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09 회
보스톤코리아  2015-08-10, 12:08:07 
가짜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진짜는 절로 숨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 그것이 요즘 현대를 사는 우리 삶 가운데서 함께 존재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참'을 '참'으로 알아주지 않으니 답답해서 이것은 '진짜'라느니 '원조'라느니 거기에 덧붙여 '순수'라고까지 하지 않던가. 그렇다, 이렇듯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고 이렇게 속고 또 속다 보니 절로 다른 사람에게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또 다른 이를 속이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참으로 '참'이 그리운 시절이다. 누군가 이것은 정말 '진짜'라고 하면 더욱이 가짜 같아 더 자세히 확인해보고 싶어지는 이 마음은 도대체 뭘까.

하루는 한국의 친구와 카톡으로 서로 얘기를 주고받다가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주고 받았던 말(글) 속에 웬 '정말'이란 단어와 '참말로'와 '진짜'라는 단어가 그렇게 많이 들어있던지 놀란 일이 있었다. 그때야 사뭇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 이렇게 알게 모르게 나 자신이 그 속에 젖어 살았음을 나중에 알게 된 것이다. 그 생각으로부터 시작해 오랫동안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직은 잘 고쳐지지 않고 있지만, 의식적으로 그 단어를 적게 써보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것은 가끔 내 삶과 인생에서 필요한 나 혼자만의 '내 훈련법'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알아가면 갈수록 더욱 알쏭달쏭 어려워지는 것이 세상 사는 이치인가 싶기도 하다. 사람도 그렇지 않던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정말 그 말이 옳다는 생각을 할 때가 얼마나 많든가 말이다. 운동(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어설프게 알면 별 궁금한 것이 없어 그런지 마음이 편안하다가 그것이 좋아져 몰입하게 되면 정말 골치 아파지는 것이다. 그것이 운동이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알면 알수록 더욱 알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고 그러다 보면 좋던 것도 때로는 싫증도 나고 내 마음에 들지 않아 밀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더욱이 '참과 진실'이 그리워지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깊이 모르는 까닭이다. 서로를 알아갈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시대를 살지 않던가. 한지붕 아래 사는 부부도 그러하거니와 부모와 자식도 얼굴을 마주하고 식탁에 마주 앉아보는 일이 쉽지 않다. 도대체 무엇을 쫓으려고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일까. 일사에서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뒤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걷고 뛰는 이 시대를 보면서 아쉽고 서글프지만, 그것을 누구의 탓으로 돌릴까 말이다. 잠시라도 시간이 날까 싶으면 각자의 셀폰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이렇게 살다가는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도 줄어 말을 잊을까 염려스럽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준다고 하지 않던가. 그나마 우리 아이들 세대까지는 엄마와 아빠와 많은 말을 나누었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어린 아기들까지도 아이들 장난감이 아닌 게임을 할 수 있는 무엇인가 손에 쥐어져 있다. 그것마저도 시대의 흐름일 게다. 이래서 세대 차이 느낀다는 얘기가 나오고 듣는 것일 게다. 내가 우리 아이를 키웠던 그때의 그 방식 테두리 안에서밖에 더 모르는 이유일 게다. 여하튼 가족 간에도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시간이 줄고 있음은 분명하다.

부부이든 부모와 자식이든 친구이든 간에 대화가 주니 마음 나누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마음을 나누지 않으니 서로의 생각을 어찌 알 수 있으며 깊이 담긴 속마음을 어찌 읽어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참으로, 진정,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서로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속만 타들고 화만 치미는 것이다. 무엇인가 마주 앉아 마음속에 것들을 일단은 끄집어 놓고 볼 일이다. 그것이 누가 옳고 그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속 깊이 담긴 생각들을 모아 추슬러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추후에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얘길 나눠도 늦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삶 속에서 밖으로 '참'을 자주 말하고 '정말'이라고 '순수'하다고 반복해 소리내는 것은 '진실'이 왜곡되고 '거짓'이 판을 치는 이유인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서로 소통이 두절되고 단절된 까닭이다. 나 자신도 다른 사람의 얘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으면서 내 말만 들어달라는 것이다. 내 잘못은 생각지 않고 내가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못 알아 듣는다고 상대방에게 탓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내 속마음을 읽어달라고 '참 말'이라고 '정말'이라고 거짓없는 '진실'이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참'을 다시 '진짜'라고 말해야 하는 세상이 때론 서글프다고 푸념을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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