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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537회
보스톤코리아  2016-03-14, 11:49:57   
엊그제는 교회의 여선교회 모임이 있어 다녀왔다. 모임 순서 중 자신을 소개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나 단어를 하나씩 나눠보자는 얘기였다. 차례가 내게 돌아왔다. 긍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으며 좋아한다고 얘길 나누었다. 그렇다, 성경구절(마태복음 5장 7절)을 빌리지 않더라도, 산상수훈의 팔복을 들추지 않더라도 긍휼이란 자비의 마음이 아니던가. 긍휼이란 단어를 좋아하는 것은 부족한 내게 늘 베풀어주시는 놀라운 그분의 손길에 감사한 까닭이다. 내 멋대로 하고 싶어 멀리 도망치고 달아나려 해도 뒤돌아보면 언제나 그분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지 않던가 말이다.

내게 긍휼이란 나 자신이 그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거나 가엽게 여겨서 생긴 마음이라 여기지 않는다. 한없이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내게 언제나 책망보다는 위로와 격려로 품어주시고 말없이 오래도록 기다려주시는 그분의 깊은 마음이 내겐 바로 긍휼인 것이다. 내가 어찌 감히 긍휼을 입에 오르내릴 수 있으며 나 아닌 누군가에게 긍휼을 베푼다는 그 엄청난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사랑도 받아본 이가 다른 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것처럼 하늘에서 주시는 긍휼을 받아본 사람은 곁의 아픔과 슬픔과 고통에 있는 이들에게 긍휼의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가끔 긍휼과 용서를 생각하며 무엇이 더 먼저일까 생각에 머물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어느 쪽이 먼저가 아니라 내 마음 밭에 내려주신 만큼의 씨앗이고 나무이며 열매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이다. 견딤과 참음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 말이다. 그런 미움이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데 긍휼이 어디 있으며 용서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그 긍휼의 마음이 용서의 마음이 어느 한순간에 차오를 때를 경험한 사람은 알 일이다. 그것은 내가 한 것이 아님을 그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가끔 혼자 묵상(명상)에 잠길 때가 있다. 그 머문 시간에 깨달음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긍휼의 손길이 내 가슴을 어루만지고 간 흔적일 게다. 삶에서 이런저런 관계 속에서 기쁨과 행복도 있지만, 때로는 아픔과 슬픔과 고통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고 깨닫는 것도 많아 감사하다고 고백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의 고백이 되기 전까지는 속상한 마음과 억울한 마음이 교차하고 삭이지 못한 화가 치밀어 미운 마음이 들끓기도 하는 것이다. 그 마음을 잠재우는 것은 결국 내가 아니었음을 깨달았을 때 감사의 고백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긍휼의 참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면 나 아닌 남을 용서하기란 어렵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용서는 미움의 대상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지극히 주관적이지 않은가 말이다. 나 아닌 상대가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싫어도 했다가 미워도 했다가 제 마음대로 제멋대로 하는 행동이 아니던가. 제 마음에 이끌려 주관적인 판단으로 용서했느니 말았느니 떠들어대는 것이 아니던가. 깊은 생각에 머물면 삶이란 것이 참으로 어이없음과 철없음의 연속이다. 이 모든 것이 내 마음에서 요동치는 파도와 같은 것을 말이다. 그러니 깨달음이 없다면 무엇을 더 바랄까.

하지만 그 깨달음을 알았을 때 감사할 수 있는 것은 그 미움의 대상이 누가 되었더라도 그 미움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분하고 억울한 마음은 있었지만, 곧 그 미움으로부터 자유할 수 있는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 어떤 관계에 놓인 것이라 할지라도 미움이 미움이지 않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그저 잠시 서운하고 섭섭한 것이었음을 받아들이고 흘려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부족함을 알기에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미움이 대상이 되었을 것이고 용서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고 긍휼의 대상이 되었을 것을 깨달은 까닭이다.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라고 성경은 말한다. 하늘이 내려주시는 긍휼을 우리가 먼저 받았기에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작고 나약한 피조물인 우리는 할 수 없으되 온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神)께서 베풀어주신 그 크신 은혜와 사랑으로 긍휼을 배우고 용서를 배우며 미움이 아닌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며 사는 삶이길 오늘도 소망하는 것이다. 긍휼(자비)의 마음은 창조주(神)가 인간에게 내려주신 아주 특별한 선물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 귀한 선물을 소홀히 여기지 않는 마음이길 바라며.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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