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56회
보스톤코리아  2012-07-23, 13:54:19 
화씨 87°F(섭씨 30도)를 웃돌며 푹푹 찌는 여름 날씨에 가파르고 험한 산길을 3시간여 오르고 3시간여 시간을 내려오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산을 오르내리며 어찌 그리도 산은 우리네 인생과 닮은꼴인지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산이 높고 낮든 간에 어렵고 힘겹더라도 정상을 오르기까지는 작은 보폭으로든 늦은 걸음으로든 결국 나 자신의 걸음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누가 대신 걸어줄 수 없는 길, 정상을 향해 산길을 오르며 잠시 인생의 길을 생각한다. 인생의 목적지를 향해 바른 방향으로 잘 걷고 있는 것일까 하고 나 자신에게 물어보며 오늘도 걷는 것이다.

믿음직한 산만큼이나 고요히 흐르는 강물을 만나면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이제는 그런 나이가 되었나 보다. 조용한 사람이 좋다. 말보다 생각이 깊은 사람, 속이 깊은 사람이 좋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 이제는 편안해서 좋다. 소리 없이 잔잔히 흐르는 강물처럼 가만히 있어 바라볼 수 있는 시끄럽지 않고 수선스럽지 않은 고요한 강물 같은 그런 속 깊은 사람이 좋다. 먼 인생길을 함께 걸으며 안달하거나 보채지 않고 언제 만나도 고요하고 평안한 사람, 강물처럼 유유히 흐를 줄 아는 여유 있는 사람이 이제는 편안해서 좋다.

"먼 길을 가는 사람의 발걸음은 강물 같아야 합니다. 필생의 여정이라면 더구나 강물처럼 흘러가야 합니다. 강물에서 배우는 것은 자유로움입니다. 강물은 유유히 흘러갑니다. 앞서려고 다투는 법이 없습니다. 부딪치는 모든 것들을 배우고 만나는 모든 것들과 소통하며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시내가 강을 만나면 강물이 됩니다. 강물이 바다에 이르면 이제 스스로 바다가 됩니다.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기어코 바다를 만들어냅니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시내를 다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바다’입니다. ㅡ<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강물처럼' 中>"

이렇게 강물처럼 흘러가기를 오늘도 마음의 소망으로 있다. 세상 사는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이제는 내 보폭으로 산을 오르고 내 무게만큼 강물처럼 흘러가고 싶다. 이렇듯 자연에 순응하고 역행하지 않는 삶이길 바라며 인생에서 인연 지어진 모든 이들과 소통하며 더불어 함께 흘러가고 싶다.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아 출렁거리기도 하고 이리저리 부딪치기도 하지만, 낮은 곳으로 흘러가면서 더욱 깊어지고 고요해지는 강물처럼 그렇게 살아가기를 마음의 기도를 올린다. 이렇듯 산을 오르내리고 흐르는 강물을 만나며 자연에게서 나를 비춰보며 깨달음을 얻고 늘 배우며 산다.

지난 5월에 대학 졸업을 하고 딸아이는 엄마와 집에서 한 달 반을 보내고 있었다.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보느라 딸아이의 마음은 하루하루가 여간 바쁘지 않다. 곁에서 딸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는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일러주지만, 딸아이는 요즘처럼 잡(Job)을 찾기 어려운 때라서 은근히 걱정이 이는가 싶다. 일 이년 일을 하다가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고 싶다는데 엄마는 딸아이의 생각에 맞춰 응원해주는 일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냥 곁에서 기도해주는 것밖에는. 사실 곁에 있는 엄마도 은근히 염려는 되었지만, 세상 일이 걱정한다고 되는 것만이 아님을 알기에 그저 곁에서 마음으로 기도만 했다.

얼마 전 몇몇 곳에 인터뷰를 하는가 싶더니 엊그제는 인터뷰를 마치고 딸아이가 보스턴 시내에 있는 '○○ 메디칼 센터'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아 일을 배우면서 시작하는 시기이기에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일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졸업하고 집에 있는 한 달 반 동안 늦잠을 자는 딸아이를 깨우며 잔소리를 했던 것이 마음에 걸린다. 요즘 아침 일찍 서둘러 준비를 하고 보스턴 시내로 일을 가는 딸아이를 보면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괜스레 미안해지는 것이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힘들었을 딸아이에게 졸업 후 집안에서 늦잠자고 뒹굴며 게으름 피울 때 못 본 척 놔둘 것을.

삶 속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며 또 배우며 산다. 때로는 가족의 건강이 안타까워 마음이 아프고 우울하다가도 이렇듯 가족의 기쁜 소식으로 위로를 받고 행복을 나누며 또 감사를 배우는 것이다. 인생도 이렇게 흐르는 강물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유유히 흐르고 자유롭게 살기를 기도해 본다. 세상 사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며 곁의 다른 이들을 둘러보며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오늘도 소망해 본다. 우리의 삶 가운데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의 특별함이란 이렇듯 들숨과 날숨으로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너와 내가 함께 우리가 되어 호흡하며 흘러가는 일임을 또 깨닫는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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