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58회
보스톤코리아  2012-08-06, 12:53:14 
지난가을 교회에서 바자가 있어 연세 드신 어른이 당신이 곱게 가꾸시며 키우시던 꽃 나무 여러 그루를 도네이션하셨다. 그중에서 옥천앵두(예루살렘 체리나무 Jerusalem Cherry) 세 그루를 사가지고 왔다. 세 아이를 키우다 보니 무엇을 키우거나 고를 때 '셋'이란 숫자를 좋아하게 되었고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중에 고르게 된다. 숫자 중에 3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복 삼'자라고 해서 그럴까? 짝수보다는 홀수를 좋아하는 내게 3과 7숫자는 왠지 모를 기대감이랄까? 때로는 '행운'을 그리고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생각을 한다. 착각일지는 모르지만.

지난 7월 10일에 조카딸 결혼식을 앞두고 미국에 오신 시어머님과 시이모님께서 우리 집에서 2주를 머무르시다 한국으로 돌아가셨다. 계시는 동안 미국에 살고 있는 시어머님의 두 여동생(시이모님)과 막내 남동생(시외삼촌과 시외숙모님)이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오시게 되었다. 시어른들이 우리 집에 자주 오가신다고 특별히 신경쓸 일은 없었다. 때가 되어 밥솥에 밥을 안쳐놓으면 시어머님께서 반찬은 당신께서 손수 만들어주시니 불편한 것이 별로 없었다. 내 볼일이 있으면 들락거리며 집 안팎을 자유롭게 오갔으며 시어른들이 계신다고 집안에 묶여있지 않았다.

이렇듯 시어머님이 계시니 시댁 가족들과 자주 오가게 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정을 나눌 수 있어 감사했다. 지난가을 옥천앵두 나무의 열매를 따서 말려두었다가 이른 봄에 씨앗을 집안에서 심어보았다. 신비롭도록 고운 새싹이 오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생명의 신비가 참으로 놀라운 경이었다. 새싹이 오르는 모습을 보던 친구들과 두 시이모님께서 싹 오른 것을 달라고 하시기에 종이컵에 여리게 오른 새싹을 조금씩 담아 나눠 드렸다. 옥천앵두의 새싹을 받은 친구들과 두 시이모님이 어찌나 좋아하던지 나눠주던 내 마음도 기쁘고 감사했다.
지난 5월에 겨우내 안에서 키우던 옥천앵두 세 그루를 집 앞 화단에 옮겨 심었다. 7월이 되니 물먹은 나뭇잎이 검푸르도록 싱싱하게 무럭무럭 자라 열매가 여기저기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나무를 가만히 들여다보시던 한국에서 오신 시이모님께서
"이 옥천앵두 나무 참으로 실하다." 하시며 한참을 들여다보신다.
한 그루에 세 가닥의 나무가 어우러져 함께 심어져 있는 것이었다. 이 나무는 가지가 세 개나 있어 나눠서 심어도 좋겠다고 하신다. 그 말씀을 듣다가...
"그럼, 이 나뭇가지를 나눠서 두 이모님께 드릴 것을 그랬습니다." 하고 말씀드리며.

아예 얘기가 나온 김에 두 시이모님께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에서 오신 시이모님께서는 앞뜰의 화단에 서 계시는데, 빠른 발걸음을 옮기며 뒤꼍에 있는 삽을 들고왔다. 그리고 이내 옥천앵두를 한 가지만 화단에 남겨두고 두 가지를 캐내어 따로 나눠 두었다가 두 시이모님이 우리 집에 오신 날에 드렸다. 그런데 집 앞 화단에 함께 심어졌던 두 그루의 옥천앵두의 열매는 검푸른 빛깔에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데 제 몸을 나눠준 하나는 시름시름 몸 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때아닌 분갈이에 아파하는 그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가슴이 아려 견딜 수가 없었다.
"얘, 아무래도 이 나무는 살기가 어렵겠구나!"

시들해진 옥천앵두 나무를 보시며 하시는 시이모님의 말씀, 그 말씀을 듣고 며칠을 나무에 관심을 쏟으며 이리저리 살펴 보니 작렬하는 7월의 뙤약볕에 좀처럼 견디기 어렵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살피면서 또 그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저 뜨거운 뙤약볕에서 타버리고 말 것 같아 더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집에 비어 있던 화분에 옮겨 심어 집 안으로 들여와 정성으로 물을 주고 햇볕이 잘 드는 창쪽에 몸을 놓아두었다.

이른 아침마다 옥천앵두에 물을주고 나무와 얘기를 나누고 잎을 만져주면서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나무에게 미안하다고 몇 번을 그렇게 말해주었는지 모른다. 어제까지만 해도 시름시름 살아날 것 같지 않던 옥천앵두(예루살렘 체리) 나무가 오늘 아침에는 놀랍고 신기하게도 잎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새 생명을 얻기 위해 몸 앓이를 하며 애쓰던 나무를 보면서 잠시 우리네 삶과 인생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글해졌다.
"그래, 살아났구나!"
"그래, 고맙구나! 옥천 앵두야!"
하고 나무와 한참을 얘기를 나누며 감사를 또 배웠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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