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110
보스톤코리아  2015-12-14, 13:56:23 
소지왕과 벽화부인의 사랑이야기 속에는 단순히 남녀간의 로맨스를 넘어서 피비린내나는 왕위쟁탈전의 뒷이야기가 숨어있다. 삼국사기(권3 신라본기3 소지마립간22년)에 보면 소지왕과 벽화부인의 사랑이야기가 나온다. 

내용만 간단히 추려보면, {서기500년 어느날, 소지왕(재위기간479 ~ 500)은 잠을 이루지못하고 뒤척이고 있었다. 지난번에 민심을 살피고자 날이군捺已郡(현 경북 영주)으로 순시행차를 갔을 때 만난 아름다운 벽화 때문이었다. 소지왕이 날이군으로 갔을 때 그곳의 세력가인 파로는 왕이 경주에서 모처럼 변방까지 행차를 하는데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자신의 딸을 화려한 옷에 아름답게 화장를 시킨 후 수레에 태워서 비단으로 덮어서 왕에게 바쳤다. 소지왕은 토산물의 진상이나 음식인 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어린 소녀였다. 처음에는 받지 않았지만 경주로 돌아간 소지왕의 뇌리에는 당시 신라에서 최고의 미모를 자랑했던 벽화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밤들은 많은 비빈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왕의 밤을 쓸쓸하고 허전하게 만들었다. 벽화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고 싶어서 상사병에 걸릴 지경에 이른 왕은 급기야 묘수를 떠올렸다. “아무도 모르게 비밀리에 벽화를 마난고 오자” 소지왕은 수행신하 몇 명만 데리고 일반백성으로 가장하여 날이군으로 갔다. 그리고 파로는 자신의 딸로 다시 찾아온 왕을 맞이하여 수청을 들게 했다. 그리고 그런 왕의 행차는 순시를 핑계로 몇 차례 이어졌다. 즉 처음에는 날이군에 갔기에 벽화를 만났는데 나중에는 벽화를 만나기 위해 멀고 먼 오지인 날이군으로 갔다.

그러던 어느날 또 소지왕은 벽화를 만나러 날이군으로 가다가 여정이 길어서 고타군古陀郡(현 경북 안동)에서 어느 노파의 집에서 하루밤을 묵게 되었다. 그리고 저녁식사가 끝난 뒤 왕은 문득 백성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궁금하였다. 그래서 집 주인 할머니에게 물었다. “요즈음 나라 사람들은 왕을 어떤 임금으로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어지는 할머니의 대답은 “많은 사람들이 왕을 성인으로 여기지만 저는 그것이 의심스럽습니다. 왜나하면 듣자하니 왕이 날이의 여자한테 반해서 관계를 하려고 백성의 차림새를 하고 온답니다. 무릇 용이 물고기의 옷을 입으면 어부에게 잡히고 마는 법입니다. 지금 왕은 가장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스스로 신중하지 못하니 이런 사람이 성인이라면 누구인들 성인이 아니라고 하겠습니까?”

노파의 솔직한 말에 소지왕은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벽화에 대한 그리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서 왕은 벽화를 경주로 데리고 가서 후궁으로 삼았다. 매일 밤 벽화와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왕은 한없이 행복하였다. 어느덧 그들 사이에는 아들이 하나 생겼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못하였다. 소지왕이 그해 11월에 갑자기 죽었기 때문이다.}

위의 기록이 삼국사기에 나오는 벽화부인과의 내용이고 그냥 남녀간의 사랑이야기 정도이다. 왕의 권위와 위엄을 버린채 한 여인을 사모한 그는 지극히 평범한 한 남자이다(재미있는 부분은 벽화의 어머니 벽아부인도 소지왕의 후궁이 되었다. 남편인 파로가 바쳤는지 아니면 왕이 원했는지의 기록은 없지만 신라 최고의 미모를 가진 벽화의 어머니였기에 그녀 역시 대단한 미인이 아니었을까!). 사랑한 한 여인과 영원히 함께하려고 왕궁으로 데려 갔지만 갑자기 죽은 그의 죽음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그리고 벽화부인과 그 아들의 행방은 더 이상 기록이 없다(화랑세기에서는 벽화부인이 김원종과 사통하여 딸을 낳았는데 그가 삼엽궁주이다. 원종은 법흥왕의 이름이고 법흥왕은 지증왕의 아들이다). 변방 군관(벽화의 아버지 파로는 무인이었다)의 딸과 아내를 왕실로 데려온 소지왕은 당시 성골세력의 견제를 많이 받았을 것이며 또한 화랑세기에 의하면 왕실의 비빈을 공급했던 ‘진골정통’과 ‘대원신통’ 세력들과도 충돌이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단순한 ‘러브스토리’ 같은 기록의 내용을 자세히 분석해 보고 동시에 소지왕 재위 당시의 신라 왕실의 정국과 고구려 백제 등 주변국과의 관계 및 정세를 보면 소지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자연사가 아니었을 가능성과 또한 왕위계승 서열에서 한참 멀어져 있던 방계의 지증왕(재위기간 500 ~ 514)이 왕위를 이은 경위는 왕위 찬탈의 가능성을 더욱 뒷받침해준다. 그래서 이 기록 속에 숨어 있는 당시 신라 왕실내의 권력다툼과 신라를 둘러싼 고구려와 백제와의 국제관계를 추적해 본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신라속의 사랑 사랑속의 신라(김덕원과 신라사학회, 경인문화사)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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