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솜씨, 맵시
보스톤코리아  2011-08-01, 14:04:07 
혼사를 앞둔 처녀를 평가하던 옛날 어르신의 방법은 참으로 모질지만, 반면에 합리적이었던 것 같아요. 평가 기준이 객관적인데다, 보편 타당성이 있어서 세월이 지남에 따라 어쩜 그렇게 족집게 같았는지, 놀랄 때가 있습니다.

여자가 시집을 갈때는 3씨가 있어야 된다고 했습니다. 첫째가 마음씨. 그런데 마음씨는 금방 알 수 없지요. 오랜 세월을 갈고 닦아야 하고 본인의 수양도 필요합니다. 마음 공부도 해야하고 책을 통해서 알고 깨닫고 생각하면서 생활 속 실천을 통해서 성숙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모의 가정 교육 또한 필요하지요. 품성이 단아하고, 부단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마치 참이슬이 밤바람에 견뎌야 그것이 엉겨서 꽃향기가 되듯 자연스럽게 풍겨 나오는 것입니다.

말도 함부로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하고, 참을 줄도 알아야하며 행동거지가 반듯하고 판단이 정확해야 하죠. 결단력도 있어야 합니다. 마치 사임당 신씨 처럼요. 그래야 이율곡 같은 분이 이 세상에 나오겠지요. 저는 그렇게 봅니다.

둘째가 솜씨랍니다. 물론 음식 솜씨가 우선이고 바느질 솜씨가 다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어진 예산 안에서 빈틈없이 살림을 꾸려나가는 살림 솜씨가 필요합니다. 이건 그 집안을 흥하고 망하게 하는 잣대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합니다.

그 다음이 맵시라 했습니다. 모양새라고나 할까요? 몸에 걸치는 옷이 과연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느냐 입니다. 그리고 모양새가 어떠하느냐인데, 눈, 코, 입 중 어디 한군데 빠진 곳이 없고 보기에 편안하며 은은한 매력이 풍긴다면 더 이상 물어볼 게 없지요.

오랜만에 고국을 가보면 순서가 바뀐 것 같습니다. 아가씨들이 비슷비슷해요. 거의 모두가 성형을 수술을 해서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맵시가 제일 먼저고 나머지는 뒷전으로 밀린 느낌이 들더군요.

아들이 대학에 다닐 때 어떻게든 한국 여성과 혼인하기를 안사람과 함께 그렇게 밀어 부쳤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왜냐구요? 아들의 말이 한국 여성과 사귀어 보니 머리가 텅 비었다는 거예요. 왜 사는지, 대학은 왜 다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미래의 계획이나 삶의 기본 철학 없이 통 없더랍니다.

그래서 결국엔 동급생 미국 여학생과 결혼해 두 손녀를 저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옷차림하며 화장이 수수하기 그지 없는 며느리입니다. 며느리로서의 잔잔한 맛은 없지만, 15년이 지나도록 마음씨와 솜씨만은 최고점입니다. 맵시는 0점일지언정 둘이 정겹게 사는 것이 고마울 뿐입니다.

이민 사회에서 정말 골치 아픈 게 자녀의 혼사입니다. 어디에든 다 큰 처녀와 총각이 많습니다. 부모의 입장으로 정말 가슴이 아픈 게 사실입니다.

옛날 어르신의 가르침대로 마음씨, 솜씨, 맵시를 생각해 봅니다. 가정 교육도 그렇지만, 이중 문화, 이중 습관, 사고방식의 차이를 어떻게 다음 세대가 잘 소화해서 그들의 삶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3씨 중엔 아무래도 마음씨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서일
(뉴햄프셔한인회장,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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