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24회
보스톤코리아  2011-11-21, 12:54:27 
몇 차례에 걸쳐 국악 명창 명인들이 하바드 대학에 다녀갔다. 특별히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이번 보스턴 방문은 내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또한, '김덕수 사물놀이'는 111111의 숫자를 기억하게 하는 '밀레니엄 천 년의 큰 선물'이 되었다. 이 공연은 11월 11일 금요일 저녁 8시 샌더스 씨어터(Sanders Theatre)에서 공연을 펼쳤다. 여느 때보다도 이번 공연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그만큼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은 이제 세계적인 음악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세월 타국에서 살면서 한국인이라는 것이 가슴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날이었다.

"사물놀이는 풍물굿의 대표적 타악기인 꽹과리·장구·북·징의 4가지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이다. 사물은 본래 불교의식에 쓰이는 목어(木魚)·운판(雲板)·법고(法鼓)·범종(梵鍾)의 4가지 의물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사물놀이의 4가지 악기를 가리키는 말로 전용되었다. 농악·짝두름·설장구놀이·비나리·판굿·칠채굿 등의 풍물음악이었으나, 같은 가락을 치면서도 꽹과리·장구·북·징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엉키고 밀치고 당기는 멋이 있다. 주로 앉아서 치기 때문에 극장에서도 공연하기 쉬우며,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위시한 많은 사물놀이패가 외국 공연을 하는 등 한국 민속음악의 소개에 공헌하고 있다."

무대 위를 오를 사물놀이패를 기다리는 가슴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꽹과리와 징 그리고 장구와 북소리가 슬슬 울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 둘 사물놀이패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기다리던 관중의 박수소리가 시작되고 국악 명인인 사물놀이의 대명사 김덕수님이 등장했다. 참으로 가슴 뛰는 순간이었다. 타국 먼 미국땅에까지 찾아온 '김덕수 사물놀이패'는 내 사랑하는 가족처럼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타국에서 가슴 깊이 남은 외로움과 그리움의 소리였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가슴 밑바닥에 남은 흥겨운 가락과 한의 뿌리가 담긴 '恨(한)의 소리'.

어린 유년 시절을 떠올리면 한복을 좋아하시던 친정아버지 곁에는 늘 노랫가락이 있었다. 친정아버지는 창을 좋아하셨고 피리를 자주 불곤 하셨다. 그 시절만 해도 국악이라는 명칭보다는 사당패들이 하는 놀이 정도로 여기던 시절이라 아버지는 상스럽다시며 집안에서 혼자 하시곤 하셨다. 누렇게 바랜 악보 없는 노래책을 펼치시며 창을 하시고 피리를 불곤 하시던 모습이 쉰둥이 막내딸에게 남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이 공연을 보는 동안 피리를 부는 김덕수님을 보면서 내 아버지를 잠시 떠올리며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그 恨의 피리 소리 가슴 밑바닥으로 깊게 아주 깊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맑고 투명한 꽹과리 음과 깊고 긴 여음의 징소리 참으로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흐른다. 장단에 맞춰 어깨춤이 저절로 오르던 장구 소리는 어떻던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무대 위로 뛰어가 덩실거리며 춤 한 판 추고 싶었던 시간이다. 그중에서도 가슴을 흔들며 심장을 울리는 북소리는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공명으로 남아 오래도록 나를 잡고 있다. 어쩌면 친정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그 끼(氣)의 기운이 내게도 남아 있으리란 생각이다. 뿌리 깊은 우리의 가락과 우리의 소리에 가슴이 뛰고 어깨춤 절로 오르는 것은 어이 나 개인뿐일까마는 이렇듯 소리 가슴에 남는 날에는 더욱 내 아버지 그리운 것을.

사물놀이는 농민들이 하던 풍물놀이에서 유래되었으며 사물놀이의 역사는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1978년에 재편되어 연주되기 시작했으며 풍물놀이는 모두 서서 연주하고 다른 개인기들이 동원되는 것에 비해 사물놀이는 4개의 악기를 가지고 4명(혹은 여럿이)이 앉아서 풍물 가락을 연주한다. 그래서 사물놀이는 '앉은반'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사물놀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상모꾼의 상모돌리기라는 것을 이번 공연을 통해 새삼 또 느꼈다. 자신의 몸과 음악과 춤이 하나 되어 흐르는 모습은 진정 아름다움이었다.
이번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은 오랜 체증이 풀릴 만큼 가슴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신명 나는 시간, 신바람 일렁거리는 시간이었다. 한국인 미국인 할 것 없이 할 것 없이 손바닥이 발개지도록 손뼉을 치고 중간마다 얼쑤, 좋다, 잘한다는 추임새를 넣으며 만났던 이번 공연은 타국에서 사는 우리에게 큰 기쁨의 시간이 되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와 내 가슴에 뿌리박힌 우리의 소리, 가락의 소리에 어깨춤 덩실거리며 신명 나게 춤 한 판 춘 흥겨운 시간이었다. 공연을 마친 시간 사물놀이패와 관중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미국인과 한국인이 하나되어 추던 덩실덩실 춤의 언어는 '세계의 언어'가 되었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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