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에 하나는 Mt. Lafayette(5,260 feet/1,603m)입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사시사철 모두 좋지만, 나는 그 중에서 겨울 산을 제일로 사랑합니다. 겨울이 되면 산 전체가 순백의 옷으로 갈아입고 눈꽃과 상고대 설경 그 자태를 뽐내지만,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그보다도 백설과 얼음 위에 사정없이 몰아치는 거세고 매서운 바람, 서풍(西風)의 매력입니다. 나는 이 바람을 맞고 싶어서 추운 겨울과 눈이 내리기를 애타게 기다리기도 합니다. 이 바람을 맞을 때 마다, 나는 쉘리(Shelly, 1792-1822)의 서풍(시)을 노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매해 12월 마지막 주간 하루를 잡아 그곳에 올라 서풍을 맞고 송구영신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지난 12월 29일, 기온이 많이 내려 겨울다운 그날, 동료 한 분과 함께 Little Haystack-Lincoln-Lafayette을 돌았습니다. Lafayette 정상에 닿으니 서풍은 차디찬 눈과 얼음과 상고대 위로 그 어느 때보다 더 거세게 몰아쳤습니다. 생존에만 매달리느라고 서풍을 노래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카메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정상에서 잡아야 할 하늘, 설경, 그리고 서풍을 놓쳐 버렸습니다.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그런데 그런 만큼 마음에 담겨진 설경과 서풍은 나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서풍을 그리워하며 정상만큼은 못하지만 도중에 잡힌 앨범이라도 자꾸 뒤적이게 됩니다. 지금도 서풍에 대한 솟구쳐 오르는 그리움을 억누를 수 없어 송구영신에 다시 한 번 노래해 봅니다.

나는 지금 이 세상에 만연하고 있는 황금만능주의 병, 인본주의 병, 권력 병, 허영 병, 공짜 병,, ------ 각종 질병들이 죽은 잎사귀들 같이 세찬 서풍에 날려가기를 기도합니다. 그러나 생명의 씨앗만은 겨울 대지 속에 깊이 묻히게 하고, 봄이 되면 마침내 그 누이인 봄바람에게 그 바톤을 넘겨주어 자유와 사랑과 진리의 꽃향기를 날리게 하는 서풍이 우리 사회에 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나에게 서풍은 주 성령님의 바람입니다. 서풍과 같이 활동하시는 주 성령님은 나와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의 가슴이 아무리 겨울 대지 같고 그 위에 칼바람이 거세게 몰아쳐도 거기에 말씀의 씨앗을 묻어주는 분이십니다.

김 광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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