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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523회
보스톤코리아  2015-11-23, 12:51:48   
한국을 여행 중이다. 요 며칠 마음이 우울하다. 그것은 프랑스 파리 도심을 무차별하게 공격한 무슬림 아이 에스의 테러가 프랑스 국민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화와 울분의 도가니로 채워버린 일 때문이다. 연일 아침저녁의 매스컴에서는 야단법석이다. 그뿐일까. 지난 14일 '민중 총궐기대회'에서의 경찰과의 대립은 차마 보기조차 안쓰럽고 민망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경찰들과 대립하며 몸싸움을 하던 이들의 얼굴은 누군지 알아볼 수 없게 가면이 아닌 복면을 쓴 얼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잠시 가면과 복면의 차이는 무엇일까 하고 깊은 생각에 머물렀다.

얼굴을 가리는 이유를 들자면 수없이 많다. 요즘처럼 대기오염의 공기 속에서 건강을 챙기려는 이들이 늘었다. 그래서 기관지가 약한 이들이 하나 둘 마스크를 쓰게 되었고 이제는 마스크 쓰고 오가다 만나는 모습이 그리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야외 활동이 이유이기도 하다. 동네 길을 산책하거나 둘레길을 걷거나 산을 오르내리는 길에 피부보호를 위해 얼굴을 가리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라 처음에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 자신이 무척이나 어색하고 불편했다. 하지만 한국에 방문하며 자주 만나니 이제는 편안했다.

어쩌면, 나 자신이 한국에 살지 않는 까닭에 한국에서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전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 방문 중 시내를 지나다 보면 자동차마다 검게 코팅에 덮여 자동차 안의 사람의 모습을 전혀 알아보기 어렵다. 몇 번이고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느 날 하루는 재래시장을 돌게 되었는데 그 좁은 사잇길에서 검은 코팅에 뒤덮인 자동차를 만나게 되었다. 무엇인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잠깐의 느낌은 아니었다. 몇 년을 거쳐 한국을 방문하면 유심히 지나치지 않고 관찰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을 모으다 보니 요즘 한국에 와서 아침저녁으로 TV 시청이 늘었다. 그렇게 TV 리모컨을 여기저기 누르며 몇 예능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 얼굴을 가린 채 가면을 쓰고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현실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찌 보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일지도 모른다. 사회적인 서로의 책임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렇듯 눌리고 소외된 이들의 불안한 심리가 반영된 것은 아닐까 싶다. 그것은 한 개인의 문제뿐만이 아닌 가족과 가정 그리고 사회와 국가 더 나아가서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나 자신은 가면을 쓰고 복면을 쓰고 감추며 다른 사람을 보는 일을 생각해 보자. 참으로 당당하고 떳떳하지 못하고 아주 비겁하고 못난 일이 아니던가. 자신이 생각한 일이 당당하다고 해서 그 일을 추진하고 관철시켜 행동으로 옮긴다면 적어도 자기 자신의 얼굴을 가리지 않는 그런 당당함이면 좋겠다. 그것이 개인을 위하든 아니면 대중의 대의를 위하든 간에 옳은 일이라면 적어도 떳떳한 마음으로 얼굴을 굳이 가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느 장소에서나 얼굴을 가린 복면한 그 모습만으로도 상대방에게는 위협자가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인적이 드문 숲길이나 산길을 걸어가다가 문득 얼굴을 가린 가면(복면)을 쓴 상대방을 만났을 때 움찔한 마음과 섬뜩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미 그것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잠깐이라도 위압감을 전해준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기에 무어라 말할 그 어떤 명분은 없다. 다만, 나 자신이 느낀 것을 표현해보는 것일 뿐이다. 검고 짙은 색깔의 코팅으로 자동차 유리를 가리고 운전을 하며 달리는 것이나 얼굴에 가면(복면)을 쓴 모습으로 숲길을 달리고 산길을 오르내리는 것이 무슨 큰일이 될까마는.

그래도 마음이 시원하지 않고 답답하고 씁쓸해지는 것은 적어도 나 혼자가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어떤 물리적인 피해는 아닐지라도 심적으로 부담스러움과 움찔하는 위압감을 줄 수 있는 것은 조금씩 서로 자제하며 양보할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그렇게 배려할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불안감을 주는 프랑스 파리 도심을 무차별하게 공격한 무슬림 아이 에스의 행동은 작게는 이렇듯 개인적인 욕심으로 인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나만 생각하는 그런 이기적인 마음에서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이 아프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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