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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553회
보스톤코리아  2016-07-18, 15:14:20   
한 달 전쯤의 일이다. 열댓 명이 모이는 여자들의 모임이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가깝게 지내는 언니가 주차장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러시는가 물으니 자동차에 차키를 놔두고 내려 문이 잠겼다는 것이다. 언니의 남편에게 전화를 넣어 AAA를 불러달라 했더니 만료가 되어서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내가 도착하니 AAA 멤버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지갑에서 AAA 카드를 꺼내어 전화를 넣었다. 웬일?? 생각지도 못했는데 우리 멤버십 카드도 만료되어 사용할 수 없고 돈을 지불하면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언니네 것과 우리 것 모두가 만료되었다니 어쩔 수 없이 언니가 집에 계신 남편에게 전화를 넣어 자동차 키를 가져다 달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일단락 되고 무엇인가 도움도 되지 못한 내게 언니는 고맙다는 인사를 해 주신다. 그렇게 한 2주가 지났을까. 아뿔싸!! 이른 시간 골프 약속을 하고 가깝게 지내는 몇 언니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웬일?? 얼마 전의 주차장에서의 해프닝이 그대로 재현된 것이 아닌가. 골프를 마치고 커피를 한 잔씩 하자는 것을 마다하고 빨리 집에 오려고 준비하다가 그만. 아뿔싸!! 철컥 자동차 안에 키를 놔두고.

우리 집 AAA 멤버십은 만료된 것이 확실하니 기대할 것도 없고, 우리 집과 골프 코스와의 거리를 생각하면 남편에게 자동차 키를 가져다 달라고 하면 한소리 할 것이 뻔하고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번 자동차 키를 놓고 동동거리던 언니가 곁에서 웃음을 보내주신다. 엊그제 AAA plus 멤버십을 다시 시작하셨다고 말이다. 그래서 커피도 마다하고 집으로 곧장 온다던 말은 간데없고 덕분에 커피를 시켜놓고 앉아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자동차 문 열릴 때 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참으로 다급할 때 누군가의 손길로 그 시간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물론, 이치로 보아 따지자면 누가 번거롭게 다른 사람의 일에 이러고저러고 참견하고 싶을까 말이다. 그저 한 귀로 듣고 모른척하고 한 귀로 흘려보낸들 그 누가 나를 뭐라 할 것인가. 하지만 우리네 삶이 어찌 그리 나 혼자 살 수 있는 세상이던가.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니던가 말이다. 이번 일로 새삼 삶의 깊이와 높이를 그리고 삶의 너비를 느끼게 된 것이다. 내 일이 아니라고 귀찮아 지나치고 싶을 때 망설이지 않기를 기도한다.

세상 나이가 더 늘면 늘어나는 만큼 생각은 더욱 깊어지고 마음은 더욱 너그러워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삶 속에서 가끔 경험하며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것이 서운하고 섭섭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이제 나 역시도 그쯤의 세상 나이에 오르고부터 시작이 되었다. 무엇인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시간을 하례하고 정성을 들이고 수고한다는 것이 귀찮아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시간이 갈수록 낯설어지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아차, 싶은 마음에 나를 돌아보니 모두가 감사라고 고백하고 말았다.

그렇다, 누가 어떻게 하든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할까. 내가 할 수 있는만큼만 나누고 베풀며 살 수 있기를 오늘도 기도한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이렇게 저렇게 한다고 신경 쓰며 시간 빼앗기지 말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아끼고 잘 관리하며 살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어차피 사람은 나 아닌 다른 이에게 무엇인가 줄 수 있는 것은 내가 가진 것밖에 줄 수 없음인 까닭이다. 괜스레 줄 수 없는 것에 연연하여 안타까워하거나 속 끓이지 않도록 말이다. 내가 줄 수 있는 만큼에서 줄 수 있다면 받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편안한 마음이 될 것이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의 특별함이란 바로 엊그제 겪은 일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 어떤 일이나 관계를 통해서 한 사람의 깊이를 높이를 너비를 알게 되기도 한다. 관계란 무엇보다도 적당한 거리 유지가 필요하다.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 않을 그 거리 만큼에서 서로 마주하고 웃어주고 격려해주고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귀한 만남(관계)이 또 있을까 말이다. 이번 주차장에서 있었던 두 번의 해프닝을 통해서 잠시 나를 그리고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만료된 AAA 멤버십 덕분에 삶을 또 배우고 익히며 감사한 오늘을 맞는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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