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임금은 어디에 있었나?
보스톤코리아  2014-11-04, 15:17:35 
 08/22/2014

 해마다 이맘때면 무궁화가 핀다.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피어났다. 우리집 뒷마당에선 옆집 무궁화가 보이기에 그걸 안다. 무궁화가 피어나면서 날이 제법 서늘해졌다. 전혀 놀라운 일도 아니다. 팔월 말을 향해 치닫는 달력 위에 날짜일테니 말이다. 가슴 쓸어 내릴 일이 많았던 봄이었고, 여름이었다. 물러가는 더위가 근심도 걱정도 데려갔으면 한다. 서늘한 보스톤 초가을 바람이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겐가. 

  천주교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하셨다. 신자들에게는 물론이려니와 비신자들에게도 더 큰 은혜가 같이 하길 빈다. 미국에 사는 우리에게도 은혜가 같이 하리라 믿는다. 김훈 소설 흑산의 한 구절이다. 소설 속에서 오동회의 입을 빌린 기도문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민초들 목소리가 애절하다. 그 즈음 정조대왕 시절엔 조선 천주교에선 하나님을 상제上帝라 불렀다. 

“주여, 우리를 매 맞아 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우리를 굶어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우리 어미 아비 자식이 한데 모여 살게 하소서. /주여, 겁 많은 우리를 주님의 나라로 부르지 마시고 /우리들의 마음에 주님의 나라를 세우소서. 
주여, 주를 배반한 자들을 모두 부르시고 /거두시어 당신의 품에 안으소서.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예술은 역사적 사실을 자주 각색한다. 문학이란 이름으로 소설로 만들고, 영상예술로 재미를 섞어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기록영화를 만들지 않을 바에는 흥미에 감동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상업영화라면 오죽하랴.  그래야 감동도 짙어지고 기름져진다. 다시 소설가 김훈이다. 그 작가의 소설  ‘칼의 노래’로 이순신 장군과 나는 재회했다. 몇 년전이었는데, 읽으며 전율했고 읽으며 울컥했고 서늘했던 기억이다. 명량이란 이순신 장군의 한국영화가 대단한 모양이다. 

  말 잘하는 이들이 말했다. 이순신 장군님의 연세, 사오십대 중년에게 책이 많이 읽혔다했다. 영화 명량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는데, 특히 중년층에서 인기라던가. 소설을 쓰는 작가의 나이와 이순신 장군의 연세가 같았다고도 했다. 소설을 읽던 나 역시 비슷한 연배였다. 영화의 주연배우 나이도 그 나 이란다. 이런 걸 공감이라 하고, 공명共鳴이라 억지로 가져다 붙인다. 공명이란 말은 자연과학 용어다. 주파수가 맞으면 에너지가 증폭된다는 말이다. 쉬운 말로, 그저 공감폭幅이 더 넓어진다고나 할까. 중년의 마음은 중년이 알아주는 터. 힘내시게 중장년. 아직도 배가 12척이나 있지 않던가. 헌데, 명량대첩 시간에 선조임금은 한양에 있었던가, 의주義州에 있었나.

  또 김훈이다. 그의 소설 남한산성의 구절이다. 상재남한산성(上在南漢山城). ‘임금은 남한산성에 있었다.’ 조선 인조실록에 사관이 기록했던 대목이다. 상재대한민국(上在大韓民國). 천주교 교황님도 팔월 그날 광화문에 있었고, 이순신장군 동상은 광화문에 있다. 참, 한국대통령이 몇시간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궁금하다 했는데, 그가 경내에 있었다고. 그건 국가기밀사항이 아니던가. 상제청와대(上在靑瓦臺)라고 사관史官은 그 시각을 기록할게다. 청와대는 광화문 바로 뒤편이다. 

  지난 주엔 광복절을 맞았고, 교회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오랜만에 부르는 애국가로 가슴이 울컥하는건 무슨 심사인가. 그나마 가사를 기억하는 건 스스로 대견하다.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너는 땅에 있음이니라’ (전도서 5:2)

김화옥(보스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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