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381회
보스톤코리아  2013-01-21, 14:44:05 
엊그제(01/11/2013)는 한국 방문 중 화천의 '산천어축제' 행사에 참여하며 어찌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혼자 하는 여행이 가끔 보는 이에게는 심심할 것 같고 쓸쓸할 것 같아도 그런데로 호젓한 느낌을 만끽하는 데는 최고이다. 무엇이든 처음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어려워 선뜻 결정하지 못할 뿐이라는 생각이다. 홀로 하는 여행 중에 느끼는 것은 여럿이 하는 여행에서 느끼기 어려운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내어놓고 서로 오롯이 통하는 '소통'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어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하며 만나는 사람들의 얘깃속에는 흙내가 가득해 좋다.

낯선 도시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의 표정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굳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은 서로에 대해 경계하는 마음이 이미 서려있기 때문이다. 서로 믿지 못하는 마음에서 표출되는 본능적인 자기 보호인 것이다. 그것을 개인의 처해진 환경의 탓이라거나 믿지 못하는 한 사회의 문젯거리로 여기면 그것으로 답이 될까. 어쩌면 자신의 외로움을 스스로 보호하고 감추고 싶어 움츠려진 마음의 표현은 아니었을까. 서로의 만남에서 몇 마디 나누지 않더라도 자신에 대해 더욱 솔직해지고 싶어지는 것은 어느 시인의 시노래를 빌리지 않더라도 사람은 늘 외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화천에 도착하기 전 하룻밤 묵어갈 숙박에 대한 자료를 서너 군데 찾아 메모해 놓고 있었다. 늦은 시간 낯선 도시에 도착해 혼자서 숙박지를 찾는다는 것이 아직은 서툰 모습인 걸 보면 아마추어 여행자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다른 도시에 머무르며 여행을 하다가 여유 있는 낮 시간에 민박집에 전화해 방을 얻어놓았었다. 화천 '산천어축제' 행사로 가까운 곳의 숙박지는 주말에 거의 방이 모자랄 것이라는 귀띔을 가까운 친구가 해준다. 여행 준비가 철저한 그 친구의 안내로 이번 화천 여행길에 불편함 없이 여행의 시간을 아끼며 즐거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저녁 늦게 도착한 내게 사진을 좋아한다고 하니 민박집 주인님께서 밤 시간 시내에서의 '선등축제'를 일러주신다. 화천 시내에 도착해 한 30여 분을 까만 밤 오색찬란한 선등축제의 작품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고 전화를 드리니 십여 분 후에 데리러 오셨다. 그 다음 날의 안내도 놓치지 않고 친절하게 일러주신다. 이른 아침 일어나 물안개를 담아볼 수 있으면 그렇게 해보라는 말씀을 주신다. 이른 새벽 서둘러 밖에 나가 보니 밤에는 몰랐는데 이른 아침 만난 민박집 앞에는 높은 산과 그 산 아래에는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른 아침 만난 '물안개'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어찌 이리도 고마운 분들이 있을까 싶어 감동의 아침을 맞았다. 민박집 주인님께 산천어축제장까지 가기 위해 택시를 불러달라 부탁을 드리니 당신이 직접 화천 '산천어축제' 장소까지 데려다 주신단다. 물론 민박집에서 축제장까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그 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이 정성이 감사했다. 축제장에 도착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축제장을 향해 걸었다. 오전 시간인데 이미 도착해 물고기를 기다리며 낚시를 즐기는 어른과 아이들 그리고 아빠가 끌어주고 엄마가 밀어주며 즐거운 썰매 타기에 열중인 아이들의 표정은 옷 색깔만큼이나 찬란했다.

며칠 묵을 짐을 백팩에 넣어 등에 메고 무거운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화천 '산천어축제'의 오색찬란한 길을 우선 걷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 무엇부터 보아야 할지 둘러보는 중이었다. 화천 '산천어축제' 후랭카드가 즐비하게 걸린 거리를 먼저 걸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사진에 담기도 하면서 혼자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가는 길에는 토속적인 향토 음식과 옛 정취가 느껴지는 수공제품들 판매장이 늘어서 있었다. 기온이 뚝 떨어진 추운 날씨에 난롯불에 장작을 지피며 추우니 손이라도 녹이며 가라시는 정 많고 인심이 넉넉한 분들도 많았다.

무거운 카메라를 어깨에 멘 이유였을까. 화천 '산천어축제'의 홍보와 화천 전통문화 그리고 전통음식의 홍보를 부탁하시는 말씀과 함께 고운 얼굴의 '전통찻집' 주인님께서 차 한잔 하고 가라시는 정스런 말씀도 덧붙여 주신다. 살을 에는 차디찬 추운 날씨에 따뜻하고 정스런 차 한 잔의 인심은 내 마음을 그 자리에서 훈훈하게 녹이고 말았다. 당신의 가족 얘기를 짧은 시간 동안 맛깔스럽게 전해주신다. 가족이 11명이 함께 사신다면서 당신 내외분과 자식들 아들 내외와 손주 셋 그리고 아흔이 넘은 시어머님까지 모시며 사신다는 훈훈하고 흙내 가득한 삶의 얘기를 들려주신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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