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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531회
보스톤코리아  2016-02-01, 11:42:10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핑계를 찾고, 하고 싶은 사람은 방법을 찾는다."

라는 글귀를 언젠가 만났었다. 문득, 잠시 생각에 머문다. 그래 나를 돌아보더라도 하기 싫은 일에는 웬 이유와 까닭의 핑곗거리들이 그리 많던지 말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게으름의 핑곗거리로 잃어버린 시간과 일 그리고 떠나버린 사람들이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네 삶이 늘 그렇듯이 어찌 내 생각대로 움직일까마는 적어도 나의 작은 핑곗거리로 내 인생의 허점을 남기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살다 보면 하기 좋은 일을 하기보다는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가 더 많다. 그것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부부 사이에도 그러하거니와 부모 자식 간에도 그러하다. 어디 그뿐일까. 시댁일까지 겹치고 처가집 일까지 겹칠 때는 정말 하기 싫을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어찌 우리의 삶이 하기 좋은 일만 선택해서 살 수 있을까 말이다. 부모님들이나 어른들이 늘 말씀해주시는 것처럼 시댁 식구들에게는 좋아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하고 살 맞대고 사니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 말씀이 참으로 솔직한 답이라 생각된다. 가끔은 그 말씀이 내 삶에 큰 힘이 된다.

핑계와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이솝우화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솝우화에서 부지런한 개미는 열심히 먹이를 찾아 겨울을 준비하는데, 게으른 베짱이는 봄 여름 가을에 노래만 부르다 추운 겨울 먹을 것과 쉴 곳이 없어 고생했다는 동화 속 이야기다. 지금의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그 동화 속 얘기는 웃어넘길 수 없는 큰 지혜의 가르침이다. 어떤 일에 있어서든 핑계는 게으름이며 방법은 지혜라는 생각을 한다. 게으름은 또 하나의 게으름을 만들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무기력하게 하고 영혼마저도 갉아먹는 무서운 좀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는 핑계를 찾는 게으름뱅이 베짱이였을까. 아님, 방법을 찾는 부지런한 개미였을까. 이렇게 나 자신을 이솝우화 속 '개미와 베짱이'에 놓고 생각하니 어찌 이리도 선명하게 내 모습이 보이는 것일까.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다 말고 하얀 백지 한 장을 펼쳐 놓았다. 그리고 그 백지에 중앙선을 하나 그어놓았다. 그야말로 내 인생 1막을 내려야 할 시점에서 그리고 내 인생 2막이 오르기 전 무엇인가 나 자신을 놓고 깊이 생각해보고 싶어진 것이다. 그래서 맨 위에다 개미와 베짱이라고 제목을 써놓고 양쪽에 쭉 적어 내려가기 시작하며 내 속의 나를 보고 있었다.

이렇게 나를 깊이 들여다보며 부지런한 개미보다는 게으름뱅이 베짱이로 산 날이 더 많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문득 내 남편이 떠올랐다. 이 사람은 참으로 처자식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때로는 너무 가까이 있어 그 존재의 소중함과 귀함을 잊고 살 때가 많다. 갑자기 남편을 생각하니 그 사람이 그렇게 고맙고 또 그렇게 미안한 마음이 들 수가 없었다. 이것이 사는 일인 게다. 문득, 돌아보아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기억되는 그 어리석음을 언제 깨달을까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내일이면 제일 싫고 미운 사람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딱 10년 만의 일이다. 남편을 생각하다 보니 10년 전에 위의 백지에 '개미와 베짱이'의 기록처럼 '남편에게 나는 어떤 아내인가' 하고 '좋은 아내와 부족한 아내'하고 기록을 남겼던 기억이 있다. 내 나이 만 40이었던 그때만 해도 남편에게 부족한 아내보다는 좋은 아내 쪽에 더 많은 글을 적었던 기억이다. 그렇다면 10년 후쯤에서의 나는 이 사람에게 어떤 아내로 있는 것일까.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남편에게 나는 어떤 아내 한 사람에게 어떤 존재로 있는지 적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적어 내려가며 많이 부족하고 부끄러운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10여 년을 돌아보며 남편보다 내 일을 더 중요시했던 나를 만나게 된 것이다. 내 일을 위해 남편에게 갖가지의 핑계를 대며 아내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핑계를 포장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로 나 자신의 합리화를 시켜왔던 것인가. 그렇다,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나 자신과 홀로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이솝우화 속 부지런한 개미의 그 현명함과 지혜로움이 어찌 물질적인 것에만 국한될까. 이처럼 어떤 관계 속에서도 꼭 깨달아야 할 교훈인 것을 말이다. 특별히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서는 더욱이 그렇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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