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377회
보스톤코리아  2012-12-19, 16:42:23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한 해 동안 내게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버거운 일이 더 많았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그 힘든 시간을 잘 견디고 있구나 싶어 나 자신이 대견스럽고 곁의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특별히 속내 얘기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편이지만, 어릴 적 친구와는 함께 삶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서로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되어 힘을 얻는다. 인생 여정의 길을 걷다 보면 누구에게나 절망의 시간은 있다. 하지만 그 절망의 시간이라고 해서 모두가 절망을 말하지 않는다. 그 어두운 칠흑 같은 밤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것은 내일의 꿈이 있기 때문이다.

"희망을 말하라. 될 수 있는 한 자주 떠벌려라. 희망을 글로 적어라. 가능한 한 또박 또박 반복해서 적어라. 희망을 선포하라. 혼자 우물우물 속삭이지 말고 만천하에 공표하라. 그것이 더 큰 성취의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차동엽 신부"
30여 년이 훌쩍 지난 오랜 이야기 속에 이미 희망은 들어 있었다. 지금도 가까운 곳에 어릴 적 친구가 산다. 그 친구와 다른 친구 집에 가게 되었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캐톨릭 신자였지만, 철학에 관심이 많은 분이셨다. 그때 그 어머니가 우리에게 들려주신 얘기가 '말의 힘(긍정의 힘)'이었다.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의 파장이 얼마나 중요한 에너지를 가졌는지 말이다.

지나듯 들었던 말씀이 내 인생에 커다란 철학이 되고 삶의 지침이 되어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오고 있다. 어려서부터 작은 노트에 메모하기를 좋아해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으면 놓치지 않고 적어넣곤 했었다. 다른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는 커다란 삶의 방향 제시를 했다는 생각이다. 그것으로부터 시작해 무엇인가 일을 계획하고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힐 즈음에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에게 자랑이 아닌 나 자신과의 약속을 입 밖으로 선포하고 공표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것은 나 자신과의 약속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앞에 내놓은 약속이기 때문이다.

친정 막내 언니와는 다섯 살의 나이 터울이 진다. 어려서부터 언니와 동생의 성격은 너무도 달랐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언니는 아버지를 더 많이 닮았고 적극적이고 욕심 많은 막내동생은 강직하고 활달한 엄마 성격을 더 많이 닮았던 모양이다. 늦은 막내라 성격이 거침이 없기도 했지만, 그래서 때로는 그 무모함이 용기가 되어 꿈과 희망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선택한 것에 대해 결과가 어찌 됐든 후회를 잘 하지 않는 편이기에 새로운 꿈과 희망을 또 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선택에 대한 후회 없는 삶이기보다는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삶이길 바란다.

언니는 어린 시절도 그랬지만, 어른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아이 엄마가 되어서도 무엇인가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자신은 복이 없나보다고 그런 말을 자주 하곤 했었다. 다른 부분은 언니보다 많이 부족한 나이 어린 동생이었지만,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그리고 희망적인 부분에서는 늘 언니의 조언자가 되어 꿈과 희망을 얘기해주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어른들께 들었던 '너는 복이 참 많은 아이'라는 얘기가 내 삶의 힘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삶에서 어렵고 힘든 난관에 맞닥뜨릴 때마다 나 자신 스스로가 최면을 걸듯 나는 이겨낼 수 있다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세상의 나이 중간쯤에 서서 깊은 호흡으로 잠시 나를 돌아보는 이 시간에도 여전히 내게는 꿈과 희망이 나의 삶의 지표이다. 한 가정의 아내로 세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며느리로 20여 년을 살면서 그 속에서 겪으며 경험했던 희로애락의 갖가지 모양과 색깔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난다. 삶이 그렇듯 행복과 불행 그 중간쯤에서 늘 널뛰기를 하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 때로는 그 삶이 너무도 행복해 이 행복을 잃어버릴까 조바심내던 시간과 가족의 건강으로 아파했던 고통의 시간들. 그 시간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았던 것은 늘 꿈과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불렀던 그 꿈과 희망의 노래처럼 내일도 또 그 꿈과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싶기에 오늘도 여전히 꿈을 주워 모으고 희망을 가슴에 담아본다. 언제나처럼 나는 나로 있어 충분하지 않았던가. 그 누구 때문이 아닌 하늘이 지어주신 그 모습으로 넉넉한 삶이 아니던가. 하늘의 뜻을,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는 오십의 지천명(知天命)에 올라 이제는 진정 낙천지명(樂天知命)의 삶을 넉넉히 누리며 살고 싶다.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서 경험했던 그 많은 기쁨과 행복 그리고 슬픔과 아픔과 고통의 그 시간 속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여전히 삶의 감사이며 절망이 아닌 희망인 까닭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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