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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485회
보스톤코리아  2015-02-20, 15:42:39   
어느 관계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자신만이 간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부부가 되었든 부모 자식이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간에 말이다. 설령, 부부간이라 할지라도 섣불리 건드렸다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일이 얼마나 많던가. 아내가 시댁에 대한 얘기나 남편이 친정에 대한 얘기가 오가다 보면 심사가 편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그쯤에서 멈추면 좋으련만 더도 들도 아닌 한 발자국만 더 가면 폭발 직전이 되는 것이다. 결혼 초에는 서로 달콤한 사랑의 이름으로 개의치 않고 넘어가는 일이지만, 결혼 생활 10여 년을 지날 때쯤에는 심사가 조금씩 뒤틀리게 마련인 것이다.

3월이면 결혼 26주년을 맞는다. 내 경험을 비추어 보더라도 참으로 많은 일들이 우리 부부 사이에도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친정 가족 없이 홀로인 내게 시아버님 형제•자매와 시어머님 형제•자매를 합하면 족히 40 여 명이 훌쩍 넘는 숫자였다. 그러니 그 어떤 이유를 들거나 까닭을 들추지 않더라도 저절로 물리적인 압박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고 심리적으로부터 오는 부담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한 마디로 표현하자만 '시집살이'가 될 것이고, 더 나아가 관계의 소통이 어려워지면 '화병'이 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 시간을 그 세월을 참 잘 견뎌왔다.

이제쯤에는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보다는 비켜가는 길을 알게 되었다. 적당히 내 의사 전달을 하면서 섣불리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는 지혜를 터득한 것이다. 지혜란, 경험과 이해의 바탕에서 생긴다고 하지 않던가. 결혼 20여 년이 되도록 살면서 지금까지 티격태격 한다면 그 누구의 탓이 아닌 자신을 잠시 돌아다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부부 사이가 되었든 가족이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그 어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게다. 그 어떠한 관계에서도 적당한 거리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의 여유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삶의 지헤고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부부간에도 소소한 아무것도 아닌 일에서 싸움은 시작이 된다. 그것이 불씨가 되어 목소리가 커지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거듭하게 되면 서로에 대한 감정은 극도로 악화되는 것이다. 똑같은 식의 방법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다 보면 어느 정도까지는 그 아픔을 견디기 힘들지만, 그것이 계속 반복되면 서로 지치게 되고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서로 보듬어 주며 살아도 부족할 사이에 서로에게 아픔과 상처와 고통을 남겨준다면 이 얼마나 안타깝고 서글픈 일일까. 서로 한 발자국씩 물러서서 생각한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고 이해되지 않을 것이 없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떤 일에서든 내 탓이 아닌 남의 탓으로 돌리기에 변화 없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나와 다른 너를 조금만 이해해 준다면 아니 나와 다른 너를 인정만 한다면 별 탈 없이 지나갈 일들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무작정 틀렸다는 식의 이 방식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말이다.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으로부터 출발한 원인인 이유이고 그에 따른 결과인 까닭이다. 그러니 상대방이 어찌 나를 편안하게 대할 수 있겠는가. 누구에게든 나 자신이 인정받고 싶으면 먼저 상대방을 인정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어려우면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보는 연습을 하면 나 자신이 우선 편안해진다.

부부나 가족의 관계는 아무래도 객관적이기 어렵고 주관적이기 쉽지만, 친구 관계에서는 더욱이 서로의 공간이 필요하고 거리의 간격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상대가 들려주는 만큼만 들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간혹, 다른 친구의 삶에 끼어들어 이러쿵저러쿵 섣부른 참견을 시작하면 이것이 문제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그것도 다른 것도 아닌 남의 부부간의 문제에 참견 아닌 참견을 시작한다면 참으로 무례한 것은 아닐까 싶다. 중년쯤에 있는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여자들은 주로 남편 얘기를 하는데 남자들은 주로 무슨 얘기를 하며 마주하는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인생에서 나 자신의 삶도 때로는 추스르며 살기 힘든 때가 있다. 남은 인생길에서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삶이면 좋겠다. 어떤 관계에서도 너무 가깝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관계이면 좋겠다. 우리네 삶에서 어찌 보면 쉬워 보이나 쉽지 않은 일이 관계라는 생각이다.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며 사는 삶의 시작이 남이 아닌 바로 나이길 오늘도 바람해 본다. 그 어떤 관계에서든 섣부른 참견은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쉬이 내놓고 싶지 않은 부분을 굳이 긁어 부스럼이 되지 않도록 삶의 지혜를 배우는 오늘이길 소망해 본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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