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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472 회
보스톤코리아  2014-11-10, 13:51:57   
음력 동짓달 추운 겨울날에 태어난 이유인지 나는 무더운 여름날보다 찬 기운이 도는 겨울의 길목에서 만나는 이 계절이 참 좋다. 특별히 사계절을 모두 만나고 느끼고 누릴 수 있는 곳에 산다는 것이 내게 감사이기도 하다. 그 사계절 중 가을과 겨울의 샛길의 십일월을 그 어느 계절보다도 좋아한다. 이른 아침 코끝이 찡~ 해지고 옷깃을 여미게 하는 십일월. 이 십일월이 되면 나는 뭔지 모를 설렘에 혼자서 즐거워진다. 이렇게 주섬주섬 마음에서부터 새로운 시작의 바람이 분다. 남들은 따스한 봄날에, 꽃피는 봄날에 가슴이 설렌다는데 나는 언제나 십일월이면 가슴이 설레고 마음이 꿈틀거린다.

십일월                /신 영

붉게 물들이던 햇살은
여름내 뜨거운 사랑 나누더니
가을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

주고도 모자라
서성이는 그리움의 그 사랑
떠난 자리 남아 기다린다
 
만나고 헤어지고
떠나고 보내는 인연 속에
네 자리 내가 있고
내 자리 네가 있다

바람은 불고
물은 흐르는데
어찌 너와 나만 멈출까.
 
아픔도 지나면 기쁨이고
슬픔도 삼키면 맑아지듯
네 고통이 내 몸을 돌고 돌아
내 마음과 영혼을 만날 때
 
너와 나 
하나의 맑은 영혼으로 남으리.

내 나이 마흔에는 '멋진 여자'로 살고 싶다고 마음의 간절한 기도를 올렸었다. 아마도 그때가 단풍잎 비바람에 떨어지고 낙엽이 흩날리던 서른 아홉 해 11월쯤일 게다. 그리고 내 마흔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렇게 십년을 정말 멋지게 신바람 일렁거리게 살았다. 그 멋진 삶 속에는 잊지 못할 아픔과 고통과 시련이 함께했음은 물론이다. 그것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우리의 삶인 것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참고 견디는 인내를 배웠으며 더욱 멋진 삶을 위해 몫과 값을 치렀는지도 모른다. 지난 10년을 가만히 돌이켜 생각하니 감사가 절로 차오른다.

이제 미국 나이 쉰을 맞고 쉰하나를 마중하고 있다. 그럼 한국 나이로는 쉰둘이 된다는 얘기다. 아직은 젊고 기운 있어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내 나이 마흔에 '멋진 여자'로 살고 싶었던 마음처럼 내 나이 쉰에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살고 싶다고 그렇게 간절한 마음의 기도를 올렸다. 어린아이들이 크려면 심하게 홍역 앓이를 하던가 무섭도록 큰 병을 앓든가 하는 것처럼 나 역시도 마흔아홉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의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난 그렇게 쉰을 맞으며 아름다운 여인으로의 시작을 머뭇거리지 않고 성큼 한 발을 내디뎠다. 정말 '아름다운 오십'을 위하여 그렇게.

'때'라는 것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세상 나이 오십에 올라서야 이제 조금씩 알 것 같다. 그 '때'는 나 자신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일이 되었든 간에 내가 원한다면 열심히 그 일을 위해 성심성의껏 노력하고 기다려야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노력 없이 되는 것이 그 하나라도 있을까 말이다. 요즘은 정말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누구의 수고라 할지라도 그 수고의 값이 얼마나 귀하고 값지고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간다. 자신의 삶이 소중한 만큼 다른 이의 삶도 귀한 까닭이다.

이렇듯 아침저녁으로 코끝이 찡해지고 옷깃을 여미게 되는 11월에는 뭔지 모를 꿈틀거리는 기운이 가슴 속에서부터 올라온다. 무엇인가 설렘과 함께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꿈틀거리는 것이다. 나뭇가지의 잎들이 하나둘 바람에 흔들리고 잎을 떨낸어 나무들이 깊은 호흡을 시작하는 이맘때쯤에는 나도 그들과 함께 깊은 호흡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과 마주하며 힐링을 시작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니 상쾌해지고 그 말간 기운의 에너지가 좋아서 펄쩍거리며 무엇인가 시작하고 싶어지는가 싶다.

11월에 서면 마음의 설렘이 시작되고 가슴 속에서 일렁이는 꿈틀거림이 나를 요동치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11월은 내게 시작의 계절이다. 이런 말간 기운을 곁의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 감사하다. 엊그제는 아트쟁이 셋이서 우연하게 만났는데 나와 비슷한 기운을 가진 동생과 함께 있으니 어찌나 즐겁고 행복했던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두 동생을 바라보던 조용한 언니가 그 기운을 받았는지 덩달아 신바람이 일어 좋아라 한다. 이렇게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나누며 살고 싶다. 큰 욕심보다는 지금에 누릴 수 있는 분량만큼 그렇게 만나고 느끼고 표현하며 그렇게 누리길 소망해본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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