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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477 회
보스톤코리아  2014-12-15, 12:10:19   
이번 여행에서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면 전주에서의 며칠이 참으로 가슴 따뜻한 느낌으로 있어 행복하기 그지없다. 몇 년 전 전주를 찾았을 때도 둘러봤던 곳인데 가슴으로 만나기보다는 눈으로 구경했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차근차근 만나보고 싶어졌다. 전주에는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이 몇 계신다. 전화 한 통화면 마주 앉아 맛난 저녁과 곁들인 차 한 잔 그리고 그윽한 곡주 한 잔으로도 넉넉한 만남이 될 선생님들이 몇 계신 것이다. 이를 충분히 알면서도 내 마음을 뿌리치며 연락을 드리지 않고 홀로 오롯하게 여행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여행에서는 '혼불'의 최명희 선생을 마음으로 가슴으로 영혼으로 제대로 만나고 싶어서였다. 한 이틀 여행을 계획하고 전주로 출발했었다. 숙소를 미리 정하지 않은 이유로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기사분께 한옥마을로 가자고 부탁을 했다. 그것은 저녁도 먹어야겠고 숙소도 그쪽으로 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저녁을 먹고 잠시 한옥마을 주변의 숙소(민박)를 둘러보니 미리 예약한 것이 아니라 가격도 그렇고 마음이 영 편칠 않았다. 아무래도 시내의 화려한 네온사인의 숙소를 찾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꾸고 시내를 향했다.

그렇게 숙소를 정하는데 친절하고 숙박하기에 경제적으로도 좋은 주인을 만났다. 그렇게 같은 장소에 이틀을 머물며 전주의 한옥마을과 최명희 선생 문학관을 돌아보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주목적인 조카의 결혼식을 마치고 제대로 여행 스케줄을 책크하기 시작했다. 그러데 이상하리만큼 전주의 도시가 마음에 그렇게 남는다. 아무래도 최명희 선생의 무덤을 둘러보지 못해 마음에 못내 서운함이 남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다시 전주를 찾기로 마음을 먹고 전주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물론, 지난 여행에서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던 숙소의 주인장이 감사해 자연스럽게 숙소를 정했다.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일찍 서둘러 전북대학교의 학술림(생태공원)이기도 하고 최명희 선생 무덤이 있는 건지산 중턱의 '혼불문학공원'을 다시 찾게 된 것이다. 최명희 선생의 무덤을 찾으러 올라가는 길에 반갑게 맞아주기라도 하듯이 하늘과 땅을 이어 눈송이가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직은 오가는 이가 보이지 않아 '혼불문학공원'비 앞에서 내 모습도 함께 담고 싶었는데 그만 담지 못하고 무덤 앞에서 모습 하나 담아왔다. 그렇게 공원을 돌아내려 오는 길에 눈송이가 굵어지더니 이내 눈으로 바뀌고 전주의 '장덕사'가 있어 둘러보는데 가히 눈이 쌓이고 덮이는 작은 사찰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그 다음 날은 남원으로 갈 계획으로 있었다. 최명희 선생 문학관이 처음 세워진 곳이기도 하기에 한 번 더 만나고 돌아오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전주에도 눈이 내렸지만, 서해안 쪽에 폭설로 주변에도 폭설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망설이다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다시 서울행 버스를 타려고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 출발 시간이 40여분이 남은 터라 무얼 할까 싶어 터미널 대합실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반갑게도 '북 카페'라는 푯말에 도서들이 가득 찬 책장이 보인다. 그리고 작은 책상에 '방명록(도서명부)'이 얹혀있고 마스크를 한 할아버지 한 분이 허름한 걸상에 앉아 계신 것이다.

그래서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 내 '북 카페'에 나도 기웃거리며 책장 안의 책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박경리 선생의 시집 우리들의 시간'을 꺼내어 들었다. 테이블의 방명록과 작은 의자에 앉은 할아버지께서 도서목록에 서명해달라고 하신다. 그렇게 서명을 하고 책을 뒤적거리던 중 할아버지와 잠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처럼 시외버스터미널 공간에 '북 카페'가 있어 참으로 넉넉해 보여 좋다고 말씀드리니 할아버지 하시는 말씀이 요즘은 다들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 책을 보는 이들이 많이 줄었다면 쓸쓸한 표정을 지으시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북 카페'가 열리게 된 것은 8년이 되었는데 처음 시작에 도움을 준 곳이 전북시립도서관이며 지금은 도지사가 되셨지만, 그때는 시장을 하셨던 송하신 도지사님의 따뜻한 마음의 후원과 배려가 있어 가능했었다고 몇 번을 거듭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신다. 당신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와 일을 하고 있지만, 덕진노인복지회의 여러 노인분들이 돌아가며 함께 일을 하고 있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아끼지 않으신다. 이 노인의 말씀을 들으며 전주의 시외버스터미널 '북 카페'에서의 나눔이 어찌나 마음이 훈훈하고 따뜻하던지 차갑고 매서운 섣달 추운 날씨에도 훈훈한 정이 아직 남아 흐르고 있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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