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 전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김홍집 내작은 7월 30일 청나라에 대하여 <청한 수륙 상민 무역 장정>을 폐기한다고 선언했다. 이 무역장정은 1882년의 임오군란 후 청나라가 조선에 대하여 종주국으로서의 우월권을 규정한 조약이었다. 오랜 역사를 통하여 중국의 중화주의에 따른 종주권의 행사에 복종하여 대국으로 섬겨왔던 조선이 청나라의 종주권을 인정치 않는 동시에 그에 따른 사대주의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이 선언을 통해 조선은 대국인 청나라를 버리고 신흥 일본 편에 선 것이다.
일본은 청나라와의 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1894년 8월 6일에 조선에 대하여 도맹 조약을 해결한다.

<대 일본, 대 조선 양국 맹약>
제 1조: 이 맹약은 청나라의 군사를 조선이 국경 외로 철퇴시키고, 조선국의 독립과 자주를 공고히 하며 나아가 일, 한 양국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 2조: 일본국은 청국에 대하여 공수(攻守)의 전쟁에 임하고, 조선국은 일본군의 진퇴와 그 양식을 위하여 가능한 모든 편의를 제공한다.
제 3조: 이 맹약은 청국에 대한 평화 조약의 성립과 동시에 폐기한다.
청일 전쟁은 일본과 조선이 합동한 대청(對淸) 전쟁이었다. 청나라는 전쟁이 일어나자 조선에서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만주 지방의 병사들을 소집하여 봉천으로 집결 시켰다. 이들 병사는 만주족으로 현대 무기를 가진 자가 별로 없었다. 재래의 화승총을 메고 나왔거나 그것도 없어서 붉은 천을 매달은 강창을 들고 종군하는 병사도 적지가 않았다.

그런데 이들 병사는 하나같이 우산과 부채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청나라 군사의 미약상을 보이는 웃음거리이기도 했다. 어쨌든 이들 청나라 군대를 봉천 사단이라고 불렀다. 봉천 사단 중에는 좌보귀(左寶貴)장군이 이끄는 고도의 훈련을 받은 5천명의 기병 연대가 있었다.
좌보귀 장군은 8월 중순 봉천사단을 이끌고 남하하여 압록강을 건너 한달여만에 평양의 서북의 칠성문 밖에 와서 진을 쳤다. 일본군의 오사마 여단은 중국군 대부대가 평양에 들어왔다는 정보를 입수하며 즉시 북상하여 평양으로 진군했다.

좌보귀 장군의 봉천사단은 10월 중순 평양의 서북쪽에서 오사마 소장이 이끄는 3천명의 일본군과 대치하여 격전을 벌였다. 이 평양 전투는 실로 청일 양국이 운명을 건 전투이기도 했다.
봉천사단을 이끈 좌보귀 장군은 용감하였으며, 전술에도 탁월한 유능한 장군이었다.

봉천 사단은 일본군의 맹렬한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10시간이나 대항하면서 혈전을 벌였다. 그러나 일본군의 현대적 총포의 화력을 당할 수 없어 많은 희생자를 내고 후퇴해야 했다. 봉천을 출발할 당시 만여 명이던 병사가 격전 중에 도망 쳤거나 전사한 자를 빼고나니 남은 병력은 2천여명에 불과했다.
좌보귀 장군은 최후의 일전을 각오로 남은 병력을 수습하여 칠성문 아래로 내려가 일본군을 공격하다가 적탄을 맞고 전사했다. 비오듯 퍼붓는 일본군의 총탄에 미처 시체도 거두지 못하고, 봉천 사단은 거의 괴멸되다 시피했다.

전투가 끝난 후 일본군은 좌 장군의 시체를 거두어 묻어주고 “봉천사단의 총 사령관 좌보귀가 여기서 전사하다.”라고 일본말로 쓴 목비를 세워주었다.
일본군은 평양 전투에서 압승한 기세를 몰아 중국 본토에 진격해 들어갔다. 야마가다 아리도모(山縣有朋) 대장이 이끄는 제 1군은 만주의 구련성(九連城)을 넘어 요동으로 진격해 들어갔고 오야마 이와호(大山巖) 대장이 이끄는 제 2군은 요동반도의 금주에 상륙하여 1894년 11월 21일에는 여순항을 함락하였다.

근대화를 이루지 못하고, 구 체제에 안주하여 대국임을 과시하던 청나라가 속국시 하던 일본에게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일본의 여론은 청일 전쟁을 문명과 야만의 총돌이라고 자랑했다. 이 때 이후로 일본인은 중국인을 야만시하여 장고로 라며 멸시했다. 청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대 일본 제국의 부강한 실세를 여실히 보여 주었으며, 국위를 세계에 선향 하였다고 큰 소리를 쳤다. (다음호에 이어서)

백린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 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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