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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385회
보스톤코리아  2013-02-18, 12:39:55   
이것저것 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편안해 좋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를 의식하거나 체면 따위로 자신을 가두지 않는 사람 무덤덤하게 세상과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미더워 좋습니다. 세상 나이 어려서는 서로 이것저것 재며 사느라 마음이 분주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눈에 띄고 싶어서 더 관심받고 사랑받고 칭찬받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던 그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에 와 생각하니 그 분주하고 철없던 그 시간이 참으로 우습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 시간마저도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모릅니다. 그 시간을 통해 오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바깥 활동에서의 개인의 능력이나 지위보다는 차(茶) 한 잔 앞에 놓고 마주 앉아 편안한 얘기 서로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좋아졌습니다. 비록 지금에 와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다 하더라도 삶에서 진실한 마음과 신뢰 하나로 당당하게 살아온 그 사람이면 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젊어서는 경쟁해야 하는 사회에서 서로의 키를 재느라 여유가 없이 살아왔으며 아이들을 키우면서 서로 내색하지 못한 마음과 숨겨놓은 경쟁으로 속이 불편할 때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이제는 마음속에 있던 욕심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훌훌 털어버리며 나 자신이 편안해지고 싶어졌습니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느끼는 것은 너무 무겁다는 것입니다. 가파른 산을 오르며 내심 느끼는 것은 지금보다 몸이 가벼웠더라면 산을 오르고 내리는 일이 많이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산을 올라갑니다. 어깨에 멘 배낭이 등에 진 짐이 조금 가벼웠더라면 하는 생각이 산을 오를 때마다 반복되는 버리지 못한 나의 욕심인 것입니다. 산과 가까워지면 질수록 말 없는 산은 가슴 속을 파고들며 내게 많은 깨달음을 줍니다. 욕심을 버리고 산을 오르라고 누누이 일러줍니다. 산을 오르기 전 산 정상을 올려다보면 어찌나 가슴이 쿵쾅거리는지 그 설레는 마음에 발걸음은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산을 막 오를 때의 마음 같아서야 저기 저만큼 달려가고 싶지만, 그 마음의 욕심마저도 내려놓아야 함을 산은 또 내게 일러줍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과함은 모자람만 못하다'라는 옛 성현들의 귀한 말씀이 떠오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듭니다. 아차 내가 또 욕심을 부렸구나! 하고 말입니다. 요즘은 산을 오르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산 친구들이 그 어느 친구들보다 편안해 좋습니다. 물론 공통분모가 '산 이야기'라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아 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 어느 모임에서의 대화보다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대화법은 단순하고 간결해 서로 이해하기 편안해 좋습니다.

무엇엔가 흥미를 느끼면 파고드는 성격의 나로서는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3년 차를 맞으며 산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산행을 준비하는 날 밤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것 같은 설레는 마음에 잠을 설치는 일이 많습니다. 아마도 사람을 사랑했다면 3년쯤이면 싫증이 날 시간이 아닐까 싶은데 산은 여전히 내 가슴을 설레게 하고 흔드는 것을 보면 아주 '지독한 산사랑'에 빠진 모양입니다. 요즘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의 공통점을 하나씩 찾게 되니 더욱 흥미롭고 그들 속에 함께 있는 나를 느끼며 행복에 겨워 삽니다. 푸릇한 산사람들이 좋아서 그렇게.

산사람들이 편안해진 이유를 들자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좋은 것은 맑고 순수하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좋아해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고 산을 좋아하다 사람을 만났기에 서로에 대해 더욱 진실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까닭입니다. 무엇을 채우고자 온 사람들이 아니고 자신을 내려놓고자 찾아온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이기에 서로에게 더욱 진실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무엇이라고 굳이 서로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통하는 산 사람들의 언어가 그들에게는 있는 것입니다. 산사람에게서 맡는 그 흙내는 언제 맡아도 또 맡고 싶은 냄새입니다.

이렇듯 만나 나누는 이야기는 공통분모의 화제가 산인 만큼 아직은 산에 관해 모르는 것이 많아 듣는 귀가 즐겁습니다. 또한, 산 친구들은 부족한 내게 여기저기 올랐던 산을 이야기해주며 자료(사진과 지도)들을 통해 자상하게 설명해주고 이해시켜주니 고마운 마음 가득합니다. 그 누구라도 함께 자신의 삶을 얘기하며 편안하게 산을 오를 수 있다면 인생 여정에서 좋은 친구이고 도반인 것입니다. 서로에게 그늘이 되고 쉼 터로 남을 편안한 친구인 것입니다. 이렇듯 지천명(知天命)에 오른 이 나이쯤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굳이 남녀노소를 구분 짓지 않아도 좋을 편안한 친구가 좋습니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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