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보스톤코리아  2014-12-29, 12:29:54 
날이 추우면 물은 얼어 얼음이 된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학자는 쉬운것도 폼잡고 말한다.  ‘물은 섭씨 영도零度에서 얼음이 된다.’ ‘물의 어는점, 곧 빙점氷點은 액체인 물과 고체인 얼음이 공존하는 온도’. 다시 비와 눈이 섞였다. 비가 더 우세했다. 보스톤 기온은 섭씨 영도零度 근방인 모양이다. 그러니 날씨는 짖궂어 을씨년스럽다. 그나마 눈이 아닌게 다행이다. 그게 눈雪이라면 눈벼락에 설경을 애써 즐겨(?)야 할지도 모르는 터.  
성탄절 즈음에 모두 안녕들 하신지.

  아이에게 물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을 아느냐?’  ‘Who?’ 돌아온 대답이고 당연한 반응이다. 아이가 알기에는 너무 오래됐다. 그룹 멤버들 이름이 폴과 아트였는데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를 기억하시는가. 라디오에서 다방 뮤직박스에서 길가 전파사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던 그 노래다. 나 역시 자의반 타의반 자주 들었기에 기억하고 있다. 올라가는 목소리는 갈라지지 않았고, 음률은 고왔다. 소리치지 않아 괴성이 없으니 안온했던 게다. 헌데, 이 노래는 가펑클이 혼자 불렀던가?

When you're weary Feeling small/When tears are in your eyes/I will dry them all
 I'm on your side/When times get rough/And friends just can't be found/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당신이 지치고 초라할 때/당신 눈에 눈물이 고일 때, 당신 눈물을 닦아 드릴께요.
내가 당신과 같이 있겠어요/오, 세상살이 힘들고/친구도 없을 적에/이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내몸을 눕히겠어요.’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Bridge Over Troubled Water)

   요사이 오고가는 차안에서 이 노래와 사이먼과 가펑클을 듣는다. 아주 오래전에 차안에서 뒹굴던 시디인데, 찾아서  듣는다. 노래는 다시 들어도 편안하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내 한몸을 눕혀 다리가 되겠어요.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은게 언제였던가 싶은데, 사이먼 앤 가펑클도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 

  해마다 성탄절 즈음이면 사건사고가 연달아 터진다. 또 하나 사고가 터졌다. ‘땅콩사건’ 이란다. 덕분에 신문 방송들만 신났다. 사건과 이슈에 목말라 했을 참인데 말이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성탄절과 같이 하는 선언인데, 세상이 어지러워 그런가. 험한 세상이라 이런가. 그것도 아니면, 사건 할당량을 채워야 하기에 그런가. 하늘과는 달리 땅에서 들리는 소리는 살벌하고 우울하다. 쉬어 갈라진 목소리에 흉흉한 풍문만 무성하다. 

덩달아, 세상만사 통달듯한 논객에 식자識者들이 제각각 한마디씩 늘어 놓는다. 그러나 총론은 옳고 지당하건만, 각론이 오활하다. 말은 그럴싸 한데, 도무지 뭘하자는 소린지 막연하다. 진단은 있는데, 처방은 어리숙하다. 차라리 귀도 닫고 입도 닫고 싶다. 가만히 내리는 겨울비 소리만 듣고 싶은 게다. 

  대한항공 회장님 사과문謝過文을 얼핏봤다. 딸을 잘못키워 미안하다고? 딸이 잘못한 일인가 아니면 그 회사 부사장이 사고를 냈는가? 아리송하다. 사고는 있는데, 뒷수습은 엉성한게다. 하나마나한 소리는 안하느니만 못할 터. 아아, 귀막고 눈감고 누워야 할­지니. 편안히 쉬어야 겠다. 사이먼 가펑클의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를 듣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험한 세상에 사는 당신, 그래도 메리 크리스마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 11:2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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