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여권의 힘
보스톤코리아  2016-05-30, 12:00:24 
  봄이 예사롭지 않다. 냉탕온탕을 오고간다. 아직도 봄이 아닌 모양이다. 틈새를 밀고 여름이 닥칠듯 싶은 거다. 개나리는 피는 듯 졌다. 목련도 철쭉도 예외는 아니다. 덕분에 늦은 벚꽃만 몇그루 느긋하다. 옛적 창경궁 밤 벚꽃은 황홀했더랬다. 모두 느긋한 늦봄을 즐기시는지?

  아직도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기다려야 하는가. 비자를 받기 위해서 말이다. 나라고 예외 일수는 없었다. 그날 아내와 나는 미국영사 앞에 섰다. 서류를 모두 내보이고, 그가 하는 몇마디 질문에 대답했다. 영사는 예와 아니오의 대답만을 요구했으니 감사했다. 무뚝뚝하고 무표정한 영사는 비자 스탬프를 찍어줬다. 아내와 내 여권으로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할 수 있는 거다. 

  나라를 뺏겼던 1900년대 초 일게다. 샌프란시스코로 미국에 입국하려 할 적이란다. 당연히 서류따위의 보증이나 증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나라 없는 민족에겐 제대로된 여권도 허가증도 있을리 없다. 얼마나 고충이 심했을 것인가. 그러니, 초창기 한인회에서 보증을 서야 했단다. 안창호선생도 같은 고생을 하셨던 모양이다. 이젠, 이것도 상전벽해라 해야겠다. 모든게 변했고,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거다. 이민을 왔던 옛 선배들 인천항을 떠나며 한번쯔음은 울먹였을 것이다. 청음淸陰 김상헌의 ‘가노라 삼각산아’ 이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김상헌, 가노라 삼각산아)

  십여 년 전이다.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수속을 위해 줄을 섰다. 내국인의 줄이 금새 줄었다. 망설이다가 그 줄로 옮겨 섰다. 여권을 받아 든 공무원이 흘끗 내 얼굴을 쳐다봤다. 도장을 꽝 찍으며 말했다. ‘다음부터는 외국인 줄에 서세요.’ 화끈 얼굴이 달아올랐다. 목소리가 어렵게 올라왔다. ‘네’. 미안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래전엔 내국인 입국수속 줄이 훨씬 길었는데. 한국여권이 과연 힘이 세다만, 세월 만큼 빠르다. 

  한국여권이 한창 인기가 높단다. 동양사람들을 위해 위조여권을 만드는데, 가치가 꽤나 높은 모양인게다. 옛적엔, 참 촌스럽더니만. 게다가 한국여권으로는 세계 170여 국가를 비자 없이 여행 할 수 있단다. 동양에서는 한국과 일본여권만 그게 가능한 모양이다. 그러니, 동양사람들에게는 한국여권이 불티가 날 수밖에 없을 게다. 분실하지 않게 모두 조심하시라. 여권을 다시 발급받는건 성가신 일이다. 

  여권에 박힌 글에 감격해 한단다. 한국국적을 어렵게 얻은 사람들 가슴이 벅차다는 거다. ‘대한민국 외교 통상부는 대한민국 국민인 이 여권  소지인이 아무 지장 없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고 필요한 모든 편의 및 보호를 베풀어 주실 것을 관계자 여러분께 요청합니다.’ 지켜줄 나라가 있음에 감사할지니. 

모든 사람이 호적하러 각각 고향으로 돌아가매 (누가 2: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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