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53회
보스톤코리아  2012-06-25, 12:30:49 
세월이 훌쩍 흘렀다. 아이들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의 시간이 훌쩍 지났음을 세월이 흘렀음을 눈으로 보고 깜짝 놀라는 것이다. 그렇게 그녀와의 인연이 십 년이란 세월의 언덕을 넘고 있었다. 한 3주 전에 메인 주에 살고 있는 사모 친구가 우리 집을 다녀가면서 메인에 한 번 놀러 오라는 인사와 함께 다시 통화하자고 했었다. 그리고 그 후 통화를 하며 6월 셋째 주 일요일이면 서로 좋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그렇게 약속 날짜를 잡아놓고 있는데 교회 일(행사)도 겹치고 몸에 몸살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약속을 다음으로 미룰까 싶다가 운전으로 3시간이면 가는 곳인데 싶어 다녀오자고 마음을 먹었다.

처음 그녀와 내가 만났을 때 그녀의 막내 아이가 첫돌이 되기 전이었는데 벌써 12살이 되었다고 한다. 그 어린 아기가 9월이면 6학년이 되고 이제는 어엿한 소녀가 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집 세 아이가 자란 것은 잊어버리고 친구의 막내딸 아이가 훌쩍 자란 것만 눈에 보여 놀라는 것이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아련하고 애련하다. 큰 뜻을 품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열심과 성실로 학위를 마치고 남편은 목회자가 되었고 그의 아내는 사모가 되었다. 그렇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지내던 가정에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핏덩어리 막내가 백일도 채 되기 전에 갑작스럽게 아빠를 잃고 말았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곁에 목사가 없는 사모의 자리는 서러운 자리이고 세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엄마의 자리는 더욱이 서글프고 안타까운 자리였다. 그 가운데 가까이 지내던 교회의 아는 분으로부터 이 사모 가정을 돕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아는 동네 친구와 몇 사람이 모여 사모 친구를 처음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럭저럭 힘겨고 버거운 생활을 견뎌가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매사추세츠 주에서 메인 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메인으로 이사를 한 지 벌써 8년이 되었다. 지금은 몇 년 전에 시작한 옷 수선 가게를 운영하고 있고 가끔 미국인들과 함께 한국문화를 나누며 입양아들에게 한글도 가르치고 있다.

큰 녀석이 지난해에 대학 입학을 앞두고 가정형편을 고려하여 엄마와 고민하다가 두 여동생의 공부를 위해 엄마를 이해시키며 해군에 입대하였다. 자식의 진로를 두고 마음을 쓰며 고민했을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니 아린 마음이 스쳐 지난다. 사랑하는 아들을 군에 보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을 어찌 다른 사람이 헤아릴 수 있을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가슴 아팠던 마음을 내어놓는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그 녀석이 그곳에서 잘 적응하고 있고 자신의 전공(의학)분야에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고맙고 든든하다는 얘기를 해준다. 두 딸아이도 자신의 맡겨진 공부에 열심이고 엄마의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어 고맙다는 것이다.

이 사모 친구와 더욱 가까워졌던 이유는 아무래도 동갑내기 친구라 그랬던 모양이다. 무엇보다도 그림을 전공했던 친구라 예술에 대해 둘이서 할 얘기가 많았고 서로 통하는 부분이 더 많았던 이유였을 게다. 우리는 그렇게 십 년이 넘도록 서로에게 상담자가 되기도 하고 위로자가 되기도 하며 서로의 가정을 위해 기도해주는 좋은 친구로 있는 것이다. 때로 필요한 조언이나 충언을 할 때는 서로의 감정(감성)보다는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하며 그 조언이나 충언을 서로 마음을 활짝 열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인생 여정에서 오래도록 서로에게 필요한 친구로서 그 어떤 일에서든 흔들리지 않고 사려 깊은 친구로 남는가 싶다.

오랜만에 둘이서 하룻밤을 보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릴 적 동무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삶의 얘기를 주고받았다. 사모 친구의 세 아이가 어려서는 여름방학이면 우리 집에 들러 며칠씩 묵고 가곤 했었다. 세 아이가 모두 맑고 밝아 우리 집 세 아이에게나, 남편에게나, 내게 잘 따르는 편이다. 친구의 세 아이가 나를 부르는 호칭은 '보스턴 이모'다. 이모란 이름은 듣기에도 따뜻하고 마음에도 다정다감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방학이면 가깝게 오가고 지내다가 몇 년 전부터는 우리 집 가정 형편도 세 아이를 대학에 보내야 하는 처지이고 보니 친구의 세 아이에게 제대로 관심과 사랑을 쏟지 못하고 지냈다.

사모 친구가 메인 주로 이사를 한 후 몇 년이 흐르고 지금으로부터 4년 전쯤에 메인을 다녀온 기억이다. 그때는 세 아이가 더 어렸으니 서로 집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사모 친구가 가깝게 지내는 미국인 친구들과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친구의 집을 방문하니 친구는 두 딸아이를 아는 친구 집에 슬립오버를 보냈다. 그래서 우리 둘이는 더욱 오붓한 하룻밤을 보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메인의 일출'을 놓치지 말라고 살짝 귀띔을 해주던 남편의 말을 떠올리며 우리 둘이는 새벽에 벌떡 일어나 산을 올랐다.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도 즐겁고 행복했다는 그녀의 환한 웃음이 스쳐 지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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