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49회
보스톤코리아  2012-05-21, 12:11:52 
우리는 바삐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신을 깊이 돌아볼 여유도 없이 시간에 쫓기고 도망치다 하루를 보내고 서로 밀고 당기고 실랑이를 벌이다 시간을 허비하고 만다. 특별히 누구랄 것도 없이 바로 오늘의 나의 자화상이다. 그 바쁜 와중에서 때로는 서로의 관계 속에서 밀고 당기다 서로에게 상처도 주고받으며 자신의 합리화를 위해 해명이라는 명목으로 또 하나의 변명의 이름을 덧붙이며 착각하며 오늘도 그렇게 살아간다. 그 누구의 모습도 아닌 바로 내 모습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늘도 타인과는 상관없는 혼자만의 쉼없는 착각에 착각을 거듭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를 이유로 사는 것이다.

"푸른 바다와 모래밭에서 제 각각의 높이로 물결 치는 파도가 보일 것이다. 제 각각의 파도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높고 낮음이 있다. 그러한 파도의 본성은 무엇일까? 파도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그것은 물이다 물은 파도의 본성이다. 물에는 시작과 끝도 없고, 높고 낮음도 없다. 물의 본성을 지닌 파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눈의 착각일 뿐, 파도는 시작과 끝이나 높고 낮음, 그 모든 조건으로부터 자유롭다." 언젠가 '좋은 글귀'를 만나 노트의 작은 귀퉁이에 메모해 두었던 것이다. 삶의 길목에서 무엇인가 마음이 편치 않을 때 한 번씩 들여다보며 삶의 지혜나 지침 그리고 방향을 정할 때 마음의 큰 힘이 되는 글귀이다.

가끔은 삶에서 이런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나 자신이 의식하든 상대방이 의식하든 간에 무엇인가 서로 의식을 하고 있다는 느낌 말이다. 하지만 가만히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면 아무 일도 아닌 일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상대방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자신의 일을 할 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쓸 시간에 자신의 일에 시간을 투자한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심리라는 것이 또한 그리 쉽지만은 않은 까닭에 누군가를 지켜보며 자신과 비교하고 애를 태우는가 싶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니던가. 그저 나는 나일 뿐이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 말이다.

우리는 생각 속에 있는 착각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일 때가 많다. 어찌 보면 나의 합리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어떤 자신의 일에 대한 합리화를 위해 주변의 사람을 불러들이기도 하고 무리를 지어 편을 만들기도 한다. 그것마저도 착각일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일이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정치판에서의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일이 그렇지 않던가. 그 결과는 이미 속이 훤히 보이는 일이 아니던가. 자신만큼은 모두가 진실이라고 말하지만, 그 진실은 또한 어디까지란 말이던가. 참으로 어리석고 우스운 얘기이다. 다만, 그 어디에도 휩쓸리지 말고 고요히 흐르는 물의 물결을 지켜볼 일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의 행동은 환경에서 보상이나 처벌을 받은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애완동물이나 실험쥐를 길들이는 기본 원리는 원하는 행동에만 보상이 주어지는 ‘배타적 관계(수반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험쥐가 무슨 행동을 하건 상관없이 무작위로 먹이가 떨어진다면 어떤 학습이 일어날까? 바로 초기에 먹이가 떨어질 때 우연히 하고 있던 행동이 학습된다. 우연히 먹이가 떨어지면 그 쥐는 하던 행동을 더 자주하게 되고 먹이가 떨어질 때 우연히 그 행동을 하고 있을 확률도 증가한다. 쥐는 더 자주 그 행동을 하게 되고 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도 행위와 결과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그 행동을 계속하게 된다." <스키너 박사>

이처럼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참지 못할 화가 치밀어 오르고 또 어떤 사람에게서 견디기 어려운 분노를 느끼는지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볼 일이다. 바로 화가 치밀어 오르고 분노가 느껴지는 그 부분이 자신에게 제일 많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것은 상대방으로 인해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있던 자의식이 솟구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것은 하나의 반응일지 모르지만, 계속적인 영향을 받는다면 그것은 내면에 오래도록 자리한 상처나 그에 따른 자격지심이라 말해도 좋을 일이다. 그런 상황에 맞부딪쳤을 때 상대방을 무조건 밀어내지 말고 자신의 깊은 내면과 대면해 보면 보다 솔직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물의 본성처럼 다른 사람의 본성은 변함이 없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착각은 아닐까 싶다.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각을 함부로 내뱉지도 말아야 할 일이지만, 그 생각을 혼자만의 방식으로 섣불리 해석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그저 자신의 착각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 혼자만의 생각으로 혼돈과 착각을 불러들이고 그 착각으로 때로는 여러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던가. 내 혼자만의 생각이 모든 사람의 생각이 절대 아니라는 그 어리석은 믿음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 어리석은 믿음은 그저 우리 눈의 착각일 뿐.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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