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29회
보스톤코리아  2012-01-09, 14:04:47 
한 해를 돌아보며 감사했던 일들을 하나 둘 생각하니 고마운 얼굴들이 하나둘씩 스쳐 지난다. 무뚝뚝해 멋은 없지만, 언제나 변함없는 뚝배기 장맛 같은 남편이 고맙고 제자리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의 역할을 해나가는 세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그리고 늦은 막내라 친정 부모님이 지금은 모두 안 계시는데 그 빈자리를 채워주시는 시부모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특별히 시어머님의 따뜻한 사랑과 정성은 내게 가슴 깊이 남아 흐른다. 언제나 잊지 않으시고 전화 목소리라도 들려주시고 아들과 며느리의 건강을 챙겨주시고 그리고 손자 손녀들의 근황을 잊지 않고 물으시는 그 마음이 고맙다.

가족은 이처럼 든든한 에너지의 근원이 된다. 한국에 있는 친정 식구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큰 힘이 되어 내 삶 가운데서 꿈틀거린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이맘때 쯤에는 친정 엄마 아버지의 사랑이 그립다. 아버지의 따뜻했던 사랑의 마음과 그 눈빛이 많이 그리워진다. 엄마의 강직했던 올곧은 성품과 정성이 내 인생의 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엄마 아버지의 오랜 삶들이 내 몸 구석구석에서 세포 사이마다 살아서 꿈틀거림을 느끼며 그리움을 달랜다. 문득 튀어나오는 행동에서 내 엄마를 만나기도 하고 내 아버지를 만나기도 하면서 혼자 피식 웃음 하나 만난다.

어릴 적 철 모르고 화들짝거리던 친구가 곁에 사니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 넓은 세상, 고향을 떠난 먼 타국 땅에서 곁에 어릴 적 친구가 있다는 것은 하늘이 주신 축복이다. '지천명(知天命)'의 고갯길에서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한 날이다. 평생을 가슴에 담은 진실한 친구 하나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옛 선인들은 익히 그 경험과 깨달음을 일러주었다. 각자의 길에서 서로 시샘이나 욕심 없이 늘 응원해 주면서 그렇게 30여 년을 살아왔다. 언제나 곁에서 변함없이 응원해 주는 친구의 그 박수로 오늘의 내가 여기에 있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고마운 친구의 그 마음을 만나며.

그리고 바쁘고 고된 이민 생활에서 20여 년이 넘도록 오랜 벗이 된 친구들이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서로 자라온 환경이나 세상의 나이는 모두가 다르지만, 서로 의지하며 나눠온 형제·자매처럼 편안한 친구들이다. 지천명의 나이쯤에 되돌아 생각하면 이렇게 끈끈한 정으로 이어진 친구들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오랜 세월 변함없는 우정으로 지내온 동네 친구들이 있어 든든하고 감사한 한 해이다. 서로 마음의 얘기를 굳이 꺼내놓지 않아도 눈빛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마음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감사한 날이다. 귀한 것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귀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이길 오늘도 기도한다.

"자연이란 무엇인가. 사람을 포함한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 의지해 살아가는 원초적인 터전이다. 생명의 원천인 이런 자연을 가까이하지 않으면 점점 인간성이 고갈되고 인간의 감성이 녹슨다." - 법정 스님의 '꽃들에게서 들으라' 中에서- 2011년도 한 해는 산악회의 산우들로 많이 행복했다. 산행에서 만나 산을 오르며 좋은 친구도 많이 만나고 여느 모임과는 다르게 남·녀·노·소 구분없이 친구가 되어 참으로 좋았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슴은 맑고 순수해 좋다.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마음과 몸과 영혼을 씻고 닦을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한 해 동안도 바쁜 시간 중에 자투리 시간을 내어 골프를 함께 했던 친구들(언니들과 친구)이 있어 감사했다. 가정과 직장(비지니스)을 오가는 주부들이야 시간을 내어 무엇인가 시작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가정에서 가족들을 챙기며 밖에서는 자신의 비지니스를 척척 해내는 커리우먼들의 멋진 모습은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나눠준다. 이렇듯 삶에서 불만이나 불평 없이 언제나 씩씩하고 당당한 친구들이 곁에 있어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삶을 바쁘게 사는 사람에게서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시간을 아낄 줄 알기에 다른 사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귀히 여긴다는 것이다.

또한, 감사한 것은 한 해 동안 함께 동참해 활동한 호산나 찬양사역팀들이다. 신앙이 밑바탕이 되어 이뤄진 모임이지만, 신앙을 뛰어 넘어 사랑으로 누가 부탁하거나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할 일을 척척 맡아 해내고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멋쟁이들의 모임이 자랑스럽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아 부딪치지 않고 서로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모임이다. 서로를 위해 말없이 기도해주고 어려운 일에 찾아가 마음의 위로를 주고 격려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고마운 날이다. 이렇듯 2011년 한 해를 돌아보며 감사한 일들이 참으로 많았다. 그 감사의 에너지로 한 해 동안의 어려운 일들도 극복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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