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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깨진 큰집
보스톤코리아  2012-03-11, 00:28:55   
<편집국에서>


‘깨진 유리창 이론’의 저자 존 윌슨이 3일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부고를 접하고 스윽 지나치려 했지만 보스톤과의 인연이 눈길을 잡는다. 하버드 및 보스톤 칼리지 교수였던 그는 보스톤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론의 시험무대와 증명지도 보스톤과 뉴욕이다.

1982년 그는 조지 켈링 교수와 ‘깨진 유리창 이론’을 월간 애틀랜틱에 실어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이 이론은 깨진 유리창이 방치된다면 나머지 유리창도 깨지게 되고 범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건물에는 낙서가 생기고 쓰레기가 버려지며 결국 불량 청소년의 아지트가 된다. 주민들은 위험한 이곳을 떠나고 마약범, 노숙자, 전과범들이 채운다.

깨진 유리창은 무질서의 신호다. 사소한 방치 하나가 무질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론의 핵심은 큰 범죄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첫번째로 깨진 유리창을 보수함으로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라는 것이다. 작은 경범죄부터 강력하게 단속함으로써 사회적 통제를 회복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보스톤은 이 이론을 적용한 선구지였다. 그들의 이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한 사람은 보스톤 MBTA경찰 책임자 윌리엄 브레튼이었다. 그는 경찰인력을 중범죄를 쫓는데 집중하는 것 보다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중점을 뒀다. 낙서, 무임승차 등 경범죄를 단속하는 전략을 사용해 T내에서의 범죄를 무려 27%나 줄였다. 그는 보스톤 경찰서장으로 승진했고 결국 뉴욕 시장 루돌프 줄리아니이 눈에 들었다.

베이브 루쓰가 레드삭스에서 양키스로 옮겼듯이 윌리엄 브레튼도 뉴욕으로 옮겨 갔다. 뉴욕에서 그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증명하는 활약을 펼쳤다. 뉴욕 지하철의 낙서, 공격적인 구걸행위 등 경범죄를 포함 모든 범죄에 대해 ‘무관용(Zero Tolerance)’정책을 시행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의 적용은 대 성공이었다. 90년대 줄리아니 재임 시절은 물론 퇴임 이후에도 범죄율이 급락했다. 뉴욕의 범죄율은 절반으로 줄었고 살인사건율은 무려 70%나 줄었다. 지난 2006년 보스톤에서 살인율이 급증하자 토마스 메니노 시장은 서둘러 각종 경범죄 위반을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는데 이는 다분히 깨진 유리창 이론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최근 한국소식은 암울하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사건과 관련된 검찰 조사에 대해 큰 집(청와대)과 검찰이 사전 조율했다는 한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사건을 접하며 별로 놀라지 않는 필자 자신에 훨씬 더 전율을 느낀다. 사실 관계가 확인 된다면 충분히 탄핵감이 되고 남을 정도의 뉴스임에도 별로 놀랄 것 없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그럴 것이라 지레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팀의 컴퓨터를 파기했던 한 주무관에 따르면 검찰과 청와대 비서실은 사찰 팀이 컴퓨터 내에 있는 자료를 모두 지우도록 시간을 준 후 현장을 압수수색 했다. 겉으로는 헌정 사상 최초 검찰의 국무총리실 수사라는 명분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눈가림 수사였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 이영호 고용노사 비서관실의 최종석 행정관의 지시를 받았다는 게 그 주무관의 폭로다. 검찰은 청와대 관련 사실을 알고 이를 축소했다.

이 뿐만 아니다. 내곡동 사저구입, 이상득 의원 수뢰설, 박희태 국회의장의 돈봉투 사건 등 벌써 국가가 흔들리는 사건이 우글댄다.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 김지호 판사의 기소 청탁 건도 사법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다.

돌이켜 보면 현재 무질서의 신호가 된 깨진 유리창은 지난 2007년의 BBK 사건이었다. 국민들은 경제 살리기란 목적 달성을 위해 좀 도덕적 결함이 있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이 같은 결함의 방치가 무질서의 서곡이 될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아했다. 정권의 주요 공직자들은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을 필수 경력처럼 청문회에서 내보이며 정부에 입성했다. 일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이었다. 그 결과 한국의 가장 큰 집은 유리창이 통째로 날라갔다. 옆 건물 사법부의 유리창도 박살 났고 국회 유리창도 꼴이 아니다.

일만 잘하면 된다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 좋은 대학만 입학하면 된다 등과 등식이다. 이 공식에 원칙이니 상식이니 나머지는 찬밥신세다. 한국의 학교들이 최근 들어 주 5일 수업제를 채택하면서 새로운 현상이 생겼다. 주말 동안 가족간의 활동의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주말 2박 3일간 기숙형 학원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매일 학교수업, 야간 자율학습 그리고 학원 등 늘 공부하지만 이 수업들의 방점이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한 방법에 찍혀있다. 이명박 정권의 깨진 유리창이 BBK였다면 우리나라의 깨진 유리창은 교육이다.

존 윌슨은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 유명하지만 실제적으로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인격의 재발견’이었다. 그는 인격과 선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고 말한다. 균형적으로 행동하라. 행동의 장기적인 파급효과를 생각하라. 협동하라. 착해라. 이는 결코 기도(종교 행위)로써만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윌슨에 따르면 좋은 행동을 반복하고, 자주적이며, 시간을 엄수하고 매일 책임감을 갖고 행동함으로써 습관화된다.

일만 잘하면 된다는 관념, 종지부를 찍을 때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지금 목격하고 있다.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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