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께 드리는 답장
보스톤코리아  2017-04-24, 12:09:47 
사월입니다. 드디어 목련꽃이 터졌습니다. 보내주신 베르테르의 편지는 감사히 받았습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사월의 노래, 박목월 작사 김순애 곡)

 급한 마음에 먼저 더듬어 읽었습니다. 훑고 읽어 내려 갈적에 콧등이 시큰했고요. 되돌아 온 감동이 더 찡했던 겁니다. 역감동逆感動이었습니다. 그날 밤, 어렸을 독자님은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또 얼마나 상심이 크셨겠습니까. 더 어렸을 동생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그날 밤 얼마나 무서웠을 겐가. 얼마나 울었을 겐가. 독자님이나 동생이나 모두 큰일을 겪기에는 너무 어렸을 테니 말입니다. 어머니가 기둥이었고요. 하늘이 무너지는 듯 싶었을 테지요. 

 답례라 하기엔 쑥스럽습니다. 사진을 베낀 그림을 같이 보냅니다. 너나 없이 모두 어려울 적입니다. 어머니와 누나와 젖먹이 남동생이 나옵니다. 어머니는 한창 일하는 중이었을 겁니다. 아이에게 혹시 뭐 더러운 것이라도 닿을까 어머니는 뒷손입니다. 배고팠던 아이는 젖을 먹고요. 어린 누나는 동생을 업고 있습니다. 아이 무게에 누나 허리는 앞으로 잔뜩 굽혀 졌고요. 못먹어 다리는 하냥 가늘기만 합니다. 누나도 한창 뛰어놀아야 하는 나이입니다. 어머니의 사랑만 하겠습니까. 하지만 누나나 언니의 사랑도 봄날처럼 서럽게 따뜻합니다. 

 과찬의 말씀에 얼굴마져 화끈했습니다. 부끄럽기 짝이 없었고요. 익숙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족 입니다. 굵은 활자에 박힌 이름 석자가 낯설었습니다. 분명 보스톤코리아 정 기자가 뽑은 타이틀 일겝니다. 기자記者는 이따금 이렇듯 읽는이를 당황케 합니다.  

 봄이 오긴 왔습니다. 개나리도 목빠지게 기다렸던 모양입니다. 우리집 뒷마당에도 활짝 폈습니다. 덩달아 철쭉꽃도 고개를 내밀었고요. 오가며 스치는 목련도 빼꼼하더군요. 진해鎭海는 벚꽃이지요. 이 봄, 벚꽃과 어울려 아지랑이는 헛것처럼 마냥 하늘거릴겝니다. 환절기 입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 

김화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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