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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이민사회의 치부 드러났다
보스톤코리아  2012-04-07, 01:07:22   
<편집국에서>


떠올리긴 싫지만 ‘역사는 되풀이된다’라는 말이 뇌리에 스쳤다. 한때 자신의 동료 학생이었던 7명을 총으로 쏘아 죽인 한인 시민권자 고원일(43세)의 사건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떠올리는 말이다. 어느새 그의 사건과 조승희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 그리고 얼마 전 애틀란타의 총기사건이 사슬처럼 엮어 나온다.

조승희 사건은 한인사회를 왕따시키지 않을까 하는 공포로 시작됐지만 개인적인 정신질병에서 비롯됐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다행스럽게도 특별히 한인이어서 문제라기보다는 아시안 더 나아가 미국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회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우려하던 한인사회에 대한 차가운 시선 생성 없이 그냥 넘어갔다.

애틀란타 사건만 해도 가족간의 분쟁이었다. 가족 외 다른 사람을 향해 총구를 겨누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민생활에서 나오는 불협화음이 총탄으로 변해 가족도 해칠 수 있다는 점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범인도 자살해 결국 진정한 사연은 알려지지 않고 사건과 함께 묻혔다. 경제난으로 인한 돈 문제가 원인이라는 무성한 추측만 남겼다.

고원일 사건은 여러 가지 점에서 다르다. 뻔뻔스러운 범행에도 불구하고 전혀 뉘우침이 없다. 대부분이 범행 후 자살을 선택하는 것과 달리 살아남아 그가 겪었던 삶의 아픔을 하나하나씩 털어 놓았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의 문제는 부끄러운 한인사회의 자화상이다. 발가벗고 거리에 나선 것같다.

고원일이 경찰에 털어놓은 범행의 동기는 영어 능력과 관련된 급우들의 왕따다. 90년 미국에 이민해 20여년이 넘었건만 그는 사건 후 통역이 필요했을 정도다. 그를 심문했던 오클랜드 경찰서 하워드 조던 서장에 따르면 간호보조원 과정에서 함께 공부했던 급우들이 “버벅 거리는 영어실력을 두고 놀렸고 이로 인해 다른 학생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느낌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한인들을 비롯 상당히 많은 이민자들이 다닌 학교에서 영어가 사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더구나 이 오이코스 대학은 신학대학이다. 한인이 설립해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에 적응키 위해 만든 학교이며 직업훈련도 제공하는 학교란 점도 그렇다. 신학을 바탕으로 설립되었기에 이 학교의 규율에는 “학생들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존경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고원일이 느낀 것은 존경이 아닌 ‘경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에게는 이미 많은 개인적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동생은 교통사고로 죽고 한국에 있는 어머니도 돌아 가셨다. 살던 아파트에서는 렌트비를 못내 쫓겨났다. 세금도 1만 5천불가량 밀려있었다. 그가 한동안 살았던 버지니아 주 선트러스트 은행에는 1만불이 넘는 빚이 쌓여있었다. 크레딧 카드 캐피탈원에는 1천불도 안되는 금액을 못갚아 고소를 당한 처지였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오이코스의 간호학교로부터의 퇴학은 그를 인생 막장으로 몰아넣었다.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최악의 결단을 내렸다. 그 분노의 분출구를 무고한 이웃에게 겨누었다. 그가 사살한 동료학생들 중에 그를 괴롭혔던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는 또 다른 가족을 깨뜨리는 처참한 일을 저질렀다.

이쯤 되면 한인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개인적인 문제가 중첩된 그가 기댈 곳이 없었다. 한인사회의 뼈아픈 현실이자 커다란 경종이다. 어떤 이유로 학교에서 퇴교를 당했는지 모르지만 사무처 직원에게 커다란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마지막 단계까지 몰리기 전에 그에게 건네진 따뜻한 손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인사회가 미주에서 뿌리내린 지도 100여년이 훨씬 넘었다. 이렇게 절망한 사람들의 등을 떠밀기 전에 희망을 발견케 해줄 수 있는 그런 자구조직이 충분히 있어야 할 때다. 절망에 휩싸인 사람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것도 문제지만 무고한 사람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는 착오역시 더 이상 나오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한인회가 중심이 되어도 좋고, 종교단체가 중심이 되어도 좋다. 각자의 문제는 각자가 알아서 하라는 이민의 시대는 종결해야 한다.

우리 주위에도 정말 힘든 구석에 몰려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지는 못할 망정 손가락질 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각종 자선 활동이나 선교의 방향이 아프리카 및 오지를 향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주위의 아픔에도 손을 내밀 수 있는 활동도 병행되어야 한다.

고원의 총기난사는 한인 이민사회의 아픔이자 치욕이다. 늘 자식을 위해 희생했던 이민 1세대가 이민사회 구성원들을 희생대상으로 삼은 사건이다. 그 한 사람의 문제라고 방치했을 경우 제 2의 고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인과 총기난사가 미국인들의 뇌리에 등식으로 설립되는 것도 초읽기다.

한인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고착화되는 경우 되돌리기 힘들다. 한인들과 한인들 자녀들이 가는 곳마다 따가운 시선의 딱지가 붙을 수도 있다. 코리안 어메리칸이라는 단어가 자랑이어야 할 마당에 낙인으로 남아서는 안된다. 역사는 되풀이 되더라도 ‘그대로’ 되풀이 되지는 않아야 한다.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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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2]
 sunsunsun 2012.04.15, 16:39:44  
생각하게 하네요.
IP : 66.xxx.18.131
 BelmontMA 2012.04.15, 09:54:30  
좋은 칼럼 고맙습니다.
IP : 173.xxx.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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