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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과 스티브 잡스의 공통점
보스톤코리아  2011-08-29, 14:22:14   
편 / 집 / 국 / 에 / 서 :

보스톤에 지진이 발생했다. 23일 2시경 고층빌딩이 밀집한 다운타운에서는 대피소동을 벌였단다. 지난 1965년 10월 24일 낸터킷에 발생한 지진 이래 46년만의 일이니 정말 드문 경험 중의 하나다. 지난 봄 토네이도 이래 지진도 보스톤 지역을 방문했으니 세상 일은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재난을 사람이 아닌 동물들은 미리 예측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버지지나 소재 내셔널 동물원의 동물들은 지진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한 15초 전에 알았다.

오랑우탄, 플라맹고, 코끼리 등은 먼저 반응했다 아이리스란 이름의 암놈 오랑우탄은 여왕처럼 고고하고 조용한 원숭이였다. 그런데 지난 23일 이성을 잃었다. 2시 직전 아이리스는 커다란 가슴속에서 끓어 오르는 괴성을 질러댔다. 그리고는 자신의 거처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사육사인 브레쉬는 지진의 진동을 느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밝혔다.

플라맹고는 자기네들끼리 둥그렇게 모여들었고 코끼리는 저음으로 자신의 동료들과 대화를 나눴다. 동물들은 어떻게 지진을 먼저 알까. 한 과학자는 지진에 P파장과 S파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P파장은 S파장보다 약 15초 정도 먼저 도착, 동물들이 이P 파장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애플의 신화를 이룩한 스티브 잡스가 다시 최고경영자 직을 사퇴한다. 잡스는 애플 이사회와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CEO로서의 책임과 기대에 더는 부응하기 어려워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항상 말해 왔다”며 “불행히도 그날이 온 것 같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애플이 엑손모빌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회사로 떠오른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스티브 잡스는 애플 CEO직을 내놓았다. 건강상의 이유로 여러 차례 자리를 비운 그이기에 대부분 또 건강상의 문제라고 예측하지만 어느 한 곳도 그가 사직하는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는 못했다.

애플은 지금껏 조금씩 달랐다. 세계의 최고의 회사가 방금 창업한 회사처럼 움직였다. 이 같은 움직임으로 만들어 냈던 그의 제품들은 문화를 바꾸는 역할을 했다.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아이튠스, 아이패드 모두 하나의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각 언론은 그가 떠난 애플이 계속 애플다울 수 있을까에 물음표를 보낸다. 뉴욕타임즈 데이비드 포그는 “그간 마이크로 소프트, 구글, 휴렛 패커드 등이 애플의 움직임을 따라 했지만 애플 같은 성공을 이루어 내지 못했다. 아무도 잡스처럼 면도날 같은 집중력, 자신만의 의견, 타협하지 않는 불굴의 성격, 설득적이고 사로잡는 비전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기호를 예측하고 제품을 만드는 그는 테크놀로지 업계에서 ‘P 파장’을 느끼는 인물이었나 보다.

스티브 잡스가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던 날 한국에서는 가장 큰 도시 서울 시장이 ‘주민투표’란 시장 직을 건 모험을 했다. 결국 낮은 투표율로 인해 재선 시장 직을 내놓게 됐다.

서울시 초등학교 학생들의 무상급식 문제를 두고 벌어진 복지 논쟁이 만든 결과다. 곽노현 교육감이 중심이 된 서울시 교육청은 현재 국민학교 1-4학년까지 실시되고 있는 무상급식을 5-6학년까지 확대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전면적인 실시보다는 저소득 50%까지만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단계적, 선별적 급식을 주장했다.

최근 박근혜를 비롯, 여권이 복지 쪽을 기웃거리자 뚜렷한 차별화를 의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길을 확실한 오른쪽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퍼주는 복지’ 포퓰리즘을 지양하고 서울시의 부채 비율을 늘리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어린이들 도시락 값으로 서울시 재정이 파탄 날 일은 없겠지만 오른 쪽으로 내친 김에 오 시장은 주민투표를 강하게 밀어 부쳤다. 주위의 만류에도 시장직까지 걸었다.

일부에서는 오세훈의 패배라고 평가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의 뛰어난 정치승부사적인 행동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비타협적인 보수정치인 오세훈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시장 직은 물러나지만 보궐선거를 돕겠다며 정치에서 물러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보수 아이콘으로서의 존재감 부각 측면에서 오세훈은 작은 것(서울시장)을 잃고 큰 것(2017년 대선)을 노리는 대담함을 선보였다.

초등학교 시절 도시락 반찬은 집안의 부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수돗물로 주린 배를 채우던 것을 미처 알지 못하고 반찬 투정을 했던 어린 시절이었지만 도시락 반찬으로 친구들을 차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시절이라면 오세훈 시장의 저소득 선별적, 단계적 복지 추진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아파트 평수를 보고 친구를 사귄다는 요즘은 다르다. 50%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소득으로 갈라지는 것은 왜 생각하지 못할까. 초등학생들에게 ‘저소득 층이다’라고 표시하는 무료급식. 점심시간마다 급식이 아닌 상처를 떠먹는 아이들을 오 시장은 생각해 봤을까?

애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 기호를 미리 예측했기 때문이었다. 서울시의 소비자는 서울시 주민이고 또한 초등학생들이다. 그들의 기호를 전혀 무시한 채 자신의 정치적인 논리로만 승부수를 띄우는 오세훈 시장. 스티브 잡스 따라하는 마이크로 소프트, 휴렛 패커드처럼 느껴질 뿐이다. 2017년 한국정치에 지진을 일으킬 정도는 아닌가 보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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