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12회
보스톤코리아  2011-08-29, 11:53:13 
8월을 맞고 보내는 동안 벌써 아이들이 대학 기숙사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큰 녀석은 엄마인 내게는 어려서부터 친구 같은 아이다. 엄마의 얘기를 오래도록 들어주고 자신의 얘기도 이것저것 나눠주는 덩치보다는 더욱 곰살스런 녀석이다. 이 녀석이 9월이면 대학 3학년이 된다. 누나와 함께 Brandeis University서 공부하다가 미국 테네시주(州) 내슈빌에 있는 Vanderbilt University로 편입하여 공부하게 되었다. 녀석이 선택한 것에 대해 엄마는 그저 마음으로 기도할 뿐이다. 이 녀석을 대학 기숙사에 내려주려고 남편과 딸아이 그리고 녀석과 넷이서 내슈빌에 다녀왔다.

세 아이 중 다른 아이보다 이 녀석 얘기를 하려면 엄마인 나는 가슴이 뛴다. 마음속으로 몇 번을 되뇌며 진정하려 애쓰지만, 이 녀석은 내게 특별한 녀석이기에 그렇다. 처음 태어나 하룻밤을 엄마와 병원에서 보내고 그 다음 날 이른 아침 핏덩어리인 녀석은 심장병으로 시내의 큰 병원으로 실려갔었다. 한겨울 산후조리를 잊은 채 아이가 있는 시내의 병원에 매일 들락거렸던 때였다. 엄마라는 이름은 이처럼 강인함과 인내를 낳는다. 그래서일까, 이 녀석에게는 늘 아련한 애틋함이 물결처럼 흐른다. 우리 모자간의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자식자랑을 한다 할지라도 내게만큼은.

딸은 아빠를 좋아하고 아들은 엄마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우리 집 풍경을 보더라도 딸아이는 아빠를 무척이나 따르고 좋아한다. 가끔 아빠를 사이에 두고 딸과 엄마의 무언의 실랑이가 있기도 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 것처럼 두 아들 녀석은 언제나 엄마 편이다. 자식과 부모 간에 편 가르기라니 우스운 일 같지만, 둘이 아닌 셋 이상이 모이면 힘의 비율은 어느 쪽엔가 더 기울지 않던가. 이렇듯 삶의 즐거운 모습이 우리 가족의 풍경이다. 이제는 세 아이가 훌쩍 크니 부모 자식간의 대화의 폭이 더욱 넓어지고 깊어졌다. 가끔 아이들뿐 아니라 아빠도 아이들과 의논을 할 때가 있다.

남편도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편이기에 아이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후원을 많이 해준다. 40여 년이 넘도록 미국에서 산 이민 1.5세대 답게 아이들과의 대화의 폭이 넓고 깊은 편이다. 다른 한국가정의 부모들보다는 자유롭게 아이들을 키웠다는 생각을 요즘 더욱 하게 된다. 아이들이 모두 대학에 들어가니 자신의 일들을 별 불편함 없이 해나가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에게 돈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야겠다며 남편은 아빠의 이름과 함께 아이의 이름으로 책킹 어카운트까지 열고 책 북을 만들어주었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가만히 생각하니 큰 공부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돈을 관리하는 일이 돈을 버는 일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아이들의 아빠인 남편의 인생철학이다. 한 부모의 뱃속에서 태어나 한 가정에서 교육을 받고 자랐어도 모두가 다르다. 우리 집 막내 녀석은 여전히 돈 관리는 복잡해 머리가 아프단다. 하지만 우리 집 큰 녀석은 타고난 성격도 있을 테지만, 돈 관리 면에서 철저하고 시간과 돈에 대한 관리를 잘한다는 생각이다. 가끔 엄마는 아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부족한 엄마의 모습을 감추기보다는 드러내 보여주기도 한다. 그 부족하고 솔직한 엄마의 모습으로 세상을 더욱 깊이 배우라는 엄마의 속 깊은 사랑과 배려임을 알기나 할까.

보스턴에서 멀리 떨어진 내슈빌에 있는 대학에까지 보내야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보스턴 근교에 세계적인 명문 대학이 얼마나 많은가. 그 이유를 그 녀석인들 모를까. 이 아이는 '로 스쿨'을 목표로 공부 하고 있다. 지금은 정치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자신의 전공에 열심과 성실함으로 하고 있다. 이번 대학 편입을 생각하며 서 너군데 대학에 지원서를 낸 모양이다. 그중에는 뉴욕과 워싱턴에 있는 명문 대학과 집 근처의 보스턴에 있는 세계적인 명문 대학도 있었다. 두 군데의 학교는 허가서를 받았으나 두 학교에서는 거절을 당했다.

이 녀석이 며칠을 고민하더니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Vanderbilt University'에 편입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남편도 좋은 곳이라며 아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 엄마도 곁에서 아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자랑스럽다고 얘길 해주었다. 이 녀석을 대학 기숙사에 내려다 주려고 간 밴더빌트 대학 캠퍼스 풍경이 어찌나 예쁘고 마음에 들던지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또한, 미국에서도 예술과 문화, 음악의 도시로 유명한 '음악의 메카'로 불리는 테네시주 내슈빌에 대학이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가 고풍스럽고 낭만적인 곳이었다. 맑고 푸른 젊은 꿈을 맘껏 펼쳐보기를 기도하며.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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