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보스톤코리아  2011-12-20, 12:22:16 
지난 며칠 동안 흙탕물 속에서 많은 생각과 고민, 좌절, 분노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선입관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살면 어떤 결과가 되는지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저를 아는 분들의 따뜻한 격려의 전화, 방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교훈을 얻었습니다.

세대교체를 진언한 것이 몰아내기로 둔갑하고 전 한인회장 사망으로 인한 공백 메우기에 바쁜 동안 일어난 영수증 미비가 공금횡령, 법적조치로 이어지는 황당하고 서글픈 한인회가 되어 가슴이 아픕니다.
남을 탓하기 전에 제가 소홀했고 허술했습니다.

첫번째 교훈은 세상을 바꾸려 말고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꿔야 된다는 진실입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한인회는 한인 동포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두번째는 어떤 경우이든 누워서 침뱉기는 하지 말라는 교훈입니다. 저도 모르게 기자님들이 오셨습니다. 어느 분은 “N.H는 집안 싸움할 때도 기자를 모셔놓고 하냐.”고 물었습니다.

사람은 불안한 존재이기에 서로 이해, 보완, 협조하는 가운데 화목, 단란, 원망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성서에도, 주님의 기도에도 ‘서로 사랑하라, 용서해주면 너도 용서 받을 것이고 비판하면 비판 받는다.’고 말씀 하셨음을 믿습니다.

‘간음한 여인을 심판하는 자리에서 예수님은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돌을 들라’라고 하셨습니다. 반대하는 사람과 대화를 통해서 가슴으로 끌어 안아야 따뜻하고 훈훈한 모임이 됩니다. 이 지혜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임원들에게 ‘꽃이기 보다는 뿌리가 되자’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를 분명히 알라’ 하셨습니다. 花無十日釭 이라고 언젠가는 가게 되는데 그때를 알아 처신해야 되겠다는 교훈입니다. 제 나이 또래 친구들이 하나 둘 보이지 않고 병들거나 반신불수 되는 모습을 보는 가운데 곱게 늙기가 힘들구나, 생각했습니다. 신문에 난 뒤 친구와 친지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 이게 아닌데?”, “아니, 그만한 돈으로?”“N.H 한인회 망신이야.” 등등.

어떤 분들은 음식을 해 가지고 오셨고,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듣는 동안 저는 제가 인심을 잃지는 않았구나 생각했지만 마음은 불편했어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데 칭찬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허망하게 끝내야 했나를 반성했습니다. 아내의 눈물이 가슴을 찔렀습니다. N.H 한인회는 몇 사람의 한인회가 아닙니다. 여러분 모두의 한인회 이기에 이 기회를 이 시련을 딛고, 시련을 통해서 반드시 더 밝고 튼튼하고 굳건한 한인회가 되리라 믿고 조용히 백의 종군 하겠습니다.

세월이 가면 흙탕물이 가라 앉겠지요. 그때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그동안 저를 믿고 따라준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올리옵고, 성탄, 연말, 새해를 맞이해서 하느님의 따뜻한 보살핌과 고난의 역경을 이겨낼 지혜와 용기 주시옵고 두 눈감고 두 손 모으고 기도하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칼로 불을 자를 수 없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반성입니다.

서일
(전 뉴햄프셔한인회장,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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