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485회
보스톤코리아  2015-02-16, 12:15:48 
그럭저럭, 어영부영 아이들을 키우고 아이들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나를 돌아볼 시간쯤이면 훌쩍 세상 나이 예순에 가까워 있다. 곁에서 이런 분들을 여럿 보았다. 나 역시도 오십 줄에 들었으니 얼마 남지 않은 나이인 게다. 그렇다, 참으로 짧은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더욱이 그 시간을 제대로 챙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부터는 다른 이를 위한 시간이 아닌 철저히 나를 위한 시간이어야 한다.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또는 그렇게 되겠지 하는 식의 바람은 결국 또 하나의 후회를 만들고 과거에 사로잡히게 한다. 이렇게 어리석은 삶의 반복은 후회만 남길 뿐이다.

어려서는 막연하게 느껴지던 삶이 나이가 들수록 소중한 것은 앞에는 비켜갈 수 없는 '확실한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삶을 제대로 챙기며 나 자신을 위한 시간 관리가 결국 잘 죽을 수 있는 준비는 아닐까 싶다. 과거에 사로잡혀 현실을 잊어버리는 아까운 시간과 미래에 저당잡혀 현실을 잃어버리는 시간. 가만히 생각하면 너무도 어리석은 것이다. 세상에 후회 없는 삶이 있을까마는 후회보다는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는 삶이면 좋겠다. 지금 여기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을 때만이 후회가 적어지는 것이다. 오늘이 결국 어제의 내일이고 내일의 오늘인 까닭이다.

가끔 삶에서 자기 자신은 없고 다른 사람의 삶이 자신 속에 들어와 있는 이들을 몇 보게 된다. 그 모습을 바라 보다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신의 삶의 주체는 자신인데 자꾸 다른 사람과 비교하다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아까운 세월을 흘려보낸다. 이것저것 해보려다 제대로 된 한 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사는 것이다. 이 사람이 이것을 하면 나도 이것이 하고 싶고, 저 사람이 저것을 하게 되면 또 나도 저것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우왕좌왕하다 보면 자신에게도 불만이 생길뿐더러 남편이나 아내 그리고 가족들에게 어리석게도 짜증만 늘기 마련이다.

이렇듯 비교하며 사는 삶은 결국 자신에게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으로 현실을 외면한 채 후회로 반복된 삶이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삶은 언제나 현실은 과거 속에서 후회의 그림자를 만들고 다시 또 현실을 외면하고 과거를 살게 한다. 나와 대면하는 시간이 우선 필요하다. 내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식과 부모를 챙기며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내 능력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나의 에너지가 다 소진된 후에 자신을 돌아보며 땅을 치고 후회에도 그것은 소용없는 넋두리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는 늘 깨어 지금 여기에서 오늘을 살아야 한다. 그것은 늘 다른 사람, 다른 것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나 자신의 소중한 시간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나를 챙길 수 있을 때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돌볼 수 있고 챙길 수 있는 이유이다.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때만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까닭이다. 나 자신도 나를 잘 챙기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챙겨주기를 바랄까. 다른 사람 역시도 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나를 진정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철저히 사랑할 준비가 된 것이다. 우선 나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 연습을 해보자.

남편에게 사랑받는 아내나 남편은 밖에 나가서도 다른 사람에게서 귀함을 받는다. 물론 자식이나 부모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어찌 사람뿐일까. 내 집의 강아지는 또 어떨까. 이처럼 우리는 쉬이 생각하며 행동하는 작은 것들 하나하나에도 나를 빼어놓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진정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잊지 말라는 얘기다. 남에게 거들먹거리며 잘난 체 하라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자기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먼저 '내 마음 잘 챙기기'부터 시작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를 잘 챙기며 살다 보면 진정한 자기 사랑이 싹트게 되고 자라 넉넉하게 되는 것이다.

삶에서 미련한 것처럼 어리석은 것이 또 있을까. 친구도 마찬가지다. 아주 특별히 똑똑하지는 않더라도 미련한 친구를 옆에 두었다고 생각해 보자. 요즘처럼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에서도 미련에는 약도 없단다. 그렇다, 조금은 서로에게 현명한 친구로 마주하면 좋을 일이다. 사실, 똑똑하다는 것도 미련하다는 것도 어찌 보면 바라보는 사람의 편견에서의 느낌일게다. 그러니 그것도 다른 사람을 그렇게 바라보고 느끼고 판단해버린 나의 어리석음의 한 단면일 게다. 어찌됐든 다른 사람이 아닌 '내 마음을 잘 지키고 나를 잘 챙기며' 미련하지 않은 '현명한 이기주의자'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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