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은 무슨 일을 해요?
보스톤코리아  2011-08-15, 14:46:26 
편 / 집 / 국 / 에 / 서 :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 인정받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 또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면 최고라는 안철수 씨의 말을 들었는데 참 공감했습니다”

얼마 전 박강호 총영사가 저녁을 함께 했을 때 한 말이다. 이 날 저녁은 외교부의 대미 현안에 대한 정책을 신문사에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정작 외교부의 정책에 대한 이야기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며 의미 있는 일’이란 말이 귀에 쏙 박혔다.

누구든지 자신의 직업에 관해 ‘과연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리라. 그런 말을 듣는 즉시 그 기준을 자신에게 대입해 과연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하게 된다. 필자에게 그 기준을 적용하는데 정신이 팔려 그 당시 앞에 앉아있는 총영사에게도 그 기준을 적용해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지난 6일 이철희 영사의 전화를 받고 놀랬다. 매사추세츠 주정부와 한국간 운전면허증을 상호교환키로 한 약정을 체결키로 했으며 8일 아침 서명식을 가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영사관에서 행사 참여 부탁 외 이런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 10년이 넘는 동안 거의 없었던 일이다.

‘영사관은 무슨 일을 해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 난감해진다. 마치 ‘한인회가 무슨 일을 해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와 유사하다. 기술적으로는 분명히 아는데 그 실제를 모르니 난감할 수 밖에 없다. 적어도 신문사 입장에선 그렇다.

‘재외국민보호’는 영사관이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한국과 미국간의 상호 교류 증진 및 협력강화, 세 번째는 각종 영사민원서비스, 그리고 국빈 방문 시 의전도있지만 먼 네 번째 정도다.

운전면허 상호교환은 재외국민보호와 한미 교류 및 협력 증진, 모두에 해당되는 일이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일임이 틀림없다.양 국의 국민에게 번거로운 절차 없이 운전면허를 인정하는 경우 교류가 증진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보스톤을 중심으로 한 매사추세츠주는 교육과 금융, 생명과학 및 컴퓨터, 첨단과학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이기에 교류협력 강화가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운전면허 취득은 학생들이나 취업인들에게 커다란 부담을 주는 일 중의 하나였다. MA주 차량등록국은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운전면허 관련 방문했을 때 늘어선 긴 줄이며 직원들의 고압적 태도는 미국이란 나라에 왔다는 신고식의 하나로 치부될 정도였다. 때로는 같은 서류를 제출해도 일부는 통과시키고 일부는 거부하더란 불평도 들었다.

필기 시험 통과 후 로드 테스트를 위해서는 반드시 차량과 매사추세츠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스폰서를 구해야 했고 이 또한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국제운전면허증의 폐해도 적지 않았다. 차량등록국을 비롯한 경찰들은 국제운전면허증의 위조 위험성을 들며 운전면허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출국 전 한국 경찰청에서 발급받은 국제운전면허증을 철석같이 믿은 한국운전자들은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일선 경찰들은 적발된 이들을 무면허 운전인 형사위반 사건으로 처리했고, 운전자들은 법정에서 이에 대한 시비를 가려야 했다. 또 일부 운전자들의 차는 현장에서 견인 당하기도 했다.

박 총영사는 보스톤에 부임한지 한달 남짓 된 3월말 뮬렌 전 교통부 장관을 만나 이번 운전면허 상호교환문제를 거론했다. 운전면허의 문제를 추진키로 계획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영국에 근무할 당시 한∙영간의 운전면허 상호교환을 추진했던 경험이 있어 어렵지 않았다고. 운도 따랐다. 미국의 버지니아, 메릴랜드, 워싱턴 주 등 선례가 있었고 매사추세츠 주가 이미 독일과 운전면허 상호교환 전례가 있어서 이야기가 수월했다. 뮬렌 전 장관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낸 후 이은철 부 총영사를 중심으로 약 4개월간이나 실무협상을 거쳤다. 지난 8일 공식 서명식이 그 결과다.

부임 초 기자회견에서 ‘천년동안 백마일’이란 책을 인용 “별난 생각을 하면 삶이 특별해 질 수 있다”며 영사관 월요일 근무 연장을 발표했던 박 총영사다. 부임하자마자 학생들과의 만남,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방문 등 현장을 돌아다니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것도 이색적이었다.

박 총영사는 이번 운전면허 상호교환이 부임하면서 자신이 구상한 몇 가지 일의 첫 번째라고 했다. 두 번째는 한국의 기업들을 MA주에 유치하는 일이라고만 슬쩍 귀뜸했다. 그의 두 번째 성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기다려진다.

영사관이 이번 일로 커다란 성과를 이룬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곳의 한인들은 영사관에 바라는 일이 많다.문턱이 낮아지고 영사관이 언제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되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있다.

‘영사관이 무엇을 하는 곳이냐’라는 질문은 그 때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다.박강호 총영사가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이런 책임감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어떤 자리에 오르느냐가 아니라 어떤 흔적을 남기느냐가 중요하다’는 안철수 씨의 말이 참 공감이 간다고 다음 총영사와의 만남에선 필자가 이야기 해주어야겠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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