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과 새해결심 그리고 블랙박스
보스톤코리아  2012-01-06, 02:24:02 
어울리지 않지만 새해는 거짓말과 함께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새해에는 대부분이 자신이 원하고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결심한다. 새해결심이란 자신과 약속으로 우리는 어이없이 거짓말과 얽히게 된다. 새해결심을 어기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르지 않다.

하버드 대와 케네디 스쿨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죠수아 로쓰맨 교수는 새해 결심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자신을 속이고 조작하는지 실체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새해부터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결심한 자체로 자신을 과대 평가하게 된다. 이미 자신이 운동을 시작해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 마음의 보상을 얻는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결심을 매해 반복하고 있는 것을 곧 깨닫는 경우가 많다고. 이처럼 수많은 새해결심은 자신에 대한 거짓말로 드러나고 만다.

로마인들은 1월 달의 이름을 두 얼굴의 신인 야누스(Janus)에서 따왔다. 지난해를 바라보는 얼굴과 새해를 바라보는 얼굴 두 가지이므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배울 수 있다는 희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부정적으로는 우리 자체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로 이루기 힘든 것들만 결심해 이루려고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불가능을 안고 출발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그것이 호르몬 도파민의 역할이라고 한다. 뇌에서 감정과 보상을 추구토록 하는 이 도파민은 끊임없이 먼 보상보다는 가까운 보상을 찾게 만든다. 야채보다는 달콤한 초콜릿을 택하고, 힘든 운동 보다는 휴식을 보상 기재로 요구하는 도파민이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도파민의 진실은 새해 결심을 불편한 진실로 만든다. 도파민은 새해 결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매사추세츠 주 팀 머레이 부주지사가 신년벽두 거짓말로 곤혹을 겪고 있다. 지난 11월 2일 새벽 5시 40분 께 고속도로 운행 중 전복 사고로 차가 전파되는 사고를 겪은 머레이 부주지사는 사고 직후, 65마일 속도제한 규정을 지켰고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 조사반은 얼음 길에 미끌어진 것으로 결론지었다.

부주지사에 따르면 이른 새벽 5살 짜리 딸이 침대에 뛰어들어 잠을 깼다. 그는 마침 폭설상황도 둘러보고 커피와 신문도 살 겸 190번 고속도로를 타고 질주하다 집에서부터 약 30마일을 떨어진 지점에서 사고를 당했다. 5시면 밖이 어두워 사물을 보지 못하는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언론들은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사고 당시 자동차의 기록을 담은 블랙박스를 공개하라는 언론의 집중공세가 이어지자 머레이 부주지사는 스스로 나서 경찰에 기록공개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4일 마침내 블랙박스 데이터를 공개했다. 그동안 경찰은 다른 주요 사건의 자료분석이 급하다며 약 2달 동안 공개를 미뤄왔다.

블랙박스 기록에 따르면 부주지사는 사고 몇 초 전에 75마일로 주행하고 있었다. 갑자기 급 가속되어 고속도로 노선을 이탈했던 순간 속도는 무려 106마일에 달했다. 또한 안전벨트도 착용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한 번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이는 졸음 운전에서 전형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란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차량이 전복되어 완파됐지만 그는 에어백과 크라운 빅토리아 차량의 견고성으로 인해 무사했다. 그러나 그의 몇몇 거짓말들은 무사하지 못했다. 과거 자신의 말과 불일치한 부분에 대해서 묻자 “최선을 다해서 답하고 있다.”고만 얼버무렸다. 안전벨트 착용, 속도 위반 등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못했다. 경찰은 이 같은 위반에 대해 총 555불의 벌금을 부과했다.

머레이 부주지사는 사실을 굳이 은폐하려 하지 않고 공개해 심각한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막았다. 비록 초반 주장이 사실과 달랐지만 말이다. 사고 당시 정황을 보면 그정도 주장의 불일치(거짓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의 정부와 경찰은 도파민에 유난히 약해 보인다. 지난해 10월 3일 유난히 선거장소가 많이 바뀐 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아침 선관위 웹사이트에 이상이 생겼다. 평소보다 느렸으며 선거장소 주소를 찾는 창은 아예 작동되지 않았다. <나는 꼼수다>라는 인터넷 방송은 의혹을 제기하고 로그파일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디도스 공격이 있었다고 밝히고 여당의원의 보좌관이 관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은 돈의 거래도 뒤늦게서야 인정했고 로그파일 공개는 거의 요원하다. 의혹이 점차 증폭된다.

책임자가 나서서 공개하라고 하는 법도 없다. 아무도 나서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박근혜 대표가 중심이 된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6세 이준석 씨를 선관위 디도스 진상규명위원장으로 조사에 나섰다. 하버드 컴퓨터과학과 출신 이준석씨를 내정한 것은 한편 이해가 되지만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새해 결심을 어기게하는 도파민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바가 없지만 정부 행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에게 작용하는 도파민은 어찌 한국과 미국이 다를까. 거짓말이 인간의 설계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결국 책임을 지는 것만이 사태를 해결한다. 개인에 작용한 도파민의 흔적은 변화없는 자신이다. 그러나 정부에 작용한 도파민의 흔적, 즉 블랙박스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판도라의 상자로 둔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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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1]
yun
2012.01.06, 21:21:45
black & whi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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