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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만 뛰는 줄 알았다.
보스톤코리아  2012-04-22, 00:10:10   
선수만 뛰는 줄 알았다. 보스톤 마라톤을 처음 접했을 때 그랬다. 일반인으로서 26.2마일(42.195km)을 뛴다는 게 상상이 잘 안됐다. 더구나 보스톤 마라톤은 일정 수준 이상의 기록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참가를 허용한다. 보기엔 흥미로웠지만 마라톤 전 구간에 세워진 분리대가 가르는 것처럼 선수와 관중들이 분리되어 있는 것으로 여겼었다.

그 생각은 몇 년 전 마라톤을 뛰는 여성 박귀남씨를 인터뷰 했을 때 금이 갔다. 50이 넘어 마라톤을 시작한 그녀는 “(마라톤을) 누구나 뛸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증명했다”고 말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온몸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한 독자도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어요?’라고 반문할 정도였다. 보스톤 마라톤을 수년간 취재하다 보니 박귀남 씨의 말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보스톤 마라톤의 수많은 관중들도 처음에는 수수께끼였다. 마라톤 전구간에서 열렬하게 응원하는 관중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보일스톤 스트리트를 나가면 그야말로 발디딜 틈이 없다. 또 뛰는 선수들의 이름을 호칭하며 응원하는 것을 보고 가족 중 한 사람이 마라톤을 뛰는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뛰는 선수 누구라도 유니폼에 쓰여진 이름, 단체, 국가를 읽으며 응원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한국 선수들은 관중들이 ‘코리아’라고 외칠 때 힘을 얻었다고 말하곤 했다. 유니폼에 쓰여진 글을 관중들이 읽으며 응원했다는 증거다. 선수들은 관중들이 자신의 이름이나 국가 등 관련된 것을 부르며 응원해준 것에 힘을 얻는다. 관중들은 선수들이 자신의 응원에 기운을 차리는 것을 보며 보람을 얻는다. 선수이든 관중이든 모두가 보스톤 마라톤에 다른 방식으로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선수는 선수, 관중은 관중이라는 이분법에 익숙해 있었기에 보스톤 마라톤이라는 대회를이해하기 힘들었는지 모른다. 보스톤 마라톤에 가면 그런 의식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보스톤 마라톤이라는 축제에 어느덧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관중으로 또는 자원 봉사로 매해 참가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저 뛰는 선수대열에 합류하겠다는 열정이 또아리를 틀게 된다. 열정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만들고 결국 분리대 너머 도로 안에서 달리게 한다. 박귀남씨도 자원봉사로 시작해서 결국은 거의 매년 마라톤에 참가하는 선수가 됐다.

지난해 소개했던 보스톤 마라톤 레이스 디렉터 데이브 맥길리브러리 씨는 관중이 모두 떠나고 분리대 조차도 제거된 한밤 중에 마라톤을 뛴다. 마라톤 레이스에 관계된 모든 것을 책임지는 그는 마라톤 골인 지점의 시상식 및 선수관리까지 확인을 다 마친 후 출발지인 합킨톤으로 떠난다. 대부분 선수들의 마라톤이 종료하는 시점인 오후 3시에 가족, 친지 그리고 경찰들과 함께 마라톤 레이스를 시작한다. 올해도 참가 했다면 벌써 24년 째다.

이처럼 관객, 자원봉사자, 진행요원 누구든지 열정과 목표를 갖게 되면 선수로 마라톤을 직접 뛴다. 한계라고 생각했던 도로 분리대를 뛰어 넘어 선수들과 함께 달리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그 기쁨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의 참여를 결코 과소 평가할 수 없지만 주연과 조연의 차이는 분명이다. 이제 주연이 된 것이다. 완주의 여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켄트 대학 스포츠학 센터 새뮤얼 마코라 연구소장의 실험에 따르면 신체의 한계는 몸이 아닌 뇌에서 설정된다고 한다. 우리의 뇌속 전엽 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이 신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근육에 보내는 것이 바로 피로다. 달리다가 혼절하는 것은 근육에 산소공급이 차단되거나 에너지가 바닥나서 생기는 경우가 거의 아니다. 대상피질의 신호가 근육에 도달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만약 뇌가 이정도 거리는 충분히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신체를 극한까지 밀어부치게 된다. 결국 뇌를 훈련하고 할 수 있다는 마음 자세를 갖게하는 것이 근육을 통제하고 신체적으로 가능하게 만든다. 이 같은 훈련은 어렸을 때 시작할수록 더욱 많은 성과를 얻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든 시작하면 된다.

간질병으로 뇌의 일부를 도려낸 다이앤 밴 데런 씨는 좋은 예다. 뇌수술 시 전엽피질마저 도려내어 거리감을 느끼지 못한다. 뇌가 근육의 피로를 전달하지 않아 그녀는 5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울트라 마라톤선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유다.

우리의 삶 어디에든 분리대와 한계가 존재한다. 보스톤 마라톤은 벽을 부수는 방법을 알려준다. 마라톤을 뛰고 싶다고 무작정 분리대를 넘어 들어가 뛸 수는 없다. 우리가 설정한 벽을 부수기 위해서는 먼저 관심을 갖고 함께 하며 규정에 맞춰서 우리를 변화시키고 참여하는 것이다. 한계란 벽을 넘는 것은 결국 목표와 노력의 강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마라톤이라고들 한다. 관중으로 참여할 것인지 선수로 참여할 것인지 마음자세에 따라 달라진다. 한계를 앞에 두고 ‘그들만 하는 것인 줄 알았다’는 변명은 이제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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