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32회
보스톤코리아  2012-01-23, 12:02:08 
한식보다는 양식을 더 좋아하는 우리 집 막내 녀석이 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의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지금은 업스테잇 뉴욕의 Syracuse University에서 2학년에 재학 중인 녀석은 처음 기숙사의 룸메이트로 한국 아이를 만났다. 어릴 적 동네의 친구 중에는 한국 친구들 보다 미국 친구들이 더 많은 녀석이다. 우리 집 녀석과 함께 룸메이트가 된 녀석은 뉴저지에서 온 한국 아이였다. 그 아이는 미국에 세 살 때 왔다는데 한국 음식을 그렇게 좋아한단다. 방학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올 때면 그 아이 엄마가 이것저것 챙겨준 한국 음식으로 며칠을 맛있게 먹는다는 것이다. 언젠가 한 번은 우리 집 녀석도 내게 한국 음식을 챙겨달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이 녀석은 누나와 형과는 다르게 한국 음식을 잘 찾지 않았다. 집에 오면 보통 미국 음식을 더 찾는 녀석인데 한국 음식을 챙겨달라는 얘기에 엄마가 깜짝 놀랐다. 그 이후로 기숙사로 돌아갈 때는 이것저것 조금씩 한국 음식을 챙겨서 보내게 되었다. 지난해 9월 새 학기가 시작될 때에는 쌀, 라면, 햇반, 김, 쥐포 등 여러 가지를 보냈었는데 이번에는 라면도 아직 남았다고 하며 불고기를 해달라는 것이다. 가끔 룸메이트 녀석이 엄마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불고기를 가지고 와서 둘이서 맛있게 먹는단다. 그래서 이번에는 불고기보다는 갈비가 낫겠다 싶어 갈비를 보내기로 했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게 되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겨울 옷가지들을 이것저것 챙기니 짐이 꽤 많아 보였다. 이 녀석은 어릴 적부터 주이시(유태인) 친구들이 많은 편인데 대학에 들어가서도 가깝게 지내는 친구 중 주이시 친구가 몇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기숙사로 돌아갈 때에는 보스턴 시내 가까이에 사는 친구가 라이드를 해준다고 했단다. 그래서 엄마가 친구 집(렉싱턴)까지 막내 녀석을 라이드를 하게되었다. 세 아이 중에서도 딸아이는 쌀쌀한 편이라 엄마와 대화의 폭이 그렇게 깊지 않고 큰 녀석은 앞으로의 계획이라든가 집안의 이런저런 일에 대한 얘기 그리고 공부에 대한 얘기를 많이하는 편이다. 그에 비해 엄마와 막내 녀석과는 삶의 이런저런 편안한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첫 아이인 딸아이에게는 엄마의 욕심으로 공부도 공부거니와 그 외의 과외 공부도 많이 버거웠을 게다. 그리고 둘째인 큰 녀석은 누나를 키운 경험으로 조금은 편안하고 지혜롭게 했다는 생각이다. 막내 녀석은 정말 자유롭게 키우고 자란 녀석이다. 어려서부터 운동(아이스하키, 풋볼 등)을 했던 녀석이라 한국학교에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 공부도 누나와 형에 비해 조금은 뒤떨어진 편이었으나 그렇다고 과외도 별로 원하지 않았고 제대로 시키지 않았다. 그렇게 막내라는 이유 하나로 이 녀석은 부모의 욕심 내지는 바램 밖에서 자유롭게 자랐던 것이다. 지금도 그 성격이 그대로 남아 생각과 삶이 여유로운 녀석이다.

세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서 엄마는 많이 배운다. 자신들에게 맡겨진 몫에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이 고마운 날이다. 아이들이 자라며 부족한 엄마의 모습에서 마음에 서운함도 많았을 텐데 탓하지 않고 잘 자라주어 고맙다. 딸아이는 1월에 생일을 맞아 스물두 살이 되었다고 좋아라 한다. 겨울방학이라 생일의 축하를 어릴 적 동네의 한국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문득, 내 어린 시절의 깔깔거리며 즐거웠던 추억이 딸아이의 즐거운 모습과 오버랩되어 스쳐 지난다. 그 나이 때쯤에 맞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충분히 누리며 살기를 엄마는 소망한다. 그 어느 것에 너무 치우치지 않는 마음으로 중심의 심지를 깊게 내리며 사는 삶이길.

한국 음식을 유난히 좋아하는 딸아이는 집과 가까운 Brandeis University에서 공부하고 있어 보스턴 시내의 한국 식당에 가서 먹기도 하고 집에 와서 먹기도 한다. 큰 녀석은 멀리 내슈빌의 Vanderbilt University에서 공부하고 있어 한국 음식이 가끔은 그립다고 한다. 막내 녀석은 자라며 한국 음식을 찾지 않았던 녀석인데 기숙사로 돌아갈 때쯤이면 무엇인가 한국 음식을 챙겨가려는 모습이 엄마에게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이 얘기를 친구에게 하니 친구의 아이들은 한국 음식을 좋아해서 바리바리 싸 보낸다는 것이다. 우리 집 아이들이 그렇게 하지 않아 별 관심이 없었는데 한국 음식을 싸 보낸다는 얘기를 들으니 괜스레 미안해지는 마음이다.

막내 녀석이 겨울방학을 보내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이것저것 음식을 챙기며 잠시 내 어머니를 떠올리며 그리워했다. 이렇듯 엄마의 마음은 무엇이든 자식에게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느 곳에서든 음식을 먹으며 특별히 세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나면 딸아이가 이것을 좋아하는데 이 녀석이 이걸 좋아하고 저 녀석이 저걸 좋아하는데 하면서 생각을 한다. 자식을 향한 엄마의 마음은 그런가 싶다. 자식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 말이다. 세 아이를 바쁘게 키우며 친정어머니가 내게 주셨던 그 따뜻하고 깊은 사랑을 잊고 살았는데, 나도 어느 날 문득 세 아이에게 잊었던 내 어머니의 그 사랑을 흉내 내고 있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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