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50회
보스톤코리아  2012-06-04, 12:43:56 
L : "Hi"
K : "Hello"
K : "안녕 아우님, 왜 그냥 하이여? 재미있는 얘기 좀
하지."
L : "이 야심한 시간에 제게 문자 날리셨나요?"
K : "나한테 먼저 hi 해놓고 웬 뚱딴지 같은 소리여!"
L : "나 안 했는데요."
K : "어제저녁 9시 38분 hi 하고 문자 보내놓고..."
L : "진짜네요."

그리고...
그 사이 미용실 전화 번호를 물어오는 참 아우님의 문자가 들어왔었음.

K : "안녕 아우님!"
"미용실 전화 번호는 잘 모르고 집사람에게 상호 이름을 가르쳐 달랬더니 OOO 헤어 살롱이라네."
L : "웬 미용실?"
K : "이발하러 간다며?"
"정말 돈겨?"
L : "아저씨, 지금 누구랑 카톡하시나요?"
"저는 OOO 와이프거든요."

카톡, 카카오톡은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전 세계 어느 곳이든 기본 요금만으로 시간 제한없이 서로 대화를 문자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 메신저이다. 미국과 한국 간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마음 편안하게 오래도록 얘기할 수 있어 좋다. 카톡이 요즘 현대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목소리로 주고 받는 전화 통화보다는 문자로 주고 받는 카톡은 특별히 공공장소에 있을 때 유익하며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서로 마주하고 눈을 맞춰 얘기해야 할 장소에서까지 서로 고개를 떨구고 자신의 스마트폰 메신저에만 정신이 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저씨, 지금 누구랑 카톡하시나요?" 하고 묻는 물음처럼 우리 자신도 이런저런 작은 에피소드 하나쯤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내 개인적인 프라이버시의 보장이 어렵다는 것이 사실이다. 나 자신을 중심으로 전화번호 하나를 통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어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생활에서 편리한 혜택을 누리는 만큼 개인적인 시간의 불편함도 함께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여하튼 바삐 돌아가는 요즘 시대에 빠른 발걸음이라도 발맞춰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이것마저도 귀찮아 나 몰라라 한다면 아이들과의 대화는 줄고 관계는 더욱 멀어질 일이기 때문이다.

시대는 날로 변하고 있는데 혼자서 고집 세우고 새로운 것을 터부시하고 밀어낸다면 더욱 멀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그 어떤 것일지라도 욕심만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며 살기를 오늘도 바라는 마음이다. 그 어떤 것(나이, 관계)을 의식하거나 욕심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 나를 위한 배움이라면 어떤 나이에 있든 상관하지 않고 그 배움의 그 열정이 아름다운 것이다. 배우기도 전에 나이를 생각하고 도망치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배울 수 있는 용기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시부모님께서도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에게 이메일로 가끔 안부를 물으시고 전해주시는데 받는 우리도 기쁜 마음이다.

연세 드신 어른이 돋보기안경 너머로 독수리 타자법에 따라 애써 두드리는 자판기 소리는 그 어느 소리보다 귀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게 힘들게 두드린 자판기의 활자들이 엮어져 글이 되고 얘기가 되어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일상의 소소한 얘기를 나누는 것을 상상해 보라. 그 모습이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사람마다 좋아하는 취향이 제각각 다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님을 또 생각해야 할 일이다. 그 무엇이든 나 자신이 만나고 느끼고 누린 만큼이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산다. 삶의 일상에서 소소한 것들을 귀히 여기며 누리며 살기를 오늘도 소망한다.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하며 지인께서 점심을 사주신다기에 함께 레스토랑에 갔었다. 여럿도 아닌 두 사람이 식탁을 마주하고 잠시 얘기를 나누는데 그분은 어디에선가 계속 문자가 오는지 고개를 떨구고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없었다. 그때는 그 모습이 이상스럽기도 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조용하시고 점잖은 분이셨고 대학 강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수님이시기에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던 모습이었다. 요즘은 그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은 우리 집 세 아이나 남편이나 나 자신이나 너무도 익숙해진 까닭이다. 세월 따라 물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거스르지 않고 함께 흘러갔으면 좋겠다.

혹여, 어느 날 갑자기 엉뚱한 문자 메세지 하나를 받는다면 발끈 화부터 내지 말고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옛말에 말이 많으면 실수가 많다는 옛 어른들의 가르침처럼 너무도 편안하게 오가는 스마트폰 메신저의 카카오톡(카톡)으로 실수는 더 늘지 않을까 싶은 노파심이 앞선다. 우리의 삶에서 적당하다는 그 선은 어디쯤에 있을까. '적당한 선'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답이 없이 두리뭉실하고 밋밋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적당한 선이 바로 '삶의 지혜'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그 길은 아직도 먼 길일 테지만, 이제는 조금씩 그 길을 걷는 연습을 하며 살고 싶다. 이제는 그 길을.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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