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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439 회
보스톤코리아  2014-03-20, 19:08:42   
운명이라는 것에 내 삶을 걸고 싶지 않았다. 운명에 모든 걸 건다는 것은 삶에 자신 없는 이들이 자신의 게으름을 합리화하고 빙자한 못난 이름표 같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삶의 길목마다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일들 앞에서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서 그 누구의 선택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늘 세 아이에게도 삶에서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통해 엄마의 경험과 이해를 토대로 그렇게 얘기를 해주었다.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귀는 있어 듣되 사람에게는 생각과 감정과 의지가 있기에 스스로 깊이 생각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생각일 뿐 지금에 와 가만히 생각하면 운명은 이미 내 눈으로 감지할 수 없는 프리즘을 통해 와 있었음을 이제야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다. 그것은 세상에 대해 아니 젊음에 대해 아직은 자신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거울을 볼 때마다 거울 속 여자는 여전히 늙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자고 일어나면 언제나처럼 최면을 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여자에게서 하나둘 늘어나는 흰 머리카락을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인지하면서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늙지 않을 거라고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교만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특성은 자신이 준비하지 않은 뜻밖의 시간과 공간에 부딪혀 깨져야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된다는 생각이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에 사로잡혀 착각을 사는 것뿐이다.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 어리석음인 까닭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이렇다저렇다 말하기 좋아한다. 그것은 너무도 작고 초라한 자신의 삶의 일부분일 뿐인데 코끼리 허벅지를 만지고 다 보았다고 말하는 이치와 무엇이 다를까. 그저 삶은 말이 아니라 머리로 살든 몸으로 살든 가슴으로 살든 사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경험한 만큼이 자신의 삶이고 인생일 뿐이다.

내 어머니가 그랬고 내 할머니가 그랬을 그 인생은 뭐 그리 거창할 것도 그렇다고 또 초라할 것도 없다. 다만, 내게 주어진 삶에 주저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 한 번쯤은 내게 허락된 운명과 대면할 줄 아는 한 번뿐인 삶에서 자신이 주체가 되는 멋진 삶이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눈치나 처해진 환경을 미끼로 자신을 자책하거나 주눅이 들지 않는 존재 가치로 이미 충분한 누림의 삶이면 좋겠다. 바로 여기에서 지금을 충분히 사는 삶 그래서 지난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살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묶여 오늘을 잃지 않는 삶이면 좋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귀하다. 하지만 나 아닌 다른 것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기 싫고 하지 않아 문제의 발단이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나로 충분히 살 수 있을 때만이 훗날 인생의 황혼길을 걸을 때 아쉬움이나 후회가 적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에는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생명의 존귀함은 해산의 고통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도 크든 작든 아픔과 고통과 기다림의 시간 없이 무엇을 얻을 수 있겠으며 쉬이 얻은들 그 기쁨이나 행복이 오래갈까 말이다. 내가 인정받고 싶으면 먼저 다른 것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지혜인 까닭이다.

나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때만이 자유로운 나를 만날 것이다. 제아무리 생각으로 마음으로 주문을 외우듯 난 잘살고 있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삶은 생각이 아닌 지금 여기를 사는 것이다. 이 너른 세상에서 자신의 작은 존재가 얼마나 귀하고 값진 것인지 생각하면 창조주에 대한 감사가 절로 오른다. 저 바닷가의 백사장에 반짝이는 작은 모래알 하나가 저 높은 산에 구르는 작은 돌멩이 하나가 그리고 저 하늘의 해와 달과 별들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아주 작은 미물들에게까지도 말이다.

하늘이 내게 주신 낙천지명(樂天知命)의 삶의 노래를 부를 때만이 무한한 창조주에 대한 감사와 유한한 피조물인 나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혜안이 열리는 까닭이다. 마음의 눈이 열릴 때만이 나의 존재 가치를 인정할 수 있고 그럴 때만이 온 우주 만물에 존재하는 생명에 대한 존귀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 중에 내가 지금 여기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감사하지 않은가. 이처럼 나 아닌 또 다른 존재를 안 까닭에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행복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의 이유가 되었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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