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양들의 침묵
보스톤코리아  2015-01-12, 12:06:30 
  정월 초하룻날 밖에 나갔다. 너무 추워 거의 동사凍死 하는 줄 알았다. 재치기와 콧물에 감기만 데리고 들어왔다. 지난주 겨울날이 춥지 않다고 입방정을 떨었다. 벌을 단단히 받는 모양이다. 
  새해 아침상에 떡국은 드셨는지.

  올해는 양의 해다. 양들의 침묵은 영화 제목이다. 조디 포스터와 앤소니 홉킨스가 나오던 공포영화인 게다. 동물농장. 서수남과 하청일이 ‘동물농장’을 불렀다. 영문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대학에 들어가니 ‘Animal Farm’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었다. 게다가 원어로 읽어야만 했다. 읽기는 커녕, 어렵게 따라가면서 주섬주섬 대충 넘겼다. 내용은 골치 아프다. 책에선 돼지의 반란이고, 양들은 우매한 대중이다. 오늘은 동물농장을 차린다. 

  옛적 이스라엘에선 양羊 일곱 여덟 마리에 두세마리 염소를 같이 키운다고 했다. 염소는 양羊에 비해 활발하므로 쉬지 않고 휘젓고 다닌다. 그 바람에 얌전한 양들은 긴장하고, 양들 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했다. 헌데 그런 염소들은 여전히 선하지 않은 부류로 취급당한다. 양은 선하고, 염소는 배드가이가 된다는 말이다. 양에 비해 염소는 꽤 부지런해 보이는데도 말이다. 너무 설치는게 흠결이던가? 사촌간일텐데, 조금은 다른듯 싶다. 양이 몰려 다닐 적에, 염소는 혼자 다닌다. 

‘일본인을 게을러 보이게 만들 수 있는 세계유일의 국민은 오직 한국인 밖에 없다.’ (뉴스 윅크) 말을 바꾼다. 양들을 게을러 보이게 하는 유일한 가축은 오직 염소밖에 없다. (김모 씨)

  한국 신문에서 읽었다. 한국 모 정당이 해산되었다 했다. 헌법재판소 판결문의 한 구절이 인상적이다. ‘뻐꾸기 알을 그대로 둔채 뱁새는 자기새끼를 모두 잃는다.’ ‘뻐꾸기 알을 밀어 내야 하는 건 어미뱁새가 해야 하는 몫이다.’ 딱딱할 법한 법 판결문에서 매우 이례적인 구절이다. 하긴 뱁새의 알과 뻐꾸기 알은 모양이 다를 게다. 어미뱁새의 눈으로 보아도 쉽게 구별 할수 있을터. 게다가 아무리 뱁새라 해도 설마 제가 낳은 알인지 아닌지 눈을 감고도 찾을수 있을게다. 양과 염소는 다르긴 다르다. 더욱 뻐꾸기와 뱁새도 크게 다르다. 그러니 뱁새가 뻐꾸기 알까지 품을 수는 없다했다. 둥지가 넓다 해도, 뻐꾸기와의 동거는 불편한게다. 구별은 해야 하고 솎아 내야 할건 솎아내야 하는가 보다. 양을 염소와 구별하듯 말이다.

  올해는 푸른색 양이란다. 청양靑羊이라. 작년에도 푸른색 말이더만 올해도 푸르다. 상상의 동물일테지만, 푸른색 양은 어색하다. 잉크를 뒤집어 쓴듯 하니 말이다. 애들 머리 염색한 것처럼 애교스럽지만은 않다. 푸른 풀밭에서 노니는 흰색 양은 생각해 봤어도, 푸른색 양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게다. 그런 양들이 요새는 어떻게 지내던가. 몰려다니는 양들이 각개돌진하고 있나? 양들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가? 하긴 그 본성이 가긴 어딜 가겠는가. 그래도 올해에는 아주 조금은 입을 열었으면 한다. 염소에게 대들 줄 알아야 하고, 염소에게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한국인이 양처럼 순하다 했던가. 토끼처럼 양순하다 했던가. 그래서 하는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양이 오른편일적에 염소는 왼편이다. 

‘양은 그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두리라’ (마태 25:31)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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