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은 안돼도 한인은 가능하다
보스톤코리아  2011-07-25, 15: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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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전 레드삭스 투수 커트 실링은 하얀 양말이 ‘피의 양말(레드삭스)’로 변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공을 뿌렸다. 86년만에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이끈 그는 보스톤의 영웅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는 빼어난 체력에도 불구하고 늘 상대방 선수의 특징을 꼼꼼하게 적어 공부하는 투수다. 그의 이런 일에 대한 프로패셔널리즘은 개인적으로 존경 대상이다.

다만 그의 정치적 견해는 필자와 다르다. 그는 2004년 대선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가 이라크 전을 찬성했음은 물론이다. 그가 스포츠 라디오 토크쇼에 출연, 야구와 관련 없는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이 썩 탐탁지 않았지만 백인 미국인들의 견해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영화배우이자 작가, 그리고 영화감독인 숀팬은 <미스틱 리버>, <밀크> 로 두번이나 아카데미 상을 받은 연기파다. 숀팬은 2002년 워싱턴 포스트에 5만6천불을 들여 부시의 이라크 전쟁이 계획된 전쟁이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부시정권을 “선과 악에 대한 단순하고 위험한 견해”를 가졌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스포츠, 영화계 탑 스타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힌다. 이들의 견해는 음으로 양으로 미국국민들에게 영향을 끼치며 때론 미 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키도 한다. 표현과 언론의 자유는 미국의 민주주의의 버팀목이다.

2009년 흑인 대통령에 맞짱 뜬 백인 경찰의 일화도 쉽게 잊혀질 게 아니다. 이 사건은 캠브리지 경찰이 중국 여행에서 돌아온 흑인 하버드 교수를 자신의 집에서 체포하면서 발단됐다.

불법 침입으로 착각한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고분고분하지 않은 교수를 체포하자 인종차별의 논란으로 비화됐다. 최초 보고를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경찰의 체포를 비난했다. 그러나 경찰은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결국 미 전국적으로 인종차별, 경찰임무수행 이란 논쟁이 확대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급한 개입을 사과하고 교수와 경찰을 백악관으로 불러 화해의 맥주 파티를 벌였다.

일개 경찰이 대통령에게 반발하는 것이 한국에서 가능할까. 얼마전 사회적으로 진보적인 의견을 자유스럽게 개진해왔던 배우 김여진 씨가 MBC 라디오의 출연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유인 즉슨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해 특정인, 특정 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거나 유리 또는 불리하게 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하는 발언이나 행위'를 한 사람은 고정 출연을 제한한다는 심의규정에 따른 것이다.

MBC의 낙하산 김재철 사장이 큰집에 불려가 ‘쪼인트 까이며’ 교육 받은 것을 손수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MBC PD수첩 제작 피디들을 교체한 것으로도 모자라 정치적 견해를 밝힌 배우의 출연금지 조치도 취했다. 이 같은 ‘공영방송’ MBC의 입장에 시사 평론가로 출연했던 조국 서울대 교수 등 13명이 방송출연 중단을 선언했다.

최근 민주당은 이 지역에 ‘보스톤 민주연합’을 창설했다. 약 70여명에서 100명에 가까운 한인들이 참가했다. 미국땅 보스톤에 한국의 정당을 지지하는 모임이 정식으로 발족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재외국민 담당 수석부의장 김성곤의원이 참여해 뉴욕 커네티컷, 필라델피아, 달라스 등지’를 돌며 모두 이 같은 모임을 만들었다.

한나라당 재외국민담당 조진형 의원도 뒤질세라 달라스, 뉴욕, 워싱턴 등지를 돌며 한나라당 지지모임을 결성했다. 선관위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위해 민주당도 한나라당도 자발적인 조직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미주사회에 이처럼 정당활동이 시작되는 것을 두고 많은 한인들이 긍정적인 시선보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선거과열로 교포사회의 분열이 조장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미주총연은 부정선거 시비로 당선이 확정됐던 김재권 회장의 자격을 박탈하고 유진철 후보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졸지에 두 명의 회장이 탄생한 것이다. 부끄럽고 한심스럽다.

그러나 이 같은 분열은 재외국민 참정권 시대 이전에도 있었다. 정당활동 참여로 인해 불거진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나라중의 하나인 미국에서 정치적인 표현을 “분열과 갈등”으로 정의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나 미국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훨씬 긍정적이다.

한국은 국민이 업그레이드 된 반면 일부 관료들이 과거로 회귀하는 현상을 보인다. 한인사회는 정치에 있어서는 과거에서 그대로 멈추어 있는 느낌이다.

동포사회에는 정치 정당이 설립되면 안 된다던가 아니면 한국 정치가 전혀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치적 견해가 같은 사람들은 특정 정당에 가입하고 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소속으로 남아 자신이 정치적 견해에 충실하면 될 일이다.

참정권이 실현되었다는 것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한국정치를 바라보며 일희일비하라는 일이 아니다. 어느 정당이 재외동포에 더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내는지, 한국의 발전을 위해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투표하라는 것이다.

한국에선 연예인들이 정치적인 견해를 밝히는 게 금기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연예인은 불가능해도 한인은 가능하다. 한인들이 민주주의의 참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여긴 미국 아닌가.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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