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04회
보스톤코리아  2015-07-06, 12:03:28 
열흘이 지난 오늘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의 그 감격과 감동이 사그라지지 않는 내게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보산회(보스톤산악회)에서 이벤트 산행으로 이맘때가 되면 한 해에 한 번씩 1박 2일의 종주산행이 있다. 지난해 2014년 종주산행은 Mt. Madison ㅡ> Mt. Washington까지 이어진 긴 산행을 마치고 돌아왔었다. 일기가 좋지 않아 거센 비바람을 마주하며 힘겹게 다녀온 산행이었지만, 일행 모두 안전하게 잘 다녀올 수 있어 감사했던 종주산행이었다. 그리고 다녀온 후 며칠 되지 않아 산을 좋아하는 몇 산우님들은 2015년 종주산행을 위해 마음의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번 2015 종주산행에 참석한 회원은 남자 회원 5명과 여자 회원 9명 모두 14명이 다녀온 산행이었다. 보통 산행에서 A, B, C조를 나누듯 이번 종주산행에서도 3조로 나누어서 오르게 되었다. C조는 조금은 안정된 트레일을 정하고 올랐으며 A조와 A-B조는 같은 트레일을 오르기로 하였다. 언제나 산이란 곳이 예상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순조롭지 않음을 알기에 특별히 산행을 준비하고 총괄하는 분들의 마음과 발걸음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만큼이나 조바심이 일고 염려와 걱정이 이틀의 긴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 시간까지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다.

보스톤산악회 2015 1박 2일의 종주산행은 33마일(53킬로)로 양 이틀간에 걸쳐 24~27시간 동안 약 10000ft에 달하는 elevation gains의 산행이었다. 첫날 산행은 Franconia notch를 커버하는 Mt. Flume, Mt. Liberty, Mt. Haystack, Mt. Lincoln과 Mt. Laffayette을 거쳐 Mt. Garfiled를 이어 험하디험한 Garfield Ridge trail을 오르내리며 Gailehead Hut까지 도착하였다. Gailehead Hut까지 도착하기까지 A조는 13시간 그리고 A-B조는 15시간 동안의 길고도 험준한 17.3 마일의 첫날의 산행을 마친 것이다. 몸의 피로는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가슴 벅찬 첫날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둘째 날은 7시에 기상하여 각자 산행 준비와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아침 8시에 출발 16.2마일에 해당하는 Pemigewasset Winderness loop을 오르기 시작했다. Mt. South Twin과 Mt. Bond, 그리고 이번 종주의 하이라이트인 Mt. Bondcliff Trail을 거쳐 길고 긴 Mt. Wilderness trail과 Mt. Lincoln Wood trail을 타고 하산하게 되었다. 내려오는 길에 2시간 여 정도를 보산회 산우님 두 분이 오셔서 시원한 얼음물과 과일을 준비해 기다리고 계셨다. 참으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고 가슴 벅찬 감사가 차오르는 순간이었다.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그 어떤 일에 있어 크든 작든 간에 자신의 노력과 헌신이 있어야 참된 보람이 되는 것이다. 이번 종주산행을 위해 처음부터 노심초사 준비를 하며 마음 졸였을 산악회 회장님과 인솔을 담당한 산우님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여러 산우님들이 있어 14명의 산우들이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세상은 혼자가 아닌 세상임을 더불어 함께 걸어가야 하는 길임을 새삼 또 깊이 깨닫는 날이다. 그 길고도 험준했던 종주산행을 다녀온 생각을 하고 다시 또 해봐도 참으로 가슴 벅차오르는 일이다.

2015 보산회 종주산행을 신청하면서 심신단련에 주력을 했다. 그것은 다른 산우들에게 혹여 민폐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또한, 그것은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의 한 부분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동안 체력단련의 준비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나는 A-B조 그룹에 속해 여자 네 명이 함께 올랐다. 첫날 15시간의 길고도 먼 험준한 산행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위해 힘들어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서로 그 마음을 알기에 더욱더 열심과 열정으로 산을 오르내렸는지도 모른다.

33마일(53킬로)의 1박 2일 '종주산행'을 다녀오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과 마주했던 시간이다. 그 숨 가쁘게 오르던 긴 산행길에서 헐떡거리는 그 거친 숨소리에 나를 맡기며 그 속에서 나 아닌 나를 또 발견하는 그 순간 참으로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시간이다. 그 긴 시간을 함께 오르내리며 그 거친 숨소리를 서로 주고받으며 함께 동행자가 되어준 산우님들의 그 사랑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참으로 작은 나를 만나게 된다. 그 웅장함 속의 깊은 자연 앞에 서면 저절로 고백이 차오른다. 당신은 창조주 나는 피조물임을 고백하는 그 순간을 만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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