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40회
보스톤코리아  2012-03-19, 12:34:04 
언제나 환한 웃음으로 젊은이들을 맞아주시고 어린아이들을 안아주시는 어른이 계시다. 지난해 봄을 맞아 90세 생신을 지내셨는데도 여전히 맑고 밝으신 모습이다. 겨울 동안은 날씨가 쌀쌀하니 가끔 교회에서 뵙지 못할 때가 있어 서운한 마음으로 권사님이 늘 앉으시던 자리를 바라보곤 한다. 4대를 이룬 가족들이 모이면 얼마나 행복해 보이고 훈훈한지 모른다. 자제분들과 손자·손녀 그리고 증손자·증손녀가 모두 모이면 50여 명이 될 정도다. 지난해 구십 생신을 맞아 가족들이 주일 예배 시간에 특송(특별찬송)을 하게 되었는데 그 찬양하는 모습은 참으로 귀하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 가족을 바라보는 모두의 마음이 부러움으로 가득했다.

주일(일요일)이면 예배를 마치고 본당을 나와 친교실에서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누게 되는데 권사님께서는 언제나 잊지 않으시고 볼에 얼굴을 비벼주시며 손을 꼭 잡아주신다. 그 사랑이 어찌나 따뜻한지 집에 돌아온 후 며칠 동안도 권사님의 사랑이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 흐른다. 그 따뜻한 눈빛은 마음에서 차오른 기도이기에 누구에게나 사랑이 전해져 저절로 상대의 가슴을 녹이기에 충분하시다. 쉬지 않고 기도하시는 권사님은 가족들뿐만 아니라 교회의 크고 작은 일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몸과 마음의 고통에 있는 사람들의 기도를 놓치지 않고 늘 기도하신다. 20여 년 동안을 권사님을 뵈었어도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계신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편 23편)" 지금도 권사님께서 시편 23편을 곱게 외우시던 그 아름다운 모습이 잊혀질 않는다. 아마도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가 싶다. 교회에서 '성경 암송 대회'가 있었는데 권사님께서 이 시편을 교인 모두가 앉아 있는 자리 앞에 나가셔서 평안한 노래처럼 맑은 목소리로 읊어주셨던 기억이다. 권사님은 젊어서부터 詩를 많이 좋아하셨고 시집들을 가까이 두시고 사셨다고 한다. 이처럼 삶에서 몸소 체험하며 살아오신 삶의 기도가 노래가 되고 그 노래가 바로 삶의 시가 된 것이다. 그런 까닭에 권사님은 내게 언제나 '삶의 시인'으로 계신다. 맑고 고운 아름다운 삶의 노래를 들려주시는 시인.

요 며칠은 권사님이 더욱 많이 생각났다. 이것저것 핑계가 많아 아니 게으름을 피우다 찾아뵙지도 못하니 송구스런 마음에 권사님의 안부가 궁금해도 자제분들께 여쭙기도 죄송스럽다. 며칠 전에는 권사님 막내 따님에게 권사님의 안부를 여쭈며 요즘 환절기에 강녕하신지 하고. 날씨가 쌀쌀하지만, 그래도 평안하시다는 말씀에 어찌나 감사하던지 마음이 평안해졌다. 주변에 가깝게 지내는 어른들을 생각하며 마음은 늘 이렇게 먹어보지만, 어른들을 찾아뵙기란 어찌 이리도 어려운지 송구스러움만 가득하다. 교회에서 노(老) 권사님들과 노(老) 장로님들을 뵈면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시고 따뜻하게 손잡아 주시니 감사하고 송구스럽다.

요즘 환절기에 감기로 고생하는 이들이 주변에 여기저기 많다. 우리 집에서도 남편이 감기로 한 달을 넘게 심하게 기침을 하고 고생을 하고 있다. 가족의 한 사람이 감기에 걸려 쩔쩔매니 다른 한 사람이라도 건강을 추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 각별히 신경을 쓰며 지낸다. 젊은이들도 이번 감기에는 꼼짝을 못하고 앓고 지내고 있으니 연세 드신 어른들은 더욱이 환절기에 건강을 잘 챙기시어 강녕하시길 기도한다. 지난겨울은 유난히 여느 겨울보다 따뜻해 겨울을 지내기에는 편안했다. 하지만 걱정이 이는 것은 올여름에는 더욱 기승을 부릴 모기떼와 날파리로 건강이 염려스러운 것이다. 모두가 평소에 더욱 건강을 챙길 수 있기를.

권사님은 교회에서 특별히 가족들에게 만의 따뜻하고 포근한 할머니가 아닌 우리 교회 교인 모두의 할머니시다. 그래서 권사님은 '우리 권사님'이시고 '우리 할머니'시다. 우리 집 큰 녀석이 지금은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데, 권사님께서 크리스마스 때면 하얀 봉투에 정성을 담아주셨다. 이 녀석이 교회의 그 따뜻한 할머니의 사랑과 정성을 잊지 않고 가끔 엄마에게 할머니의 안부를 여쭙곤 하는 것이다. 이 녀석이 어려서부터 심장병이 있어 아픈 녀석이었기에 할머니께서 챙겨주시던 그 하얀 봉투의 선물보다도 엄마인 내게는 권사님의 기도가 큰 위로와 평안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 권사님의 그 따뜻한 사랑과 정성을 잊을 수가 없다.

권사님 권사님 우리 권사님, 권사님처럼 그렇게 맑고 밝게 살기를 오늘도 소망하며 말간 기도를 올린다. 어찌 그리도 성경 구절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쉼 없이 외시는지 마음으로 궁금하지만, 차마 여쭙지는 못했다. 다만, 나도 저렇게 말간 영혼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마음의 기도를 올릴 뿐이다. 세월이 흘러도 또 흘러도 늙지 않으시고 맑은 '삶의 노래'를 불러주시는 우리 권사님. 권사님 권사님 우리 권사님 많이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권사님의 그 깊고 높은 기도의 시를 들려주시고 그 말간 시의 노래 매일 들려주셔요. 모두에게 나눠주시는 그 해맑은 웃음과 따뜻한 포옹은 권사님의 선물. 권사님 권사님 우리 권사님.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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