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465회
보스톤코리아  2014-11-05, 14:13:04 
2014-09-19

막말이 도를 넘으면 망말이 되고...

살면서 별 특별한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생각하면 몹시 서운하고 화가 치밀어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던가 늘 마음에 믿음으로 있었을 때 더 깊고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전에 아무런 예고 없이 무차별하게 발사해버린 말의 무기는 참으로 무서운 언어 폭력이다.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는 그 상대방의 인격(人格)을 존중해야 할 의무와 책임 그리고 존중받아야 할 권리도 있기에 격(格)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하기에 말에 있어 격(格)이 없는 막말이 지나치면 망말이 되는 것이다. 

글쟁이의 고질병이랄까. 어느 특정한 장소가 아니더라도 오가며 지나치다 듣는 말 중에 귀에 베큠이라도 달린 듯 들으려 애쓰지 않았는데 빨려오듯 들려올 때가 있다. 특별히 우리 부모님 세대쯤에 계신 어른들의 대화에서 많이 느끼는 부분이다. 그것은 조용하셨던 내 아버지도 내 어머니께 자주는 아니었지만, 아주 가끔은 무례한 언성으로 계셨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결혼 후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2년 6개월을 살면서 친정 집에서는 보지 못했던 심한 가부장적인 모습에 많이 놀라기도 했었다. 그것은 우리 나라의 유교사상에서 비롯된 유교적 교육이 큰 몫을 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의 탓으로 돌려야 할까. 부부라는 이름으로 언제나 무조건 행하는 이는 남편이고 늘 참고 받아야 하는 이는 아내일까. 그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생각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며 그 습관은 인생을 만든다고 하지 않던가. 어느 상황에서 갑이 늘 갑이 되고 을이 늘 을로 남는다면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그것은 같은 일에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수위는 높아지기에 갑은 갑으로서 을은 을로서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만큼 둘의 관계는 수평을 유지할 수 없는 주종의 관계인 수직으로밖에 남을 수 없는 까닭이다.

가끔 우리 집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국말이 서툰 시절에도 남편은 아내인 내 귀에 듣기 거북한 격(格) 떨어진 말을 툭 던지곤 했다. 이것은 어디서부터 흘러온 말일까 말이다. 순간, 찰나의 시간에 '쏴!'한 바람이 이십 여년의 세월 속을 훑고 지나는 것이다. 날카롭게 촉 세운 화살은 남편을 관통하고서도 모자라 곧장 시아버지께로 달려간다. 아뿔싸! 기억에 남은 나쁜 생각들은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면 희석되어 없어지는 줄 알고 살았는데 그것이 아닌 까닭에 놀란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결국, 날카로이 촉 세운 화살은 나의 가슴에 박혀 멈추었으니 말이다.

가끔은 글을 쓴다는 것이 무서울 때가 있다. 내 생각과는 달리 한 바퀴 돌고 돌아 날 세운 무서운 무기가 되어 위협하며 달려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이란 것을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잘라내고 깎아내고 씻어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지 않은가. 특별히 내 마음에서 의도한 나쁜 마음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적어 내려가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다. 굳이 남편의 흉을 보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시아버지의 위신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은 더욱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글을 이어가기 위한 가닥을 찾아가기까지 어떤 예를 들자면 제일 편안한 것이 내 가족이 아니던가.

남편의 고집스러운 성격은 보통 때는 여느 남자들처럼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아내의 하는 일에 일일이 참견을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욱'하는 성격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커녕 생각도 없이 격(格) 떨어진 말부터 툭 던져버리고 만다. 이럴 때마다 울컥 올라오는 울화를 참느라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것은 결혼 후 시어머님께로부터 배워진 관습에 길들여진 습관처럼 그렇게 미덕이라 여긴 아니 지혜라고 자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결혼 후 시어머님은 시아버님의 말씀에 단 한 번도 이렇다저렇다 의견(토)을 내놓지 않으셨다. 그 상황에서 며느리의 의견은 버릇없는 말대답일 뿐이었다. 

이렇듯 우리 부모님 세대에 계신 어른들의 가부장적인 모습은 여느 가정에서도 거의 비슷하리란 생각을 한다. 가끔 지나다 연세 드신 어른들 중 남편이 아내를 챙기시는 모습을 만나면 참으로 고맙다. 설령, 그 모습이 집 안에서보다 밖에서 조금은 지나친 모습처럼 보일지라도 말이다. 한 번 던져져 떨어진 말은 주워담을 수 없으며 깨어지고 만다. 말에 담긴 에너지의 파장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큰 힘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생각 없이 던지는 막말이 도를 넘으면 망말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서로에게 꿈이 되고 희망이 되는 긍정적인 말이 서로를 살리는 까닭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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