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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495회
보스톤코리아  2015-04-27, 11:58:20   
하루가 24시간 이틀은 48시간, 그리고 72시간이란 시간은 사흘을 말한다. 깊은 생각에 머무를 때나 어떤 일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때 내게 큰 에너지를 주는 것이 바로 이 72시간의 힘이다. 하지만 섣불리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나 이 시간을 정하지는 않는다. 나 자신이 경험하는 72시간의 특별한 선물이란 세상에 묶였던 생각이 맑아지고 흐트러졌던 정신이 한 곳으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어떻게 보면 혼자만의 깊은 묵상으로의 시간 '기도의 시간'인 것이다. 가끔은 바삐 움직이던 발걸음을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래서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여행은 언제나 설렘과 두려움 사이에서의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한다. 가보지 않은 곳으로의 여행은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인생과 너무도 닮은꼴이다. 우리는 인생길에서 잠시 머무는 나그네에 불과할 뿐인데 잠시 하룻저녁 묵고 지나는 여행객일 뿐인데 말이다. 무엇을 그렇게 갖고 싶어 하고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일까. 결국, 내 것이란 아무 것도 없을 터인데 말이다. 지나고 나면 모두가 부질 없을 일 앞에 시간을 낭비하고 세월을 허비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물처럼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시간이고 세월인 것을.

옛 고사성어의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마음에 정한 결심이 사흘을 지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 아니던가. 그러하기에 어떤 계획이나 결정에 있어 그 72시간의 삼일을 흐트러짐 없이 잘 지내고 넘기면 그 일에 있어 결과의 반은 성공한 것이다. 그만큼 삼일의 72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러주는 것이다. 작게는 하루하루 순간의 삶에서 크게는 인생의 긴 여정에 있어 크고 작은 일과 사람들로 고민하고 버거워하는 것은 타인이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만큼 나 자신의 순간의 선택과 결정이 자신의 인생과 주변의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의 무게와 부피는 몹시도 크다는 얘기이다.

어찌 사람이 혼자 살 수 있을까.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삶 아니던가.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살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탈이 없다. 혼자라는 것은 이미 중심을 잃어 자신을 지탱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며 깊은 산 속에서 방향을 가리킬 수 없는 부러진 나침판 바늘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삶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밸런스'란 생각을 한다. 그 어떤 일이나 관계에 있어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게 되면 중심을 잃게 되고 결국 자신도 쓰러질뿐더러 상대방도 쓰러질 수밖에 없는 이치이다. 어느 일의 선택과 결정과 판단에 있어서도 균형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볼 수 있는 혜안이 열리는 까닭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이유를 들어 더불어 함께하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은 필요하다. 그것은 깊은 묵상의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바로 바라볼 수 있고 나와 인연 지어진 것들과의 조화(Harmony)를 위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든 나 하나쯤이야 하는 소극적이고 안이한 생각을 넘어 너그러이 품고 베풀며 나아갈 수 있는 진취적인 사고를 할 때만이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 함께 걸어갈 수 있다. 사람은 그리고 인생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디에 가치관을 두고 사는가에 따라 그의 삶과 인생은 판이해진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가치관으로 오늘을 맞고 보내는가.

지금 나는 내 삶을 바로 보고 제대로 잘살고 있는지 묻는 것이다. 혹여, 내 이익을 위해 주변의 것들과 쉬이 타협하거나 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 합리화시키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나 자신에게 물어보는 시간이다. 나의 열심과 열정으로 다른 이에게 아픔이나 고통이 되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에 머문다.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지는 않았는지 하고 나 자신에게 물어보며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그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혹여 있다면 용서의 고백을 전한다. 이처럼 얽히고 설긴 실타래 같은 복잡한 세상에서 나로 인해 묶인 매듭이 있거든 하나씩 풀며 살고 싶다.

72시간의 사흘 동안 깊은 묵상의 시간을 가지며 나의 인생 가운데 가슴 깊이 와 닿았던 귀한 인연들을 떠올려 본 시간이었다. 내 삶의 강을 이룬 크고 작은 그리고 깊고 얕은 잔잔한 물결들이 강섶 언저리마다 찰싹거리며 고요히 흐르고 있다. 물이란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고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고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것처럼 그저 흐르는 것이다. 그렇게 너로 흐르고 나로 흘러 함께 강물이 되어 흘러가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 가운데 만나는 귀한 인연임을 알기에 언제나 소중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보내고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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