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499회
보스톤코리아  2015-05-25, 11:28:49 
이 녀석과 우리 가족과 인연을 맺은 지 언 10년이 다 되어간다. 지금 녀석의 나이는 11살이니 강아지 나이에 숫자 7을 곱한다 들었으니 그럼 11x7=77 사람의 나이로 하자면 일흔일곱인 셈이다. 아마도 막내 녀석이 하이스쿨에 막 들어갔을 때쯤일 게다. 삼 남매 중 막내라서 늘 개구쟁이라 누나와 형보다는 엄마에게 야단을 들었던 아이다. 한참 사춘기에 있을 때라 엄마 아빠한테 말대답하는 그런 때였기에 엄마로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때였다. 학교 공부도 형과 누나보다는 처지는 편이었고 친구들이 많아 어울리기 좋아하고 급한 것이 없는 여유로운 성격의 아이였다.

물론, 지난해 5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준비 중에 일하고 있으니 여유로운 성격에 그 누구보다도 최고의 날을 보내고 있다. 이제야 여유로운 성격이 얼마나 그 아이에게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좋은 성격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한참 공부할 나이에는 엄마 마음은 걱정이 일었던 때가 있었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할 그때쯤 지금 우리와 함께 사는 두 살배기 강아지(티노)를 남편이 아는 지인 집에서 키울 수 없다기에 데려다가 막내 녀석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로 전해 준 것이다. 강아지를 원했던 막내 녀석에게 강아지를 돌보는 일은 책임지고 맡아서 해야 한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렇게 강아지를 돌보며 막내 녀석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늘 집안에서 막내라 무슨 일을 맡기면 염려스러운 녀석이었는데 책임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고 차분해졌으며 학교 성적도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녀석에게는 정말 '아주 특별한 선물'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렇게 한 3년을 강아지를 열심히 돌보며 하이스쿨을 졸업하고 대학에 가게 되어 강아지와 이별을 했었다. 대학 기숙사에서는 강아지를 키울 수 없으니 그것이 녀석은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렇게 방학이면 집에 와서 강아지를 챙기곤 했었다.

막내 녀석이 대학원 준비하는 동안 2년을 대학 4년 내내 여름 방학이면 일했던 곳(썸머 캠프)에서 계속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엊그제는 녀석이 좋아하는 영원한 '늙은 강아지'를 썸머 캠프장이 오픈하기 전까지 얼마 동안 데리고 있겠다고 데리고 갔었다. 그리고 나는 와싱턴에 볼일이 있어 와싱턴에 가 있는데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강아지가 허리가 이상한지 다리가 이상한지 다음날 병원에 데리고 가봐야겠다고 말이다. 그 다음 날 연락을 받으니 등허리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그 얘길 들으니 아프다 말 못하는 강아지가 더욱 안쓰러운 마음에 가슴이 아팠다.

동물 병원에 다녀온 녀석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무리가 되어 몸을 사리며 지내고 있다. 막내 녀석 따라갔다가 어떻게 하다 다쳤는지 제대로 알 수도 없으니 속이 상하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니 이제 강아지 나이로 해도 11살이 되었으니 아플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이렇듯 함께 10년이란 세월을 정들어 사니 가족이지 않은가. 그것도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밖에 나가도 늘 나와 함께 집 안에서는 내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녀석이다.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 것 같은 그런 많은 시간을 이 녀석과 내가 함께 나누며 사는 까닭이다.

유난히 강아지를 좋아하는 나는 어려서부터 시골집에 개(일명 똥개)가 두 세 마리가 늘 있었으며 개가 새끼를 낳으면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새끼 강아지를 돌보시던 기억이 많이 남아 있다. 어린 유년 시절에 강아지를 안고 놀다가 놓쳐서 강아지가 죽었던 일도 있었다고 어머니가 들려주셨던 기억도 있다. 늘 강아지는 내 삶에서 언제나 나의 가족이었다. 이렇게 지금까지 강아지는 늘 내 곁에 있었다. 가끔 아무도 없으면 강아지와 눈을 마주하고 얘기를 나누고 녀석이 꼭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 같아 가끔은 눈물도 흘리곤 하는 일을 어쩔까.

요즘은 우리 집 귀염둥이 강아지(티노)가 나이를 먹으니 사람처럼 너도 그렇게 늙어 가는구나 싶어 마음이 섧다. 그 마음이 가슴을 휘도니 헤어짐에 대한 두려움도 앞서오는 까닭에 이별이 무섭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 녀석과 이별한 후 다시는 강아지를 사지 않고 싶다고 남편에게 얘기했다. 강아지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헤어짐에 대한 가슴 아픈 일과 이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새로 다시 강아지를 사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 그건 나중 일이고 지금 당장은 말 못하는 이 녀석이 아파하는 것이 안쓰럽고 측은한 것이 가슴 아프다. 그렇다고 뭐 특별히 해주지도 못하면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성자
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신영의 세상 스케치 501회 2015.06.08
오감(五感, five senses)을 일깨우면 몸과 마음과 정신이 맑아진다.
신영의 세상 스케치 500회 2015.06.01
흙내를 맡으며...
신영의 세상 스케치 499회 2015.05.25
아프다 말 못하니 더욱 안쓰러운...
신영의 세상 스케치 498회 2015.05.18
딸아이의 대학원 졸업을 축하하며...
신영의 세상 스케치 497회 2015.05.11
내가 비행기를 몇 번 더 타고 미국에 갈 수 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