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문제
보스톤코리아  2012-08-20, 12:25:12 
얼마전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이민정책에 대해서 연설하는데 먼로라는 백인 기자가 큰소리로 질문하여 연설을 중단시키는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여 많은 핀잔을 받은 일이 있었다. 정책에 대한 잘/잘못이나 진보/보수 정치를 떠나서 대통령의 위상은 존중을 하여야 한다. 이 일에 대해 진보파 백인 저널리스트인 다날슨은 “대부분의 보수 정치파들은 오바마가 애당초 대통령이 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하며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정책을 철저히 반대한다” 고 말했다. 이런 다날슨의 극단적인 발언에 대해 CNN의 레몬이라는 흑인 뉴스 앵커는 한술 더뜬다, “정말 옳은 말이고 그런 말을 해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인종문제, 정치, 그리고 매스컴이 결합하면 얼마나 위험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미국은 이민국가이고 그래서 인종문제는 피할 수 없고 직접이든 간접적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사람이 경험하며 영향을 받는다. 그런 문제가 없는 곳에서 이민온 한국 사람들은 당연히 인종문제에 대해 민감하고 관심이 많다. 필자는‘79년에 시카고에 도착 며칠만에 토플시험을 치려고 시카고 남부에있는 조그만 대학에 갔었던 적이 있다. 전형적인 백인동네인 북부 스코키에서 시카고 시내를 거쳐 남쪽으로 갈수록 점점 어두워지고 95가에 위치한 시카고 주립대학에 도착했을 때는 대부분의 주민이 흑인이고 차에서 내리기가 두려울 정도로 험한 동네였다. 미국의 흑백문제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참으로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어떻게 남북전쟁이 끝난지가 100여년이 훨씬 넘고 이렇게 잘사는 미국에서 이럴 수가 있나 하고 혼동되었다. 하지만 ‘92년의 LA인종 폭동’을 보면서 아직 멀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변하였는가? 최근 뉴스에 의하면 시카고의 살인사건이 대부분 남부에서 일어나는데 올해 전반기 시카고 살인률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보다 훨씬 높다고한다. 믿기 힘든 일이다.

인종문제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간단할 수도 있고 한없이 복잡할 수도 있다. 보통 인종문제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인종차별(racism)로 직접 연결을 시킨다. 물론 인종은 미국의 심각한 사회 문제이긴 하나 많은 경우가 꼭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리나라 말에 “유유상종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이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피부색깔, 얼굴, 언어, 문화를 가진 사람들 끼리 더 편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흑인은 어떻고 유태인은 어떻고 하는 소위 편견도 (stereotype) 인종차별일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삼만 정도 유전자 중에 서너 개 정도가 피부와 머리카락 색깔에 관련된다고 한다. 다시말해서 DNA 차원에서 보면 흑백의 차이는 종이한장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너무 외양에 치중을 하는것 같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많은 미국사람들이 인종문제에 관한한 자기 진심을 털어놓기를 꺼린다고 한다. 이해가 간다. 그만큼 얘기하기가 불편한 소재여서 아주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가능하면 피하려고한다. 2010 인구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인종분포도가 많이 변했고 조만간 이렇다할 명백한 주류가 없는 그야말로 다민족 다인종화가 되는것이다. 그래서 보통 racism하면 흑인이나 다른 소수민족에 대한 백인의 우월감으로 인식되어왔지만 그것도 변하고 있다. 인종차별이라는 것은 그것이 racism이든지 편견이던지 아마도 인간의 본능일수도 있어서 마틴 루터 킹 박사가 염원하던 완전 인종 유토피아를 성취하기는 아마도 힘들 것 같다. 그러나, 설사 편견이 있을지라도 최소한 서로 다른 인종,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범시민적인 태도를 가진다면 좋겠다. 요즘은 “diversity”라는 말을 많아 쓰지만 80년도에는 “melting pot”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것은 분명히 인종 화해를 염두한 것이다. 비슷한 말이기는 하지만 뉘앙스가 좀 다르다. diversity는 이민온 사람들의 언어나 문화를 충분히 존중하고 상존한다는 것이고 melting pot은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미국에 왔으니 미국의 언어 문화에 잘 적응하고 흡수하여 다른 이민자들과 잘 어울리고 사는 것을 중요시 한다. 그렇다고 개인의 문화를 무시하고 소홀히 하라는것은 아니다.

곧 대통령 선거가 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의 인종문제는 한시름 놓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과연 얼마나 변했나. 2008년 선거에서 95% 의 흑인이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다고 한다. 거의 4년이 지난 지금도 오바마 대통령이 아직도 95%이상의 흑인표를 확보했다고 한다. 배우 몰간 후리만은 최근 “오바마는 미국의 첫 흑/백 혼혈 대통령이지 첫 흑인 대통령은 절대 아니다” 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취지는 명백하다. 선거를 앞둔 rhetoric 이다. 인종문제에 대해 참 많이 연연한다. 그만큼 미국이 melting pot이기 때문이다.


조봉섭
로드아일랜드 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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