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none of my business
보스톤코리아  2014-11-05, 13:11:10 
2014-10-03 

 보스톤에 처음 이사 왔을 적이다. 보스톤 다운타운에 볼 일이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 했다.  먼저 탄 승객이 보였다. 습관대로  눈인사를  보태  ‘하이’ 라고 인사하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무반응인게다.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의 눈길은 올라가는 층수 붉은 디지털 숫자만을 세고 있는듯 했던 거다.  나만 싱거운 사람 되었다. 

  어색했다.  멋쩍음이 그에게서 풍기는 진한 로션 냄새에 얹혀졌다. 슬쩍 그의 뒷통수만 쳐다 봤고, 뒷모습은 완강해 보였다. 역시 듣던 보스토니안의 모습이었던 거다. 엘리베이터 안 공기는 팽창하기 시작했고, 실온室溫은 올라가고 있었다. 숨을 쉴 수 없었고, 두통이 밀려왔다. 그러니 그가 먼저 내리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바. 그게 내가 살아남아  엘리베이터 여행을 무사히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도라 여겼으니 말이다.  짧은 이 삼분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의 숨소리와 뒷모습에서 그는 내 눈길을 의식하는 것 처럼 보였던 거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애써 내 눈길을 무시하고 있었다. 끝내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먼저 내렸다. 하지만  이제는 숨쉴 수 있어 안도 했다. 막혔던 내 숨구멍이 뚫렸다는 말이다. 후우하고 참았던 숨을 내쉬고 회생했던 거다. 아스피린 먹은 것처럼 두통도 사라졌다.

  나중에 들었다. 애써 무관심한 척 하는건 보스토니안들의  일반적인 행동양태라 했다. 그렇다고 이 북동부 양반들 남의 일에 아주 무관심한 건 아니란다. 볼 것 다보고, 들을 것 다 들으면서도 남의 일에 관심 없는 척이란다. 무관심한 척 하는 것과 무간섭이 오히려 배려라는 걸  믿고 있다는 말이다. 이걸 아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래 전이다. 같이 일하던 동료가 회사를 옮겼다. 몇 달 후 그의 방문을 받았다. 그에게 인사치레 질문을 던졌다. 새 일터가 어떠냐? 은근히 새 일터가 못하다는 대답을 기다렸다. 허걱, 대답이 명쾌하다.  ‘다르다.’  우리 회사와 현재 일터는 우열을 가릴수 없고, 호불호가 없이 그저 다르단다. 오랜만에 듣던 명답이다.  그 동안 난 그저 선후와 우열만을 생각했던 모양이다. 좌우에 다름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한국에서 싸움을 말리던 두 사람이 오히려 경찰서에 끌려갔단다. 집단구타 당하는 걸 목격하고 참지 못했던 거다. 제 일도 아니면서 말이다. 의협심이 뭔지. 오지랍이 넓은 건지. 그래도 우리네 정서는 그냥 지나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가 살아온 방식인게다. 그건 다르다. 이걸 B급정서라 하고,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면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싸움에 엉겁결에 끼어들었던 두 사람은 여전히 칭찬받아 마땅하다. 영어에는 ‘It’s none of my business’ 란 말이 흔히 쓰인다. 문화의 차이인가. 정서의 차이인가. 보스톤과 서울은 오천마일이상 떨어져 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살인이나 도둑질이나 악행이나 남의 일을 간섭하는 자로 고난을 받지 말려니와’ (베드로 전 4:1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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