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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489회
보스톤코리아  2015-03-16, 11:48:44   
삼월, 여느 해 같으면 버드나무 가지에 새순이 오를 때쯤인데 올봄은 아무래도 산처럼 쌓인 눈으로 늦어진다. 그래도 어제오늘 햇살이 고운 것을 보니 봄이 오긴 오는가 싶다. 이렇게 햇살이 고운 아침을 맞으면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을 감고 어린 유년의 뜰을 서성이게 한다. 그 뜰에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언제나처럼 곁에 계신다. 어쩌면 부모님의 그 따스한 사랑이 무척이나 그리운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가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빛바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고 그리운 사람이 있어 행복하지 않던가. 인생의 나이 수만큼 그리움도 깊어가는 것일지도 모를 그런.

쉰에 얻은 손녀딸 같은 늦둥이 막내딸은 언제나 아버지의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늘 조용하셨던 아버지는 이맘때쯤이면 고사리 같은 어린 막내딸의 손을 잡고 겨우내 꽁꽁 얼었던 냇가의 얼음을 깨고 일어난 버들가지를 꺽어 풀피리를 만들어 불어주시곤 하셨다. 세상의 나이 지천명을 오른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가슴을 파고든다. 그 빛바랜 아련한 아버지와의 고운 추억이 어제의 일처럼 스쳐 지나곤 한다. 언제나 봄은 이렇게 내 가슴 속에서부터 냇가의 버들잎처럼 움터 오르고 아버지 그리운 그 마음으로부터 나의 봄은 시작되는 것이다.

유년의 뜰에 서면

유년의 뜰을 지나다 
봄 아지랑이 곱게 핀 신작로를 걸으며
고개 들어 올려다본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빛
앞산 뒷산에는 붉은 진달래 몽우리 틔우는 소리 들리고
마당 가에서는 어머니 발자국 소리 빨라집니다
 
연둣빛 엷은 봄이 찾아오면
냇가의 버들강아지 꺾어 풀피리 만들어주시던 아버지
겨우내 움츠렸던 냇물 소리 졸졸 흐르면
몸살을 앓던 봄꽃들 몽우리를 틔우고
꽃을 피우며 오르는 생명의 소리 들려옵니다
 
어릴 적 뛰어놀던 시골 작은 집 마당도
앞산 뒷산에 붉게 피던 진달래도
파랗게 물들어 가던 쪽빛 하늘도
파란 하늘에 몽실거리던 하얀 뭉게구름도
이제는 모두가 그리움입니다
 
담장에 오르던 이름 모를 담쟁이 꽃들도
뒤꼍 싸리나무 울타리에 끼어 핀 노란 개나리도
촐랑거리며 따라다니던 누렁이도 복실이도
색칠하다 만 연분홍 여린 유년의 뜰에 서면
모두가 고운 추억입니다


아들을 낳고도 키우지 못하고 딸만 넷을 키우던 유교 집안의 가장으로서도 아버지는 집안의 시제가 있거나 하면 다른 집안의 아들 손자들이 많은 틈에 막내딸 손을 잡고 함께 가시곤 하셨다. 지금 생각하니 아버지의 그 극진하신 사랑이 더욱 고마운 것이다. 단 한 번도 딸이라서 아니 여자라서 이런 것은 하고 저런 것은 하지 말라는 말씀이 없으셨다. 그저 사랑스러운 늦둥이 막내가 사랑스러우셨던 것이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늘 막내딸의 의견을 들어주셨기에 내 속에 있는 얘기들을 맘껏 털어놓고 가끔은 억지도 부리고 떼도 부리는 고집쟁이였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내 어린 시절의 기억에 조용하신 성품에 큰소리로 소리 지르시는 일이 없으셨다. 그래서일까. 햇살 고운 봄날이면 냇가의 버들가지 꺾어 피리 촉을 만들어 피리에 끼우시고 집 안의 마루나 퇴방에 걸터앉아 피리를 불어주곤 하셨다. 그 시절만 해도 밖에 내어놓고 피리를 부는 것이 흉이 되던 시절이었던 모양이다. 그런 아버지의 '예술의 끼(기운)'를 막내딸이 물려받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지금도 외손녀 딸 하나는 플룻을 전공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외할아버지의 그 '끼'를 닮았노라고 우리 가족이 모이면 얘기를 한다.

이렇게 겨울 눈 땅속으로 스며들고 아침 고운 햇살에 땅기운 올라 모락모락 아침 안개 오를 때쯤이면 내 아버지 더욱 그리워진다. 지금의 나를 잠시 뒤켠에 두고 오롯이 따뜻한 아버지의 사랑스러운 막내딸로 있고 싶어지는 그런 날이 있다. 그 누구의 누군가가 아닌 내 아버지의 딸로 말이다. 어쩌면 내 딸아이도 먼 훗날 그리울 아빠를 차곡차곡 가슴에 새겨넣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끔은 남편과 딸아이를 보면서 부녀간의 따뜻한 사랑이 보기도 좋지만 부러운 마음이 스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내 아버지 그리운 날을 맞기도 하는가 싶다.

이맘때쯤이면 더욱 내 아버지 그리운 날이다. 동네 입구에 서 있는 버드나무 가지의 연둣빛 버들잎들 봄바람에 흔들리고 겨자 빛 새순 눈몽우리 틔울 때쯤이면 더욱 빛바랜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봄 아지랑이 아침 햇살에 몽울몽울 피어오르는 이맘때쯤에는 어린 시절이 그립고 친구들이 그립고 형제들이 그리운 날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내 아버지 어머니 그 사랑이 더욱 그리운 날이다. 더욱이 빛바랜 유년의 뜰에서면….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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