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어린아이들의 표정과 눈망울은 슬픈 희망이었다.

검은 피부에 눈이 깊고 눈망울이 맑은 어린아이들에게서 나는 슬픔을 느끼고 말았다. 가난이 딱정이처럼 앉은 그 아이들을 까말루의 '깜포' 마을에서 만나고 돌아와 나는 얼마나 허기에 고파했는지 모른다. 얼굴에는 검정 숯을 칠해놓은 것처럼 얼룩이 져 있고 오래도록 감지 않아 빗질도 어려울 떡 진 머릿결 그리고 얼룩덜룩 자국이 남은 옷을 걸친 아이들. 그뿐일까, 신발도 없이 맨발로 있는 아이들과 여기저기 구멍 뚫린 신발을 신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며 참으로 부끄러웠다. 어머니의 손길이라고는 스치지 않은 듯 보이는 이 아이들을 보면서 어른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지쳐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흙먼지 풀풀 날리는 멕시코의 '인디오 원주민 마을'에서 며칠을 보내고 우리는 모두 멕시코 국경선을 넘어 미국 땅에 도착 San Diego 공항을 출발하여 Washington을 경유하고 Boston 공항에 도착하였다. 며칠 동안에 만나고 느꼈던 경험을 통해 가슴에 일렁거리는 숨을 잠재우기 힘들었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출렁거렸던 체험인 만큼 잠깐동안의 감정의 출렁임이 아니길 내심 기도했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을 통해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배웠으며 또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또한,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나의 삶에 적용하고 실천할 것인가 깊은 생각에 머물렀다.

이 모든 생각이 감정에서 머물지 않기를 바랐던 마음은 조금 더 큰마음의 눈으로 세상과 마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다. 작은 것에서부터 감동할 수 있어야 남의 아픔이나 슬픔 그리고 기쁨까지도 자신의 것처럼 느낄 수 있고 그래야 가슴이 열린다는 생각이다. 내 가슴이 열려야 다른 사람의 가슴도 만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여유)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옮겨질 때 진정한 삶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관계로부터 시작되기에 사람이든, 사랑이든 구체적인 실천이 중요하다.

멕시코 까말루(Camalu)에서 만난 '인디오들의 아버지' 같은 Pablo(엄승호) 선교사님이 들려주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이란 귀한 말씀이 이 내 가슴에 와 박혔다. 삶에서 욕심부리지 말고 살라는 말씀일 게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주어진 것에 열심과 진실함으로 사는 삶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산다면 자신의 욕심도 내려놓게 되고 그 욕심의 자리에 여유의 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삶에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나 아닌 다른 사람도 돌아볼 수 있고 그들과 함께 숨을 쉬고 더불어 호흡하며 살 수 있는 까닭이다. 이렇듯 삶과 사랑은 작은 실천으로부터 시작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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