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사십 넘게 살아보니
보스톤코리아  2012-03-02, 21:58:23 
<편집국에서>

사십 대는 묘한 나이다. 나이를 들먹이기에 어정쩡하고 들먹이지 않기에도 좀 그렇다. 하버드 법대 출신의 ‘폭로 전문’ 국회의원 강용석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인생 사십 넘게 살아보니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부모 잘 만나는 것’이란 흥미로운 글을 날렸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빗대어 한 말이었다.

강용석은 국회의원에다 서울대 법대를 거쳤고, 하버드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소위 스펙으로서 나무랄 데 없다. 그의 가정 뒷 배경을 알 수는 없지만 부모 잘 만나지 않고서는 어지간해서 쌓을 수 있는 스펙이 아니다. 그런 그가 ‘제일 중요한 것은’ 부모 잘 만나는 것이라니 기가 막힌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의 40대 칼럼니스트는 “'인생 사십 넘게 살아보니' 나는 세상이 점점 더 아리송해진다. 그런 가운데 겨우 터득한 한 가지 깨달음이 있다. 세상 이치를 떠들기에 '사십'이란 연륜은 너무 짧고 유치하다는 것이다.” 라고 일축했다.

강용석의 푸념은 그의 폭로에 비해 귀여운 편이다. 그의 폭로는 혀를 차게 만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결코 부모를 잘 만난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다. 박 시장 아들이 현역이 아닌 공익판정을 받은 것을 두고 ‘허리 MRI’가 그의 것이 아니라며 병역 기피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MRI를 재촬영해 서울시장 아들 본인 것임을 확인하자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40대일 뿐만 아니라 최고 법대 석사학위를 가진 대한민국 변호사다. 누구보다도 법을 잘 알고 법을 먼저 생각해야 할 그가 ‘총을 쏘다 빗나갈 수도 있다’고 한다. 사퇴를 선언한 후 아직도 국록을 받는 강용석은 4월 총선에 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달도 채 안 남은 의원직 사퇴다.

곧이어 강용석을 용서하겠다는 박원순에게 ‘참을 수 없다. 병역을 기피한 아들의 아버지 박 시장이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또 의혹을 제기한다. 적반하장이다. 자신의 롤모델이 독설로 성공한 ‘김구라’라며 극단으로 치닫는다.

세상의 이치를 떠들기에 사십은 연륜이 짧고 유치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깊어지는 시기임이 틀림없다. 다시 말해 현상의 표면 뿐만 아니라 그 뒤도 바라보게 된다. 그만큼 사고의 틀이 유연해지게 된다. 그가 연륜이 짧아서 돌출행동을 한다고 하기엔 석연찮다.

보스톤글로브가 최근 여러 연구결과를 비교해 보도한 것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부유할수록 관대하지 못하고 비인간적이다. 대표적으로 UC버클리 심리학자 팀의 연구에 따르면 부유한 배경의 사람들은 가난한 배경의 사람들에 비해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용석의 돌출행동을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돈은 행동과 생각을 바꾼다. 미네소타 대학 칼슨 경영대학원 캐쓸린 보스 교수가 2006년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단순히 돈을 번다는 암시만으로도 타인을 돕고 싶어하는 마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갑자기 졸부가 되면 아무리 자신을 다잡는다 해도 자신이 변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이 로터리에 당첨되면 행복한 결말보다는 불행한 결말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지 알 수 있다. 인생 사십이 아니라 칠십을 살아도 갑작스러운 부의 유혹에 자신이 변해가는 것을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자신이 비인간적으로 변해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보수나 진보란 정치적 성향은 나이의 적고 많음에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부를 가지면 비인간적으로 변해간다. 가난한 사람을 선출하면 정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잘 해결되지 않는다. 돈이 많아지면 변하기 때문이다. 전략과 음모의 냄새가 진동하는 정치판에 늘 돈이 오가는 것은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돈과 관련된 비리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런 귀결이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 줄 모른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데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로터리를 맞아 졸부가 된 후 몰인정하고 차가운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을 막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의 절반 이상을 내놓는 것이란다. 기부하면 행복감을 맛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갖고 있던 친절함과 착함도 여전히 간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도자를 선택할 때 좋은 참고가 될 수 있겠다. 자신의 가진 부를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 돈이 문제다. 이렇게 인정하는 것은 사십 넘게 살아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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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3]
무사
2012.03.29, 14:36:01
지난번 토론때 상처를 많이 받으셨군요. 그리고 그 분풀이를 여기서 하시는군요. 그 맘 이해합니다. 이렇게 작은일에 솔직하시지 못하시면 큰일에는 더 큰 어려움을 겪으시게 됩니다. 지난번 토론을 다시한번 쭉 일어보시고 복습하시면서 님께 부족한면이 무엇이었나 한번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으시는게 님의 남은 미래에 도움이 되리라 사료됩니다.
IP : 174.xxx.44.210
지나가다
2012.03.03, 04:35:27
박원순시장이 강용석의원보다 욕을 더 먹고 있다라는 윗분주장의 근거는 어디에 있나요? 본인의 의견을 일반화 시키려면 무엇보다도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그저 본인 생각이 아니신지요? 팩트는 변함이 없는데 생각의 차이로 이리도 어이없게 박원순시장을 몰아갈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지난번 나꼼수때도 쭉 봐왔지만 자꾸 본인생각을 '국민들의' 혹은 '일반적인' 생각으로 호도하려 하시는데, 이건 분명 옳지 않습니다.
IP : 24.xxx.223.17
무사
2012.03.02, 23:15:55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것은 강용석 의원의 계산된 정치쇼가 아니라 그런 정치쇼에 반응하는 국민들의 마음일것입니다. 누가 봐도 강용석 의원이 잘한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미워하지 않는것은 반대로 잘못한것이 없는데도 박원순 시장을 미워한다라는 역설적 뜻이지요. 그렇다면 여기서 진짜 문제는 바로 강용석 의원이 아니라 박원순 시장입니다. 잘못한것이 분명한데도 욕을 먹지 않는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잘못한것이 없는데도 미움을 받는것입니다. 국민들이 모두 장님이라서 박원순시장을 싫어하는 걸까요? 우린 그 점을 짚어 봐야 합니다. 여야 모두 제대로 작동하는 상식적 의미의 정치적 견제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기형적 의회정치 구조를 갖는 한국에서는 정당 정치보다는 정당의 이름을 내걸고 사조직 정치를 하는점을 고려해야 하고 그런의미에서 진짜 흥미로운 주제는 잘못한것이 없음에도 욕을 먹고 있는 박원순시장일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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